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가짜석유 유통에 강력한 대책 시행
용제불법 유통 밀착추적으로 대형조직 적발 성과

▲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왼쪽 두번째)를 비롯해 석유관리원 직원들이 가짜석유 취급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하고 있다.

[이투뉴스]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유령회사를 설립해 용제를 구입하고 야산이나 폐공장을 옮겨다니며 가짜석유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P씨 등 20명을 구속 및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9년말부터 전국에 유통망을 조직해 가짜석유 제조 원료인 용제 3억2700만리터를 매입, 시가 1조597억원 상당의 가짜석유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최근 부동액 등을 제조하는 공장을 차려 놓고 4억원대의 가짜석유를 만들어 유통한 혐의로 J씨 등 11명을 구속 및 불구속 입건했다.

가짜석유 적발 소식이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및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가짜석유 근절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최근 한국석유관리원을 방문해 가짜석유를 제조 유통하다 적발되면 우리 사회에서 더이상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후 새누리당 의원은 '가짜·탈세석유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국내에서 불법 유통되는 석유로 인한 탈세금액이 연간 3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이는 기름값에 대한 부담을 리터당 130원 가량 줄일 수 있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가짜석유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높은 기름값을 들 수 있다. 가짜석유 제조업자들은 싸게 가짜석유를 만들면 단시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법에 손을 떼지 못한다.

높은 기름값에 부담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이 가짜석유인지 알면서도 구입하고 있는 것도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석유관리원 "가짜석유 뿌리 뽑겠다" 선언

그나마 올해들어 가짜석유와 관련된 사건·사고와 가짜석유 적발건수가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한국석유관리원(이사장 강승철)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강승철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작년 가짜석유로 인해 재산 및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올해는 누구나 안심하고 석유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짜석유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석유관리원은 이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업무혁신을 단행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생산부터 최종 소비의 전 단계까지 철저히 관리 및 단속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올 상반기 가짜석유 적발건수는 171건으로 지난해 동기에 기록한 264건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이는 가짜석유 주원료인 용제의 불법 유통을 차단한 결과로 분석됐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정품 휘발유 판매량과 용제 판매량은 각각 833만1282킬로리터, 10만7597킬로리터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같은 기간보다 각각 33만3105킬로리터 늘고, 9만5444킬로리터 줄어든 수치다. 석유관리원은 전체 휘발유 판매 증가량 중 57%가 용제 감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 만큼 가짜석유 제조가 줄어든 셈.

석유관리원의 올해 상반기 단속 실적 중 5개월여 추적 끝에 용제업체, 가짜석유 제조장, 판매 주유소까지 유통 조직 전체를 적발한 것이 특히 눈에 띈다.

석유관리원은 올해 5월 수원남부경찰서와 함께 900억원대의 가짜석유를 유통시킨 가짜석유 대형조직을 적발했다.

지난해말부터 용제 불법유통 감시로 단속 방향을 전환한 이후 용제 공급부터 실소비자까지 일일히 현장을 방문해 거래상황을 확인하는 밀착점검을 실시해왔다.

이 과정에서 수급거래 이상 징후를 포착한 단속반은 업체별 장부조사, 잠복, 운송차량 미행, IP추적 등 5개월여간의 노력 끝에 용제대리점 3곳, 용제판매소 7곳, 가짜석유 제조장 3곳, 판매 주유소 6곳 등을 적발했다.

석유관리원은 용제 유통관리를 시작한 결과가 이 같이 나타남에 따라 원료 공급자까지 끝까지 역추적해 단속하고 행정처분, 형사처벌, 부당이득 환수 등 강력한 대응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석유관리원 직원들이 자동차연료 무상분석서비스의 일환으로 차량내 연료를 채취하고 있다.

◆소비자 친밀형 무상분석서비스 '호평'

석유관리원은 석유제품을 유통하는 것만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가짜석유를 알리기 위한 움직임에도 나섰다.

석유관리원은 작년말부터 실시한 자동차연료 무상분석서비스를 통해 올 상반기 동안 555대의 차량을 검사했고 가짜석유 취급 주유소 4곳도 적발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무상분석서비스는 석유관리원의 이동시험실차량을 대형마트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해 운전자들의 차량 내 연료를 직접 뽑아 무상으로 가짜석유 여부를 분석해주는 서비스다.

작년 11월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높은 호응속에 올해 2월 의왕톨게이트를 시작으로 7월 인천시청 주차장까지 전국 24곳을 돌며 무상분석서비스를 실시했다.

석유관리원은 앞으로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고려해 무상분석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 운영해 나갈 방침이다. 또 가짜석유 불암감 해소 및 근절효과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선보일 계획이다.

◆거래상황 모니터링으로 가짜석유 '봉쇄'

석유관리원은 최근 가짜석유 근절과 관련해 새로운 거래상황 보고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유통시장 거래상황 실시간 모니터링이 그것이다.

이는 정유사와 수입사, 대리점, 주유소간 석유제품 물량과 유종이 거래되는 상황을 매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동안의 거래상황 보고는 주유소와 대리점이 각각의 협회에 한달간의 실적을 보고하고 협회가 이를 석유공사에 전달한 후 석유공사가 지자체와 석유관리원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짜석유 단속을 위해 촉각을 다투는 석유관리원 입장에서는 짧아도 한달, 길면 두달이나 걸리는 거래상황 보고가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거래상황 보고를 받은 후 미심적인 부분을 발견, 현장을 찾아가면 가짜석유를 발견하긴 이미 늦은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관리원은 이 방식이 도입되면 가짜석유 적발률이 기존보다 2배 이상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적발률은 2% 수준.

특히 매일 거래상황을 확인하다보니 미심적은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그에 따른 발빠른 대처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부에서도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 이 방식이 필요하다는 공감하고 있는데다 대략적인 예산안도 나온 만큼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석유관리원은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방식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기존 대리점 및 주유소 사업자들과 적잖은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방식에 불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POS 시스템에 연동하는 방식이다보니 자칫 자신들의 거래내역이 전부 넘어가게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석유관리원측은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 거래 유종과 물량만 확인하려는 것일뿐 다른 목적을 갖고 추진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나타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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