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전력계통 안정성 '적신호'
송전망·전력계통 안정성 '적신호'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2.10.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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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파급방지장치(SPS) 가동 2006년比 2배 수준
송전망 확충 차질·발전소 지역편중이 원인
전력피크·계통불안 겹치면 대형정전 초래
▲ 국가 전력계통 현황도 <2011년 6월 기준>   ⓒ전력거래소

[이투뉴스] 국가 산업·경제의 대동맥인 송전망과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최근 수년간 크게 취약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고장파급방지시스템(SPS ; Special Protection System) 가동현황<표>' 통계를 통해서다. 일부 계통운영(SO) 당국자들이 제기한 전력망 불안정화가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특정 지역의 정전사고나 고장이 광역정전(블랙아웃)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최근 전력 수급난과는 또다른 차원의 위험요인이 상존해 있다는 얘기다.  

14일 본지가 전력거래소에 집계를 요청해 파악한 이 통계에 따르면, 전력수요가 연중 최고조에 이르는 매년 하절기 기준 SPS 가동건수는 2006년 29건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 56곳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돼 계통 안정성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SPS란 거미줄처럼 하나의 망(網)으로 얽혀있는 특정 전력계통에서 발생한 계통분리나 발전기 탈락, 송전선 사고가 전체 망으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해주는 일종의 망보호 소프트웨어다. 피해가 해당지역에만 국한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에 비유하면 심장(발전소)이 펌프질한 혈액이 적정혈압을 유지하며 각 장기로 공급돼야 하는데, 혈관(송전선)이 좁거나 막혀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동맥을 일시 차단하거나 우회시켜 몸 전체에 영향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응급처방이랄 수 있다.

그래서 이 시스템 가동이 늘었다는 것은 전반적인 계통안정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SPS는 정부 관련법에 따라 임시운영을 전제로 기준이 만들어졌다. 송전망 확충이나 발전원 분산 등의 근본적인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쓰는 한시적이며 특수한(Special) 처방이란 뜻이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즉각적인 후속조치가 어려운 최근에는 이런 본래 기준이 무의미할 정도로 가동횟수나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여기저기 새로 환부가 생겨 반창고를 붙이는 곳도 늘어나고, 당장 치료도 못하니 그걸 떼지도 못하는 상황과 같다"면서 "만약 이렇게 임시로 대처한 곳에서 SPS의 오동작이나 부(不)동작이 발생하면 전체 전력망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수년사이 이처럼 확연히 낮아진 것은 송전선 확충지연과 발전소 지역 쏠림현상에 그 원인이 있다. 늘어난 발전소와 전력생산량에 비례해 송전망이 제때 구축되지 못해서다.  

현재 새로 건설되고 있는 대형 원자력·화력 발전소도 기존 부지를 활용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공급원 편중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SPS 처방'이 대형 발전단지 인근이나 연계선로에 집중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실제 석탄화력·원자력발전소가 몰려있는 일부 서해안 발전단지와 동해 남부 대형 원전단지 인근에서는 기존 송전선 포화로 경미한 고장에도 발전기와 계통을 분리하는 응급조치가 드물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만약 전력수급상황이 빠듯한 전력피크 때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사태 수습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와 전력거래소 측도 이 문제를 분명히 인지하고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 관계자는 "계통안정성이 점차 불안정 상태로 가고 있는데 송전탑 건설반대 민원 등의 문제로 당장은 SPS 등 기술적 해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익 차원에서 합리적 대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모르지만 대형 발전소가 추가로 계통에 들어오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면서 "설비보강이 늦춰질수록 잠재적 피해 우려지역도 더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전선 건설·운영(TO)을 맡고 있는 한전도 문제인식의 궤는 같이 하고 있다. 다만 한전은 일정수준의 계통 취약성을 안고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며, 설비증설에 앞서 기존망의 효율적 이용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 계통계획팀 관계자는 "최상의 계통조건을 위해 완벽한 송전선을 구축하려면 전 국토가 송전탑 밭(田)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정한 기준을 충족할 망을 구축하되 신규건설이 최소화되는 분산형 전원 구성을 통해 기존 송전선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우선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통 불안정화가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내부적 판단으로는 현행 계통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즉답한 뒤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발전사업 신청을 평가할 때 기존 송전망 여건을 고려해 여유가 있는 쪽으로 안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력거래소 한 임원은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전력난은 발전소 증설로 2014년 이후 해소될 수 있겠지만 계통포화나 투자지연은 단기간에 개선될 성질이 아니란 점에서 가볍지 않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력거래소 측은 발전사 사장 출신인 남호기 이사장의 지시로 이 문제에 대한 현황파악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관련 연구용역을 일본 전력청 출신 인사가 포함된 학술기관에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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