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아슬아슬하게 전력대란 없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물론 지난번에도 안심하다가 9월에 당했지만 이번엔 모두가 준비하고, 긴장하고 있어 전력공급 차질로 장관 이하 공무원들과 전력회사 실무 책임자들이 줄줄이 옷 벗는 일이 올 여름에 생길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사실 이번 여름의 전력공급안정은 만약 올림픽이 있다면 지난 십수년간 금메달을 달아놓고 받았을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해 온 우리나라 전력공급 효율성을 올림픽 본선진출도 어려울 중하위권 수준 이하로 만든 덕분에 이루어 낸 결과였다. 사상 최대 규모인 수천억원 대의 전력수요관리 보조금, 있는 발전기는 모두 동원한 공급방안, 한등 끄기, 계단 오르기 홍보에 길거리 상점단속 강화 등 오로지 압박 수비로 일관한 대국민 수요관리 정책 등 정부의 방침은 공급효율화나 정부예산사용 효율화 등 기존의 에너지정책 시행에서 강조해 오던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로지 전력대란 없이 여름을 지내는데 총력을 다 하였다. 그 덕분에 한국의 전력공급방식과 정책이 국제학술대회에서 외국학자들의 연구대상으로 발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사태이기에 뉴스감이 되고 또 모두들 놀라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가 논문발표의 결론을 장식했을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자, 이제 그 고생을 하고 고비를 넘었으니 다음번 위기가 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자.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원가보다도 낮게 유지된 전력가격이다. 수차례에 걸쳐 요금을 상향조정 해 왔으나, 여전히 그 수준에서도, 방식에서도 크게 모자란다. 수준에서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과의 비교가 이야기 된다. 국제원유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한데다가 매우 높은 세금을 붙여 석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은 원가의 두 배에 달하게 책정하고 있지만, 역시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전기는 소비자가격이 원가 이하로 책정되어 있고, 한국전력의 손해분을 세금으로 메우는 미봉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대부분 학교와 신축건물에서 전기사용 냉난방기가 설치되고 있으며, 농촌에 가도 땔나무나 연탄이 아니라 전기장판이 대세이다. 전기료가 등유나 프로판가스보다 싸고 또 편리한데 이는 당연한 선택이다. 또한 수준이 낮더라도 요금이 원가에 연동하는 전력가격 원가연동 역시 실시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남은 방법이 한등 끄기, 계단 오르기 홍보 등 수비형 방안들뿐인 것이다. 요즈음 인기 좋은 미국의 셰일가스를 자주개발해 도입한다고 해도 현행 전력요금제도로서는 국내 전력사정을 크게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력가격의 원가연동이나 전폭적인 상승이 어렵다면 당장 실현이 가능한 다음의 두 가지 단기적 방안을 추천한다.  먼저 공공용 전기요금의 상향조정이다. 공공기관에 부여하는 전기요금을 현재의 2배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은 일반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공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절약에 솔선수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강제적으로 공공건물의 냉난방 온도 제어를 실시하는 것보다 자체적인 분석을 거쳐 각각 건물에 맞는 방식의 시설 설치로 효과적인 에너지저감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또한 일시적으로 참아내기 위주의 수비형 정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공급방안을 마련하는 공격형 정책방안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재생에너지의 적극적인 보급을 추천한다. 재생에너지는 가장 단기에 설치가 가능하여 보급을 늘일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상당한 양의 추가 전력생산이 단기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한 정부의 보조지원이 필요하며 또한 냉난방수요의 패턴과 동일한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선택하여야 하는 문제가 있으나, 분산형이며 다양한 에너지공급방식이 가능하다는 재생에너지의 장점을 생각해 볼 때, 그리고 수천억원대의 전력수요관리 지원금 규모를 생각해 볼 때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역시 단기적인 처방일 뿐이다. 정부는 당장 이번 가을에 중장기적인 전력가격 상향 및 원가연동제 정책을 발표하여 더 이상의 전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 에너지원을 모두 수입하는 나라에서 수입원가 이하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정부나, 전기료 싸다고 전기 펑펑 쓰는 국민이나 모두 문제이지만, 근본책임은 그런 선택을 하는 국민들의 책임이 아니고 그런 가격구조를 유지한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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