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에너지정책은 '우물안 개구리'

노무현 대통령이 세계적인 에너지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들과 첫 회의를 했다. 국운이 달린 세계 에너지 확보전(戰)에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사실 산업자원부를 비롯한 정부는 오래전부터 국가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정부의 에너지 문제 해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본지는 이윤성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정부의 에너지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위원장은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인 국가에너지계획 수립 ▲고급 에너지전문인력 양성 ▲기술개발 확대 ▲산업지원을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정책은 우물안 개구리"
참여정부의 에너지정책 공과(功過)에 대해 이윤성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은 '우물안 개구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러시아 에너지 개발사업에 뛰어든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사례를 상기한 이위원장은 "그 자체가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경쟁이 치열한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고사하고 국내 문제 해결에 급급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에너지계획을 수립하는 등 에너지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장기적인 해외자원개발 청사진 마련해야"
정부는 2008년까지 국가 에너지 자주개발율 10%, 2013년까지 18% 달성을 목표로 해외자원개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정책에 이위원장은 장ㆍ단기적인 방안을 동시에 제안했다. 이위원장은 "중장기적인 에너지안보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며 단기적으로는 해외 생산유전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생산유전 매입과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단기적인 노력에 머물고 있을 뿐 큰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위원장은 또 "자주적으로 해외자원개발 경쟁에 뛰어들기엔 우리의 여건이 외국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고 전제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적 차원의 해외자원개발 전문인력 양성ㆍ기술 확보ㆍ투자자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를 민간자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국내 최초의 유전개발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지난 11월15일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이 발효되어 출시가 가능해졌다. 민간 자금 2000억원을 조성해 해외자원개발에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대해 이위원장은 동감하면서도 투자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위원장은 "유전개발펀드의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위험 보증사업을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활한 펀드 모집을 위해 세법 개정을 통한 세제지원 등 펀드가입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개발펀드에 가장 우려되는 측면은 투자 리스크 부분인 만큼 펀드 모집과 운영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이위원장의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탐사에서 생산까지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며 그 성공확률도 높다고 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2011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5% 달성 어려울 것"
정부는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가 총 에너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5%까지 끌어올릴 방침을 정했다.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미래 에너지 개발에 힘쓰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위원장은 이 목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투자규모의 절대적 부족과 미흡한 산업기반 등으로 인해 2011년까지 총 에너지 소비량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보급하겠다는 계획은 사실상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은 미국의 4%, 일본의 8%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위원장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미국 정부 투자액이 3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일본과 독일도 각각 15억달러와 11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투자액은 1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의 주요 신재생에너지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며 주요 신재생에너지 보급률도 2004년 0.96%, 2005년에 1.3%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할당제에 대해 이위원장은 원칙론을 재확인했다. 그는 "국회는 제반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여 우선적으로 중소 민간발전사업자가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사업에 참여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할당제(RPS)는 발전사업자의 총 발전량과 판매사업자의 총 판매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정부는 대형에너지공급사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참여 방안으로 의무비율할당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도입 전 단계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동안 한국전력 등 대형 에너지 공기업과 1조1000억원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중소 민간발전사업자를 위한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축소하고 대형 발전사업자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다.
 
◆"단계적인 전문인력 양성해야"
에너지 분야에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대해 이위원장은 당장 인력 수급 문제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에너지강국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위원장은 "정부는 올해 들어서야 에너지 분야 인력 양성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6대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수급 실태 조사를 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인력 양성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며 "전문 인력 양성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국가의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 속에서 지속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자원교류에 북핵 문제가 걸림돌"
북한의 광물자원은 잠재가치만 남한의 24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세계 각국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이에 따라 우리가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최근 북핵 문제가 걸림돌이라는 게 이위원장의 견해다. 그는 "인프라 구축 등 북한과 광물자원 개발에 대한 교류가 절실하다"면서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적 측면의 교류만을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기업ㆍ공기관 경영평가 시스템 도입해야"
올해 국정감사에서 에너지관련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한 방만 경영으로 인해 야기된 많은 폐해가 지적됐다. 이에 대해 이위원장은 "국회의 국정감사는 물론이고 감사원의 정기감사와 정부 경영평가 등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부처와 정부 산하단체의 방만한 경영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공공기관의 엄격한 경영평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며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 선임 시스템 및 실적 평가 시스템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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