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636억 절감…내년 1월부터 의무화

여천NCC(주)는 3년 전인 2003년까지 만해도 ‘에너지 먹는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나프타를 열분해해 석유화학산업 기초 원료를 생산해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업체인 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았다. 연간 소비하는 에너지사용량은 20만2616TOE(석유환산톤)에 달했다. 여천NCC는 에너지소비를 줄여보고자 에너지진단을 받은 결과 산업공정에서 에너지절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여천NCC는 83억5000만원을 투자해 예전보다 11%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줄여 73억400만원을 절약했다. 투자비용은 1년 1개월 만에 회수했다.

 

◆사업장 건강검진 ‘에너지진단’
‘에너지진단’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하지만 에너지진단은 돈이 되는 단어다. 알게 모르게 새고 있는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바뀌어 주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아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찾는 것처럼 에너지 다소비사업장도 에너지진단을 받아 효율적인 에너지절감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에너지진단에 대해 ‘전문 기술인력으로 구성된 진단기관이 사업장의 에너지 사용 시설에 대해 설비를 포함해 에너지의 공급부문ㆍ수송부문ㆍ사용부문 등 전반에 걸쳐 에너지이용 현황파악, 손실요인 발굴 및 에너지절감을 위한 최적의 개선안을 도출하는 기술 컨설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개별사업장이 진단전문기관으로부터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 여부에 대한 진단을 받도록 함으로써 사업장의 에너지이용현황 파악, 손실요인 발굴 및 에너지절감을 위한 최적의 개선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에너지진단은 크게 열진단과 전기진단 두 개로 나눠진다. 열진단은 열발생설비, 열수송설비 및 열을 사용하는 설비 및 건축물에 대해 열이용효율 향상으로 얻을 수 있는 연료절약요인을 도출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전기진단은 수ㆍ배전설비와 전력사용설비 등 전력사용과 관련한 설비 및 건축물에 대해 전기이용효율향상으로 얻을 수 있는 전력절감요인 도출과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에너지진단 대상 업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연간 2000TOE 이상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 매 5년마다 에너지진단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에너지진단 의무대상 사업장의 수는 약 2500여개로 이들 사업장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국내 총에너지 사용량의 33.3%에 달한다.

대상사업장에 대해서는 최근 5년간 에너지절감실적에 따라 최초 진단일정을 정하고 진단주기가 도래한 전년도 6월 말까지 진단주기와 진단기관 현황 등 진단신청에 필요한 사항을 통지할 계획이다. 단 진단배정연도 이전에 진단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희망연도를 우선 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간 에너지사용량이 20만TOE이상 대규모사업장에 대해서는 10만TOE이상의 사용량을 1구역으로 해 3년 주기의 부분진단을 인정토록 했다. 또 연간 에너지사용량이 2000~5000TOE 미만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진단비용의 70%를 정부가 지원해 제도의 실시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에너지진단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학도 산자부 에너지관리팀장은 “에너지진단 의무 시행을 통해 진단대상 사업장의 에너지절감, 기업의 경쟁력 향상 및 산업부문의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일 것”이라며 “에너지저소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단 안내에서 사후관리까지
에너지진단을 위한 주요 진행절차는 크게 ▲에너지진단실시 안내 ▲진단신청 ▲진단일정 확정 및 진단계약 ▲현장진단 ▲진단보고서 작성 및 송부 ▲사후관리 실시 등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에너지진단 관리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은 진단대상사업자에게 진단신청에 필요한 사항을 진단 전년도 6월 말까지 통지해야 한다. 또 진단대상사업자로 통지받은 사업장은 진단수행계획을 수립하고 진단기관을 선정해 희망진단기관에 진단 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사업자는 진단기관과 진단일정, 인원 및 진단범위를 협의해 진단개시 7일 전까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때 진단기관은 진단수행 일정을 진단대상사업자와 에관공에 통보해야 한다.
계약을 마친 진단기관은 현장에서 에너지진단을 통해 설비성능시험 및 운전 상태를 파악하고 손실요인 발굴 및 효율적 개선방안, 경제성을 분석한 진단보고서를 작성, 제출해야 한다.
에관공은 진단이 종료되고 일정기간이 경과 후 사후관리 실시를 통해 진단결과 개선안 이행율 조사 및 기술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김팀장은 “사후관리를 통해 진단보고서 확인 및 기술 지원을 함으로써 진단제도의 부실화를 예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단계별 진단방법은 ▲사전조사 ▲현장진단 ▲분석 및 보고서 작성 등 3단계이다.
사전조사 단계에서는 에너지 이용시설 및 설비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현장진단 일정, 각종 자료 및 진단 지원사항, 진단보고서 제출일자 등에 대한 상호 협의 및 정보교환이 이뤄진다.
다음 현장진단 단계에서는 설비별 에너지 사용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에너지진단 세부계획 수립 ▲측정장비에 의한 현장중심 진단 실시 ▲에너지 운영시스템 점검 ▲설비별 운전성능 및 운전상태 파악 ▲에너지 손실요인 및 개선방안 도출 ▲도출된 개선방안에 대한 투자경제성 분석 ▲진단결과 도출된 개선방안에 대한 설명 ▲에너지관리기준의 이행실태 확인 등의 세부사항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분석 및 보고서 작성 단계에서는 현장진단시 나타난 개선방안을 상세하게 분석해 진단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협의된 기간 내 제출한다.
이 때 진단대상사업자는 에너지진단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에너지진단 수행에 필요한 자료 및 관계도면을 제공하고 대상시설 및 설비의 현장 안내와 설명을 해야만 한다.

한편 에너지진단 전문기관은 1종과 2종으로 나눠서 업무 수행범위를 구분한다. 1종 진단기관은 식품ㆍ섬유ㆍ제지ㆍ목재ㆍ화공ㆍ요업ㆍ금속산업 등의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에너지진단을 시행한다. 2종 진단기관은 이들 중 연간에너지사용량 1만TOE 미만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에너지진단을 시행한다. 김팀장은 “에너지진단전문기관은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시행령에 근거, 진단업무에 필요한 장비 및 기술인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라며 “에너지진단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 산자부 장관으로부터 지정을 받은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1036개 업체 에너지진단받아 3626억원 절감

발전회사인 중부발전(주)의 보령화력본부는 지난해 에너지진단을 통해 총 에너지사용량 199만9323TOE 중 10만4028TOE를 절감한 결과 연간 128억1900만원의 절감효과를 봤다. 이 회사는 에너지진단을 받은 개별사업장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업체라는 '악명'을 떨치고 가장 큰 절감효과를 거뒀다.

이 회사와 같은 에너지진단 대상기관이 들어나면서 국가적 에너지 절감효과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산자부는 이들 사업장이 에너지진단을 통해 산업구조를 효율적으로 개편할 경우 약 10% 정도의 에너지 손실요인을 조기에 개선할 수 있어 연간 49만4000TOE의 에너지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간 약 1481억원이 절감되는 효과다.
김팀장은 “고유가에 대응한 에너지이용 효율화 및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며 “에너지절약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보다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자율적으로 시행된 에너지진단 실적 현황을 보면 기대효과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에관공이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한 ‘연도별 에너지 정밀진단ㆍ중소기업에너지진단ㆍ전력수요관리진단 실적 현황’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 503개 업체가 에너지진단을 받아 총 에너지사용량 302만1000TOE 중 26만4000TOE를 절감해 연간 871억원의 절감이익을 얻었다. 이는 시설투자비 1197억원을 고려할 때 약 1년4개월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었다.
2004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1036개 업체가 에너지진단을 받았으며 총에너지사용량은 1330만6000TOE였다. 이들 업체들은 112만4000TOE를 절감해 연간 3626억원의 절감효과를 봤으며 평균 1년10개월 만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는 553개 업체가 에너지진단을 받고 총 에너지사용량 411만9000TOE 중 45만2000TOE를 절감해 연간 1645억원의 절감효과를 보고 있다.

 

TOE(Ton of Oil Equivalent) : 석유환산톤
석유·가스·전기 등 각각 다른 종류의 에너지원들을 원유 1톤의 발열량인 1000만㎉를 기준으로 표준화한 단위로, 1TOE는 일반승용차가 서울-부산을 16번 왕복한 수 있는 휘발유량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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