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올해 들어서만 에너지자원 공기업 중 몇 곳의 수장이 바뀌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어떤 곳은 임기를 채운 반면 또 다른 곳은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던졌다. 

연임 또는 이직이 유력했던 A사 수장은 각종 의혹에 두 마리 토끼를 좇다 모두 놓치는 형국이 되고 말았으며, 또 다른 B사의 수장은 윗선의 지적에 발끈하며 자리를 박찼다. 또 다른 C사의 수장은 더 높은 위치에 서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적극 활용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공기업의 수장이라는 자리는 때가 되면 뀌는 게 당연하다. 때문에 임기 말에는 대부분 수장들은 그동안 자신이 추진해오던 과제를 마무리 지으려고 애쓴다.

해당 공기업 직원들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한다. 앞으로 새로 자리를 맡을 수장에게 업무보고도 용이하고,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장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수장이 바뀌는 과정이 갑작스럽거나 잡음이 일 경우 모든 것이 꼬인다.

각종 의혹에 시달렸던 한 수장의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그동안 미뤄왔던 사업을 밀어붙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온갖 공약(空約)도 나와 힐난을 받기도 했으나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리를 갑자기 떠난 다른 수장은 자신이 몇 년 간 진행해왔던 사업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지만 단 한마디의 해명도 않은 채 입을 닫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곳의 후임 사장은 자신이 벌이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집중 추궁을 당하며 곤혹을 치르는 아픈 상황을 겪었다.

자신의 자리를 발판삼은 한 수장은 내부 조직을 마음대로 휘저어놓고 여러 프로젝트를 벌여놓은 채 떠났다. 내부에서만 설왕설래를 남긴 게 아니라 이런 저런 뒷말까지 오고가다 보니 새롭게 그 자리를 맡은 수장은 적잖이 머리가 아픈 눈치다.

물론 가장 큰 혼란을 겪는 것은 해당 공기업에서 업무에 임하는 종사자들일 것이다.

하지만 공기업은 그곳에 몸담고 있는 그들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국민은 물론 국가 100년 대계(大計)를 위한 곳이라는 것이다. 이런 공기업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요즘 이들 공기업 관계자들에게 궁금한 사안을 물어보면 들려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하다. "사장님이 새로 오시다보니…"라며 말끝을 흐리는 양상이다. 불과 몇 달 전에 추진하던 사업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것.

이 말 한마디에 전임 사장과 신임 사장 간 인수인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과, 이로 인해 종사자들이 겪는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공기업임에도 불구 사업의 연속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이들 공기업들이 늘 외쳐왔던 "자원개발과 관련된 사업은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말과는 너무 다르다. 집안의 곳간 열쇠도 주고받는 과정이 중요한데, 하물며 한 국가의 에너지자원사업은 어떤가.

에너지자원 100년 대계를 위해서라도 더욱 책임감 있고 신뢰받는 공기업이 되고, 이를 책임지는 수장의 모습을 기대한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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