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한국전력공사는 정부의 강한 압력으로 결국 두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에 실패했다. 정부가 권고한대로 4.9% 인상안을 지식경제부에 건의했고 정부는 이를 수용하는 형태를 보였다. 물가억제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언제까지 이처럼 반 시장경제적이고 억지춘향식 정책을 계속할지 심히 걱정이 앞선다. 전기료를 원가에 미치지 못하도록 방치하고 인상률을 가능한한 낮추는 것이 국민과 소비자를 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전기료 인상은 전기를 그만큼 많이 쓰는 사람이 부담을 갖는 수혜자 부담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사실상 동결해놓고 재정 등을 투입하는 것은 전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이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지난 6일과 7일 전력당국은 예비전력이 300만kWh 이하로 급격히 줄어들자 주의 경보를 내리고 전력 수요관리에 들어갔다. 수요관리라는게 말은 그럴듯 하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국민 세금을 들여 공장을 가동하지 않도록 기업에게 요청하고 전기요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그 대가로 지불하는 것이다.

이처럼 돈을 주고 공장 가동률을 낮추지 않으면 전력사용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지난 6일의 경우 보조금을 주는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를 130만kW 줄였다. 이처럼 수요관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예비전력은 149만kW까지 떨어진다. 전력당국은 예비전력이 100만kW이하로 떨어지면 심각 경보를 내리고 강제로 순환 정전에 돌입한다. 지난해 9·15 전력대란과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이다.

수요관리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기업들에 준 돈이 올 상반기에 24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7월과 8월 들어서도 이 돈은 점차 늘고 있어서 올해 절전보조금이 4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절전보조금은 전기요금이 가격기능을 제대로 발휘해 전기절약을 추진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효율개선 등 전기절감 노력을 유도하면 안써도 되는 돈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으로 봤을때 일본은 266, 이탈리아는 445에 달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절반 또는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국가가 산업계에게 지원하는 결과이며 산업계는 값싼 전기요금을 무기로 갖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가 수출입국을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처사지만 언제까지나 이를 유지할수는 없다. 산업계는 다른 측면에서 경쟁력을 찾아야지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언제까지 수출전선에 나설 것인가.

우리나라 전기생산량의 50% 이상을 산업계에서 쓰고 있다. 원가의 87.4%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산업체에 전기를 공급하고 수요관리라는 미명아래 전력수요가 피크에 이르렀을 때 공장을 가동하지 않으면 평소 요금보다 몇 배가 많은 돈으로 보상해주는 시스템은 이제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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