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연구기관의 용역으로부터 시작해 반년이라는 시간의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려놓고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집행을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 아닙니까”

“제도가 있음에도 환경에 따라 달라져 임의대로 행정을 펼친다면 규정이 무슨 소용입니까. 매년 힘들었지만 올해는 더하네요. 관례처럼 될까봐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정해진 시스템으로 당연히 이뤄져야 할 행정에 정치적인 논리가 우선되다보니 원칙은 없는 셈이죠. 아무리 공익적 특성을 감안한다 해도 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정입니다”

서울시의 도시가스 공급비용 행정에 대한 도시가스사 담당자들의 불만이다. 불만을 넘어 이젠 신뢰를 찾기 어렵다. 서울시가 수차례 약속을 어기다보니 생긴 일이다.

공급비용은 도시가스사의 1년 농사라 불릴 정도로 수익구조의 근간이다. 각 시·도는 매년 연구기관에 용역을 의뢰해 이를 바탕으로 공급비용을 조정한다. 정부 지침인 산정기준에 따르면 요금 승인권자는 매년 7월 1일까지 확정·적용할 것을 명시해놓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4월 연구용역을 의뢰해 7월에 최종 방안을 결정했다. 도시가스사와의 협의과정 중에 일부 잡음이 일기도 했으나 8월 말경 물가심의위원회를 열어 상정안을 논의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결국 공약(空約)이 됐다. 추석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이 내세워졌다. 당시 서울시 담당자는 “안한다는 것이 아니라 추석 이후에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이후 조정하겠다는 구두약속도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또한 공약(空約)으로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젠 올해 조정이 어렵다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한 양상이다. 이번엔 대선이라는 변수를 내세웠다.

지난달 25일 서울지역 5개 도시가스사 사장단과 임원진이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을 면담했다. 서울시 측의 요청에 의해서다. 하지만 한 가닥 희망을 가졌던 도시가스사 측은 “대선이 있을 때 공공요금을 인상한 전례가 없다”는 서울시의 입장만 전해들었다.

다음날인 26일에 또 다시 서울시와 도시가스사 실무진 간 만남이 이뤄졌으나 언제 물가심의위를 열지 모른다는 얘기만 듣는 자리가 됐다. 물가심의위를 열기 위해서는 통보절차 등 최소한 보름 이상이 필요하고, 대선이 12월 19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문제는 그만큼의 경영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고, 이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공급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나 안전·안정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물론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행정이다.

무엇보다 서울시 행정에 대한 믿음과 시스템 부재가 안타까움을 더한다. 효율적인 행정은 상호 신뢰와 일관성을 가질 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매년 쉽지 않았던 서울시의 도시가스 공급비용 조정이지만 올해가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