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독일 본 물리쳐
직원 500명 상주, 年 3600억원 경제효과 기대

gcf유치가 확정된 후 박재완 장관 등 유치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투뉴스] 우리나라가 독일 스위스 등 쟁쟁한 경쟁국을 물리치고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를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유럽 국가들의 강한 지지를 받은 독일과 최종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제대로 된 국제기구를 국내에선 처음으로 유치한 것이다.

이날 투표는 24개 이사국이 참가, 유치를 신청한 6개국 중 득표율이 가장 낮은 국가를 차례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사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투표권조차 없는 상황에서 한 단계씩 뛰어 넘어 마지막으로 독일까지 제친 것이다. GCF본부는 11월말∼12월초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8)에서 승인받으면 최종 확정된다.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기후변화기금의 조달과 집행을 담당할 예정인 국제기구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 규모로 기금을 조성,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인천 등 주변지역 경제활성화 큰 기대
190여개국을 회원국으로 두고 있는 GCF는 환경 분야의 월드뱅크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주 직원도 초기에는 500명 규모로 출발, 2020년에는 2000명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직원 및 가족의 거주, 국제회의 대표단의 숙식 등으로 인천 및 인근 지역의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CF본부 유치시 연간 38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듯 GCF는 당사국 총회를 가진 국제기구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기존의 유치한 소규모 국제기구나 국제기구 지역사무소와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환경 관련 대규모 국제기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구의 절반이 넘는 아시아에서도 최초라는 평가다.

우리나라가 GCF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후변화와 녹색성장부문 등에서 달라진 국가 위상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기획재정부-환경부-지경부-외교부 등 정부의 전방위 유치노력도 더해졌다. 한승수 유치위원장 등 민간의 노력과 함께 송영길 인천시장 역시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싸이도 유창한 영어로 ‘송도스타일’을 부르는 등 유치활동에 참여했다.

GCF는 금주에 국제기구로 공식 출범해 녹색성장 전략을 담당할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녹색기술 연구와 국제적인 전파를 담당할 녹색기술센터(GTC-K)와 함께 ‘녹색 트라이앵글’을 구성할 전망이다. 기후변화를 포함한 녹색성장 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역할을 통해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재원조달 등 갈 길 아직 험난
“녹색기후기금(GCF) 유치로 무슨 커다란 경제효과가 당장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GCF 유치에 대한 기대효과를 논하면서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 연간 수천억원의 경제효과를 누릴 것이란 보도가 쏟아진데 따른 과도한 기대감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 기금규모 등 아직은 혼선을 빚고 있는 GCF의 현실을 직시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GCF의 앞날은 기금규모가 결정할 전망이다. 벌써 그 규모를 둘러싸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기금이 최소 8000억 달러는 된다는 전망부터 실제 걷히는 돈은 훨씬 미치지 못 할 것이라는 예상이 서로 뒤엉켜 있다.

당초 2010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는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를 조성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매년 1000억 달러씩 2020년까지 조달하는 것인지, 모금액을 차차 늘려 2020년에 연간 조달액을 1000억달러 규모로 만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매년 1000억달러를 모은다면 2020년에 기금액이 8000억 달러에 이르지만, 2020년부터 1000억달러를 모금하면 그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된다. 실제 이 문구를 놓고 개도국은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씩”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선진국은 “매년 늘려나가 2020년에 내는 규모를 1000억 달러로 하자”고 맞서는 상황이다.

더불어 이 재원이 모두 GCF 기금이 될지 불투명할뿐더러 누가 얼마나 낼지에 대해 아무런 합의가 없는 것도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미적지근한 미국을 비롯해 적극적인 유렵 역시 최근의 경제위기로 자발적으로 재원을 내 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GCF본부 유치의 의미를 평가절하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기금규모 등은 조금 지연되더라도 국제기구 토대에서 모든 국가가 약속을 한 만큼 기후변화를 총괄 대응·지원하는 국제기구로서의 역할은 변함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을 선도해 나가는 우리나라의 위상강화도 자연스럽게 뒤따라 온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는 분석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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