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 약화" vs "제도 취지 훼손은 안돼"
공정성·신뢰성 중요, 책임감 갖고 끝까지 손봐야

 

▲ (왼쪽부터)조홍식 서울대 교수,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신동천 연세대 교수, 황진택 지속가능발전기업협회의 사무총장,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남광희 녹색위 기후변화대응국장이 배출권거래제 시행령 제정 공청회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최종판으로 제시한 배출권거래제의 시행령(안) 제정을 놓고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녹색성장위원회는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 공청회'를 열고 각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신동천 연세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산업계와 시민단체, 학계 등 관련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교환과 함께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산업계 측에서는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과 황진택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사무총장이, 시민단체에서는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과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이 대표로 참여했다. 조홍식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는 학계 측 대표로 참석했다.
 
각계는 유·무상할당 비율과 민감업종 분류, 공정성을 위한 업계와의 소통 둥 시행령에 담긴 각종 제도 운영의 쟁점에 대한 의견을 쏟아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건의와 법안 수정을 거쳐 2015년 시행이 결정된 배출권거래제는 시행령 제정과정에서도 다시 한번 각자의 이견 차를 확인했다.

제도의 취지와 실효성을 위해서는 할당 문제가 여전히 '핫 이슈'로 꼽혔지만 산업계와 시민단체는 각자의 '공정성'을 바탕으로 날을 세웠다.

대체적으로 정부가 중심을 잃지 않고 각종 사안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이날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갖고 제도를 손질해 성공적인 운영 및 결과를 이끌어내길 기대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박태진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성공적 온실가스 감축 위해 규제와 지원 동반돼야"
유럽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국제적인 이목이 경제 활성화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은 산업계는 물론 국가 경제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동향과 각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고, 우리나라 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경제성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서비스 산업이 중심인 반면 제조업의 비중이 높고 경제성장 과정에 있는 우리나라가 EU 방식의 배출권거래제를 따르는 것은 맞지 않다.
 
성공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배출권 할당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는 산업계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업종별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부문별 관장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시행 초기인 1~2차 계획기간에는 제도 적응을 위해 100% 무상할당을 시행해야 한다. 산업계는 이미 에너지 효율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향후 점점 더 투자 비용이 늘어나고 감축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규제뿐 아니라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할당계획 수립 등 중요 사안 결정 시 확실한 민간 참여를 규정해야 한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제 무대에서의 공평한 경쟁 및 바탕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박용신 환경정의 사무처장
"무상할당 결정된 상황에서 제도 실효성 강한 의문"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 국가 경쟁력만을 논해서는 안 된다. 전력 분야를 제외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50% 이상을 산업계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감축량은 18% 밖에 안된다.

산업계가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지만 2010년 기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은 엄청난 양의 산업용 전기 지원을 받았다. 월 4만원 정도의 전기료를 납부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420만 가구가 1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BAU 대비 설정한 감축량은 절대량으로 확정해야 확실한 할당량을 부과할 수 있다. 할당 비율도 문제다. 당초 1차 계획기간에 10% 유상할당을 추진했지만 결국 이 기간 모든 대상에 100% 무상할당이 결정됐다.

배출권을 사서 감축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한데 무상할당이 결정된 상황에서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초기에도 5% 정도는 유상할당해야 제도 시행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조홍식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할당문제, 배출총량 최적점 찾아내야"
세계적으로 녹색 및 환경 분야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에서 우리나라가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결정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결국 세계는 화석연료시대의 종료와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동참에 대비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정책의 시행은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려면 제조업의 녹색화를 준비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에 앞서 제도의 민주성과 공정성, 효율성,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할당 문제다. 제도 설계 시 배출총량의 최적점을 찾아 제대로된 할당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시행령(안) 이상의 부담완화는 제도의 기본 취지 달성을 어렵게 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뢰 가능한 정보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와 피규제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상호 소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황진택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사무총장
"정책 투명성과 공정성 중요, 산업계와의 소통채널 갖춰야"
배출권거래제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특히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다. 비용효율성을 따져 산업계만 고비용 부담을 지고 성과를 내는 것은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정책 투명성을 위해서는 산업계와의 소통 채널을 열어놔야 한다. 할당위원회에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역집약도 등 민감업종 분류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포함 여부에 대한 분쟁 발생도 대비해야 한다.

할당심의위원회 역시 국책연구원 뿐 아니라 현장에서 실질적인 감축 가능성을 경험한 산업계 전문가도 참여하게 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가 엄격한 규제로 인식되기 보다는 함께 노력해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롤모델로 자리잡길 바란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민감업종 기준 이해 못해…대기업 빠지고 中企만 피해"
산업계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이런 요구들이 제도 자체의 취지를 흔들고 목적 달성을 사전에 차단해서는 곤란하다.

궁극적으로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제도다. 때문에 몇가지 원칙은 꼭 충족돼야 한다. 부문·업종별 형평성과 부당이득, 시장교란 등 위험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기술적인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국민들은 충분한 정보나 관심을 갖기 어렵다. 투명성을 위해서는 정보 제공에 충실해야 한다. 할당이 얼마나 엄격하게 이뤄질 것인지 장담할 수 없는 현재로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시행령대로라면 공정성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1차 계획기간에 100% 무상할당이 결정된 것은 자칫 과잉할당을 유발할 수 있다. 기업들이 감축노력을 하지 않고도 남는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얻거나 이월시켜 차년도 부담을 줄이는 것은 심각한 폐해가 될 수 있다.

특히 민감업종에 대한 기준은 이해할 수 없다. EU-ETS(배출권거래제)의 민감업종 분류는 3단계 시행에서의 대규모 유상할당을 고려해 결정한 것인데 초기부터 100%를 무상할당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제 경쟁력에 영향이 없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은 규제에서 빠져나가고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다. 

기업들의 영업상 비밀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과거 배출 실적을 가지고 할당하는 배출권거래제를 2015년 시행할 경우 2011~2013년의 배출량이 중요하다. 유럽의 경우 처럼 고의적으로 이전 기간 배출량을 늘렸다가 2015년 시행시 이득 취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현 시행령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정부가 어떤 제도 도입에 있어서 어려움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 수립 당시 가지고 있는 계획들은 이해당사자 고려해서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자체의 목적이 흔들리는 경우에는 신중해야 한다. 정부가 좀더 책임감을 가지고 마지막 시행령 손질했으면 좋겠다.

◆남광희 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대응국장
"다양한 스펙트럼 논의 긍정적, 현재 방안은 최선의 결과물"

이번 배출권거래제가 과거 다른 제도 설계와 차이점이 있다면 정부안을 만들기 전에 우선적으로 산업계와 시민단체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이다.

각계 나름의 아쉬움이 있겠지만 정부 역시 산업계 부담 최소화와 녹색기술 투자 활성화 등 고민이 있었다.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다양한 스펙트럼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산업계 내 업종별 간담회에서도 온도차가 있었다. 일부 업종에서는 제도의 수용성도 중요하지만 감축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제대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건의를 반영하기 위해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계의 소통창구 강화 요구는 정부에서도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으로 취지는 공감하고 있다. 기본적인 체계가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고려하겠다.

민감업종 분류에 대한 문제는 정부 분석 결과 대·중소기업 간 형평성 문제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는 2015년에는 EU가 이미 3단계 ETS를 시행하는 시기로 우리와 경쟁하는 EU국가들이 민감업종 분류로 무상할당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경쟁을 위해서는 그쪽 상황과 맞출 필요가 있다. 

각계에서 여전히 다양한 건의가 나오고 있지만 현재 시행령(안)은 제정 과정에서 최선의 선택들이 담긴 결과물이다.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오늘 공청회와 이후 서면 의견도 반영해 더 나은 제도로 만들겠다.

김부민 기자 kbm02@e2n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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