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위 "전기요금 손대라" 대통령에 직언
녹색성장위 "전기요금 손대라" 대통령에 직언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2.11.2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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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제 개편안 확정 후 조만간 개별보고
한전 판매부문 분사 발전사 판매겸업 허용 추진

[이투뉴스] 이명박 정부의 최상위 녹색성장 정책 심의·조율기구로 출범해 현 정부 이임과 함께 조만간 숙명을 다하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전기요금을 녹색성장 저해요인으로 지목해 단두대에 올린다.

녹색위 위원장이 대통령에 별도 대면보고 형식으로 전달하게 될 전기요금 개편방향(안)에는 ▶요금 인상 및 실시간 요금제 도입 ▶스마트그리드 전면 확대 ▶소매 전력시장 경쟁도입 등의 중대사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임기말 정부가 이 제안을 얼마나 수용할지, 또는 차기정부 정책반영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MB정부 에너지·환경정책 콘트롤 타워의 사실상 마지막 '직언'이라는 점에서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색위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녹색산업혁명을 위한 전기요금제도 개편방향' 공청회를 통해 향후 전기요금 및 전력산업 개편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통령 보고안을 정리 중이다.

애초 녹색위는 이달말께 대통령이 주재하고 각 부처 장관이 배석하는 연례 녹색성장보고대회를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 했으나 청와대 일정 상 대회 개최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수길 녹색위 위원장은 행사 직후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VIP에 보고되는 안(案)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녹색성장보고대회가 취소돼 별도로 자리를 만들어 보고드리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앞서 양 위원장은 이날 기조발표 첫머리에서 "If not now, when? If not us, who?(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리가 아니면 누가?)"란 한 문장을 프리젠테이션 화면을 띄워놓고 시선을 끌어 모았다.  

그러면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는 이명박 정부가 꿰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문제를 제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양 위원장은 "대한민국 녹색성장은 지금 첫 번째 큰 도전에 봉착해 있다. 이제부터 녹색성장을 활성화해 나가야할 단계"라면서 "그러나 녹색산업혁명의 필수 관건이 되는 전기요금제도가 아직 이를 저지하는 '갈색성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바 이 체제가 고수되는 한 녹색성장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갈색성장'은 화석연료 대량 소비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지속 불가능한' 기존 경제 체제를 '녹색성장'과 비교해 비꼰 말이다.

이날 양 위원장과 녹색위 민간위원 중심의 연사들은 현행 전기요금 체계와 전력산업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 한 소위 '녹색산업 혁명'은 헛구호와 헛심에 그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전력산업의 위기와 대응'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전기를 경합성과 배제성을 모두 갖춘 '사적 재화(private good)'로 정의한 뒤 "위기의 원인은 전기에 대한 정확한 인식 부족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기는 공공재가 아니라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마이너스 외부성이 있어 탄소세나 배출권 가격 등의 부과 대상"이라며 "우선 결정된 연료비 연동제라도 즉시 시행하고 용도별 요금제 폐지 등을 통해 가격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녹색위는 내년 7월부터 연료비 연동제와 전압별요금제를 도입하고 2014년부터는 실시간 요금제를 시범 도입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같은 전기요금제 개편이 녹색산업 혁명을 위한 출발점이라면 스마트그리도 전면 도입은 기존 전력산업 시스템의 근간을 쇄신하는 핵심 인프라 구축방안으로 제시됐다.

문승욱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이어진 '스마트그리드 조기구축으로 녹색산업 혁명 달성'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원자력을 하자', '신재생을 하자' 공방 이전에 인프라를 바꿔야 한다. 3년전 했던 얘기를 아직 반복해야하고 답답하다"며 포문을 열었다.

문 교수는 "이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치를 갖고 나온 것은 시의적절했으나 정작 그렇게 하자면서 시스템은 바뀐 것이 없어 진실성이 있나 의심하는 단계가 됐다"며 "원자력발전소 더 짓고 양수발전소만 늘릴 게 아니라 원전에 스마트그리드를 붙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 교수와 녹색위 측은 ▶제주도 전역을 글로벌 스마트 그리드 플랫폼으로 구축하고 ▶스마트그리드를 주도적으로 이끌 정부 기관(가칭 '스마트그리드 진흥원') 설립하며 ▶스마트그리드 거점도시 사업 전국 동시 시행 및 전국 규모 조기 구축 등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특히 한전 및 발전자회사의 스마트그리드 투자를 의무화하고 민간사업자의 투자를 활성화 하되 전력망 수급계획과 장기에너지수급계획에 이런 내용이 담겨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그리드가 한전 중심의 기존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듯 "지금까지 안정적 전력공급만이 전력산업의 미션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력수급을 포함해 전기차, 신재생에너지까지 전력산업이 이끌어갈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녹색위는 이번 개편안에서 소매 전력시장을 단계적 경쟁 도입을 제안할 예정이다.

연내 요금현실화가 완료되는 것을 전제로 내년 7월부터 대규모 산업용 및 1000kW 이상 일반용을 대상으로 소매경쟁을 붙이자는 주장이다.

이때 한전의 판매부문을 분사해 복수의 판매사업자를 신설하되, 발전사의 판매겸업 및 민간 판매사업자의 신규진입은 허용한다는 방안이다. 한전에게는 송배전·계통운영을 통합한 전력망 사업자 및 디폴트 판매자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양수길 위원장은 이와 관련, "한전은 발전소 신규건설 투자만 전전긍긍하지 말고 스마트그리드에 투자하면 된다. 소매경쟁시장을 내놓는다고 손해본다는 생각할 필요없다"며 "(그렇게 생각한다면)그게 갈색성장 시대의 잔재"라고 일침을 놓았다.

녹색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AMI(양방향원격검침) 보급이 완료되면 경쟁대상을 전 고객으로 확대하고 전기위원회를 독립규제기관화하여 광범위한 규제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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