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에 일어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현에 위치해 있던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로 세계가 떠들썩했다.

당시 규모 9.0의 지진으로 인해 원자로 총 6기 가운데 1~3호기의 전원이 멈추면서 재앙은 시작됐다. 같은해 4월 일본 정부는 원전사고 수준을 레벨 7로 격상했다. 레벨 7은 국제원자력기구가 만든 최고 위험단계로 1986년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동일한 등급이다.

어느덧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그렇게나 매스컴을 장식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이젠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지난주 일본 도쿄로 잠시 출장을 갈 기회가 있어, 현지에서 일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원전에 대한 생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늦은 밤 도쿄타워 근처를 산책하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나를 비롯한 우리 일행들은 순간적으로 '방사능 비'가 떠올랐고 서둘러 몸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가만히보니 비를 피해 급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은 전부 한국인이었고, 정작 일본인들은 서둘지 않은 채 자리를 옮기는 모양이 눈길을 끌었다.

술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붕이 없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가 오려는 조짐을 보이는 정도.

역시나 나를 비롯한 한국인들은 빨리 자리를 옮겨달라며 서둘렀고, 일본인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담담한 행동에 일본의 방사능이 우리가 염려하는 만큼 큰 걱정거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일본의 방사능 위험은 다 끝난 것인가. 현지 직원에게 물어보자 일본의 방사능은 아직도 상당한 위험수준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이유를 묻자 일단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호텔로 돌아와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방사능 지도를 살펴봤다.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1년간 방사능 노출량은 400~1000 사이로, 도쿄는 1000정도의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 전체 지도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방사능 수치 400이하 지역은 가나가와, 시즈오카, 고치, 구마모토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1년 방사능 노출량이 200을 넘지 않는 것을 감안해보면 일본의 방사능 노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장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체감지수가 둔해졌다는 일본 현지직원의 말을 들으며 또 다른 방사능의 진짜 무서움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조금씩 잊혀져가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든 표출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세계적으로 원전은 기피대상이다. 한번의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잊지말아야 할 이유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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