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cc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지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원자력 발전을 중단했다가 얼마 전 오히 3호기와 4호기의 가동을 결정했다. 평소 20TWh의 원전 발전 용량 중에서 3.3TWh만이 가동되는 상황이다.

 

원전 가동이 제한됨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는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본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를 실시하여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일본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전력 상황을 보면, 원자력 발전소 50기 중에서 2기만 가동되고 있어 전력 공급 부족이 계속되고 있고, KWh당 40엔의 발전 차액을 지원하는 태양광 발전은 2013년까지 3-4GWh, KWh당 22엔을 지원하는 풍력발전도 신규로 늘어나는 용량은 2013년까지 400MW에 불과할 것이어서 수급 불균형은 앞으로도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전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 공급의 3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즉 태양광은 현재의 5GW에서 57GW로, 풍력은 2.5GW에서 40GW로, 지열은 0.5GW에서 5.7GW로, 바이오매스는 3.3GW에서 4.8GW로 각각 용량을 늘려야 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러한 장기적 계획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전력 수급의 불균형은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요 감축 정책으로 정부는 주택과 빌딩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300억엔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미 1만4000개 빌딩에서 196MW를 줄이는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이 설치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원전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어 쉽게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던 과거의 정책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일본은 이를 계기로 보다 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즉 이제까지 발전 설비업자  위주의 에너지 시장에서 수요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에너지 시장으로 바뀌고 다양한 신규 진입자들이 참여하고 경쟁하는 양상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전력 수급이 불안하고 정전 사태를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점에서 일본과 다를 바 없다. 다만 다른 점은 일본은 원전 없는 전력 수급 계획을 추구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는 여전히 원전 증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일본의 에너지 효율이 세계 1위로서 우리보다 30% 이상 높다는 점, 그리고 전기 요금이 일본은 13달러 수준인데 우리는 9달러 수준으로 싸다는 점 등이다. 만약 우리가 에너지 효율을 일본만큼 높이면 우리는  발전소를 3분의 1만큼 덜 지어도 된다는 의미다. 어쩌면 원전을 새로 증설하지 않고도 전력 수급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를 이룬 일본이기에 그들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전기 요금을 일부러 낮게 가져가면서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원전 사고 이후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에 부심하고 있는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은 빨리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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