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와 녹색성장
PSY와 녹색성장
  • 허은녕
  • 승인 2012.10.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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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유명가수 수준에 머물러 있던 가수 싸이(PSY)는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추어 말춤을 따라 추는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 그의 노래 가사에도 나오듯이 남이 뭐라 하던지 미치게 신나게 놀아보았더니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다. 영어가 아닌 노래로 주요국 가요순위 1위를 차지하고, 빌보드 차트에 수 주간 2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녹색성장 선언도 발표되었던 2008년에는 그저 새로운 정부의 구호 정도로 인식되었다. 올해 초에는 심각한 비판론도 있었다. 그러다가 올해 가을 들어서 갑자기 국제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한달 전만하더라도 독일에 밀려 선정 가능성이 적다고 하던 ‘녹색기후기금(GCV)’을 10월 19일 제2차 녹색기후기금 이사회에서 송도로 유치하는데 성공하였고, 이후 23일에는 2010년 6월에 자그마하게 시작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가 18개 회원국을 거느린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로 공식 출범했다.

한국에 있는 국제기구는 현재 서울대학교 연구공원에 있는 국제백신연구소(IVI)가 유일하다.  그런데 올해 가을에만 두 개의 국제기구가 한국에 생긴 것이다. 190여개국을 회원국으로 하고 수백명이 근무할 것으로 예상되는 본부 조직을 갖출 GCF는 환경 분야의 월드뱅크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주요 국제기구다. 유엔 산하 국제금융기구로, 향후 기후변화 분야에서 개도국을 지원하는 기후변화 장기재원의 조달과 집행을 담당하며, 2020년부터 매년 1000억 달러 규모의 재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녹색성장기구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경험을 공유하고, 개발도상국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동시에 지원하는 국제기구이다. 한국이 이제 UN 사무총장, World Bank 총재 취임에 이어 국제기구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국가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두 기관의 유치 및 출범에 관련된 홍보 기사는 대부분 고용, 지출, 경제성장 효과들을 언급하고 있다. 정부관계자가 ‘GCF의 유치는 대형 글로벌 기업 하나가 우리나라에 새로 들어온 것과 같은 경제적 효과를 낳는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두 기구를 유치한 참 의미가 과연 국내 경제성장인지 정말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둘 다 녹색성장과 깊이 관련된 조직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당연히 국내 선언의 수준이었던 녹색성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며 또 세계 녹색성장 정책의 주도권을 한국이 가지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언급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기회에 어떻게 세계 녹색성장에 기여할 것인가를 설명할 것이라 기대하였다. 그런데 그 보다도 국내 경제적 효과가 더 먼저 나오는 것을 보니, 마치 PSY의 노래가 크게 히트함으로써 우리나라 대중음악 및 문화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된 측면보다 싸이가 과연 얼마나 벌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가십기사를 보는 기분이다.  두 국제기구가 국제산업단지나 국제기업 유치 수준으로 격하된 것이다.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가 많은 돈을 퍼부어야 할 것이라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는 이미 GCF를 유치하기 위해 건물·운영비 제공, 2017년까지 4000만 달러의 개도국 역량강화 지원 등을 GCF이사회에 제안했다. 녹색성장 관련 기구가 둘씩이나 생겼으니, 차기정부의 에너지환경정책이 많은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고 보니 차기대통령 후보 진영 어느 곳에서도 관련 논평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두 기관의 유치와 창립이 기획재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라 하는데, 그럼 우리나라 기후변화협약이나 저탄소녹색성장정책의 주무부서들인 녹색위원회, 지경부, 환경부, 외통부 등은 무슨 역할을 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 의장은 GGGI가 녹색성장으로 가는데 촉매제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면서, “기존의 방식보다 더 좋다는 것을 민간기업 등에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두 기구가 설립되었으니, 남은 건 잘 수행하고 또 발전시키는 것이다.  미래의 진정한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하여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숙고하여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 같다. 참, PSY의 다음 앨범이 강남스타일 못지않게 대박이 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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