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자구책에 싼 곳 찾는 운전자 늘어…점유율 10% 육박

 

고유가 속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주유소를 찾는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셀프주유소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투뉴스] 전국적으로 셀프주유소 개수가 급증하고 있다. 높은 기름값에 주유소 업계 지형도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전국적으로 셀프주유소 숫자는 조만간 1000개소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를 기준으로 보면 점유율이 1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관련업계 및 주유소협회의 지역별 주유소 현황에 따르면 올해 들어 셀프주유소 증가율이 한층 빨라졌다. 1월에 650개였던 셀프주유소는 2월에는 667개로 17개가 늘어나더니 다음달에는 무려 54개나 증가해 721개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증가세는 계속됐다. 4월 763개에 이어 5월에는 775개, 6월에는 823개로 800개를 처음으로 넘었고 7월 876개, 8월 898개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1월 170개였던 경기도 지역의 셀프주유소는 8월에는 245개로 75개나 늘었다. 약 45% 에 달하는 셀프주유소가 반년새 새로 생긴 셈이다.

이어 1월 65개에서 8월 98개로 33개가 늘어난 경남이 뒤를 이었다. 서울 지역도 1월 50개에서8월에는 64개를 기록했다. 반면 제주도는 이 기간 단 한곳의 셀프주유소도 생기지 않았다.

이 같은 셀프주유소의 지속적인 증가세는 최근 침체된 주유소 시장 분위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는 주유소가 인건비 절감 등 자구책 차원에서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셀프주유소를 찾는 운전자가 늘어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몇년새 주유소 경영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2008년 8.1%였던 주유소 휘발유 매출이익율은 올해 1분기 4.3%로 4년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서 카드수수료 1.5%를 제할 경우 이익률은 2.8%로 떨어진다. 또 인건비, 주유기 감가상각비 등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장사를 하는 셈.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이 줄어든 것도 경영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은 1991년 1973드럼에서 작년 987드럼으로 5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 기준으로 2000드럼 이상 판매한 주유소는 전체 주유소 중 8.4%에 불과했고 1000드럼 미만은 64.9%나 됐다. 500드럼도 못파는 말그대로 생존이 힘겨운 주유소가 28.2%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유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폐업 또는 운영비 절감, 알뜰주유소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운영비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해 주유원을 줄여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무료 제공하던 기념품을 없애는 것 등이 보편적이다.

결국 셀프주유소 급증세는 주유소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셀프주유소를 찾는 운전자가 늘고 있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오피넷에서 서울 지역 각 구마다 싼 가격순으로 5위까지 순위를 나타낸 표를 보면 대부분 지역에서 적어도 한 곳은 셀프주유소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셀프주유소 비율로 보면 적지 않은 수치다.

직접 주유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젊은층이 주로 셀프주유소를 이용했다면 최근에는 이용층이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한 셀프주유소 사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셀프에 익숙하지 않는 운전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알아서 잘 주유하고 간다"고 말했다. 셀프주유소가 그만큼 익숙해진 셈이다.

또 오피넷 등 주유소 위치와 가격을 알려주는 서비스가 구축돼 스마트폰으로 주유소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셀프주유소 처럼 싼 가격을 내건 주유소에겐 장점으로 작용한다. 오피넷은 고유가 때문에 싼 주유소를 찾으려는 방문자가 하루 15만명에 달할 정도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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