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질계 바이오매스편


글 싣는 순서

(1) 플라스틱 유화산업
(2) 슬러지연료화
(3) 목질계 바이오매스

1970년대 우리나라 전원마을의 저녁 풍경을 기억하는 사람은 안다. 자욱하게 하늘로 솟아오르던 밥짓는 연기가 붉게 물든 노을과 어우러져 한없이 평화스런 장면을 만들곤 했다는 사실을. 물론 지금은 오지마을에서조차 아궁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만 해도 나무는 가까운 숲이나 들에서 쉽게 취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서민의 난방과 요리를 위해 요긴하게 쓰였다. 이후 나무연료는 보일러나 가스기기의 보급과 함께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이젠 아무리 좋은 땔감이 있더라도 사용할 곳이 없어 그대로 방치하거나 처치 곤란한 폐기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산하가 마구잡이 벌채로 민둥산을 드러내고 있는 사이 남한에선 버려진 폐목재가 나뒹굴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이렇게 방치되거나 용도를 다한 목질계 자원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대구의 한 산업단지에 나무 등 목재로 만들어진 칩을 원료로 하는 국내 최초의 열병합발전소가 문을 열어 목질계 바이오매스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목질계 바이오매스시대 ‘개막’=총 공사비 350억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톱밥이나 버려진 나무 등을 원료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형태의 발전소다. 145톤의 원료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시간당 52톤의 스팀과 50kwh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시설을 설치한 바이오에너지 전문기업 (주)케너텍은 “바이오매스는 자연으로부터 연료를 얻기 때문에 재생 가능한 무한한 자원이며 저장과 취급이 쉽고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생태계 파괴가 가장 적은 친환경 에너지”라며 “연료 가격도 도시가스의 10% 수준으로 경제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은 일단 손쉽고 저렴하게 원료를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목재를 알갱이 형태의 칩으로 가공하는 일도 어려운 공정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환경부와 산림청의 잠정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서 한 발생하는 목질계 폐기물은 연간 581만톤으로 추산된다.
이중 숲 가꾸기 사업을 위해 간벌된 채 그대로 방치되는 양이 연간 246만톤,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폐목재가 97만톤, 그 밖의 폐목재도 238만톤에 달한다. 이중 400만톤만 재활용한다고 봐도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의 32%에 해당하는 연간 160만toe를 목질계 바이오매스로 충당할 수 있다고 산업자원부는 보고 있다.
게다가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화석연료에 비해 환경오염 부하가 매우 적은 친환경 에너지란 부가적 장점까지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벙커C유를 사용하는 발전소가 1000Toe당 19톤의 이산화황을 배출하는데 비해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전혀 유해물을 배출하지 않는다.
또 질소산화물의 경우도 벙커C유 7.5톤(1000TOE당)에 비해 0.5톤밖에 배출하지 않아 대기환경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목질계 발전은 기존 발전에 비해 약 2.6배의 분진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여과집진기 등의 대기환경 설비를 설치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점에도 불구, 관리시스템 없다=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정부의 관심 및 정책 부재, 분산형 폐기물 재활용 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자부는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가 세워지고 난 이후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 기준가격에 목질계 바이오 에너지 기준가격을 신설하고 뒤늦게 자원화에 관한 타당성 연구용역 사업에 착수했다. ‘선(先)산업 후(後)정책’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더욱이 목질계 자원에 대한 통합 관리기관이 부재하고 소관부처도 뚜렷하지 않아 확대일로에 있는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가로막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시민단체 에너지나눔과평화의 박성문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목질계 폐기물은 발생처에 따라 산림은 산림청, 건설폐기물은 건교부, 생활 폐목재는 지자체, 전체법령은 환경부로 나뉘어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활용이나 자원화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바쁘다”고 말했다.
에너지나눔과평화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581만톤의 목질계 폐기물 중 가공을 통해 압축합판이나 톱밥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양은 207만톤으로, 나머지 64.4%에 해당하는 374만톤이 그대로 방치되거나 소각 또는 매립되고 있다.
특히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매년 158만톤 가량 발생하고 있는 산림부산물의 경우, 지난해 기준 재활용율이 불과 7%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생활 폐목재의 경우 97.3%가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어 폐목재가 재활용은커녕 환경오염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박성문 부장은 “한해 버려지는 목질계 폐기물은 우리나라 발전용 석유연료의 36%에 해당하고 처리비용으로만 8600억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목질계 자원에 대한 통합관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을 신설하던지 기존 폐기물 관련 기관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 분산형인 현행 폐기물 재활용 시스템을 중앙집중형 시스템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산자부ㆍ환경부ㆍ산림청 등 관련 기관이 협의체를 구축해 자원화의 관건인 수집ㆍ운송ㆍ처리 문제까지 정책 지원안을 마련하고 폐목재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자원화를 확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U 등 선진국 비중 확대=목질계 자원화에 대한 잠재적 가치와 가능성은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펴는 선진국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연합(EU) 등 유럽 국가는 목질계 자원을 신재생에너지를 뒷받침하는 주요에너지원으로 여기고 201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9%를 목질계 바이오매스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전체면적의 75%가 산림이면서 철저한 산림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핀란드도 국가에너지의 25%를 목질계 바이오매스로 충당할 예정이다. 덴마크는 가정 에너지의 50%를 목질계 자원으로 조달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스웨덴은 지역 열 공급의 절반을 이미 목질계 바이오매스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목질계 자원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뜨겁다.
그러나 앞선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정부 부처 간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해 아직 목질계 자원에 대한 가치와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정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현실이다. 산자부 입장에선 목질계 바이오매스가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달성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환경부는 폐기물 관리법과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법 등 관련 법령을 손봐야 하는 입장이다. 또 산림청은 운송 등 추가비용 발생에 따라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병달 산자부 신재생에너지팀 사무관은 “산업현장의 임상폐기물과 숲 가꾸기 사업의 간벌목 등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목질계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부처 간 협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견도출이) 쉽지 않다”며 “선진국과 산림구조가 틀리고 수집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사무관은 “환경부는 폐기물을 연료화하는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데 사용처 통제가 어렵고 도심에서 바이오매스를 생산해야 하는 문제는 그간의 환경정책 근본(도심 대기개선 정책)을 흔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면서 “현재는 폐기물을 열병합발전소에 공급하는 수준의 논의만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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