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에너지기업으로의 제2 도약 의미 퇴색 우려

[이투뉴스] 현대오일뱅크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올 상반기 가짜석유 적발률에서 정유 4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

현대오일뱅크는 2010년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이후 2년여간 이미지 개선과 함께 종합에너지기업 변신을 시도해왔는데, 그런 노력이 빛바랠 위기에 몰린 것이다.

최근 홍일표 의원(새누리당)은 한국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올 상반기 정유 4사의 가짜 석유 적발률이 현대오일뱅크가 2.2%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2242건 검사에서 49건이 적발됐다. 이어 에쓰오일 1.4%, GS칼텍스 1.3%, SK에너지 1.2%순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작년 10월 가짜석유 신고에 500만원을 포상하는 제도를 시행해 유통질서를 자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이 같은 결과가 더욱 곤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현대오일뱅크는 이 같은 불명예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측은 포상금제 신고 이후 아직 포상금을 지급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가짜석유 근절에 자신감이 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유 4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가격(공급가)이 서로 차이가 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오일뱅크 공급가가 대체로 저렴한 편으로 알려졌는데, 가짜석유 제조업자들이 더 큰 이익을 남기기 위해 제조에 싼 현대오일뱅크 기름을 사용한게 아니겠냐는 것.

2007년부터 올해 7월까지 누적된 가짜석유 적발건수로는 SK에너지가 596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올 상반기만 기준으로 모든 비난을 받고 있는 것도 현대오일뱅크에게는 억울한 상황이다.

이번 불명예가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 더 뼈아픈 것은 지난 몇년간 이미지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온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한동안 정유 4사중 4등 이미지가 강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이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제자리 지키기에 바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면서 확실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땅값이 비싼 지역에 현대오일뱅크폴 주유소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섰다.

소극적인 행보에서도 탈피, 정부 정책에도 동참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언급했던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 포상금제도를 운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뜰주유소 물량공급에도 참여하면서 정부 정책도 따르고 점유율도 올리는 1석2조 효과를 누렸다. 점유율의 경우 올 초부터 매달 1%씩 급상승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점유율 1%를 높이는데 1조원이 비용이 든다고 볼 정도로 점유율 높이기는 쉽지 않다. 현대오일뱅크는 몇조원에 버금가는 효과를 단시간에 얻은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와 함께 다양한 신사업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정유사업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종합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해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화학산업 원료인 벤젠·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제2 BTX공장 설립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쉘과 함께 현대쉘베이스오일 합작법인을 설립해 하루 2만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윤활기유 공장을 세워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도 세웠다.

또 울산신항에 대규모 유류저장시설 사업을 진행해 최대 5만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시설과 30만킬로리터 규모의 저유소 시설을 설립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2 도약을 꿈꾸는 중요한 상황에서 주요사업이 타격을 받게 되면 자칫 기업 전체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도 있다.

지난 2년여간의 노력과 종합에너지기업으로의 체질개선 시도가 가짜석유 적발률 1위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가려 퇴색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측은 계열 주유소에 수시로 품질검사를 하고 가짜석유가 적발된 곳은 계약해지 후 재가입을 받지 않는 등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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