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일 자가열병합발전협의회 회장

강병일 자가열병합발전협의회 회장
[이투뉴스] 기상청은 올 겨울을 예년에 비해 극심한 한파와 폭설이 잦을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1월 예비전력이 당국의 전망대로 127만㎾로 떨어지고 발전용량이 100만㎾정도인 원전 한 기라도 이상이 발생한다면 나라 전체가 다시 한번 블랙아웃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체 23기 원전 중 월성1호기는 고장으로 멈춰 섰으며, 고리 3호기 등 4기는 예방정비를 받고 있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 위조부품 공급 파동으로 영광 5, 6호기가 가동 중단되면서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며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매년 동하절기 마다 발생하는 전력수급의 위기사항은 국내 전력수급 정책이 만든 예고된 인재(人災)이다.

전력 수급계획에 따르면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해 증설을 계획 중인 발전원은 원자력을 포함해 모두 대형 집중식 발전소이다. 대형 중앙집중 발전방식은 전력 공급능력이 충분한 경우에는 안정적이나 예비율이 떨어지면 대형인 단위발전기 1기만 고장 나거나, 수요예측이 조금만 빗나가도 공급유연성이 떨어져 부하대응이 불가한 시스템이다.

전력을 공급하는 북상조류인 송전선로 또한 밀양 송전선 건설 반대사건 이후 경과지에 대한 피해 보상이 재조명되면서 현재 계획 중인 건설사업들이 종합적인 재검토에 따라 지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대형, 중앙 집중형의 우리나라 전력공급구조는 개편이 불가피하다. 대규모 전력시스템과 소규모 분산형전원이 스마트그리드화해 서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도록 전력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산형 전원의 최대 장점은 자체 생산된 전력을 소비하면서 남는 전력은 전체 전력계통으로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인 송전선로 부족에 의한 송전제약을 해결하고 송전손실을 제로화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시에 생산된 열 이용이 가능해 동절기 전력피크의 주범인 전열기구를 효과적으로 열 난방기구로 대체할 수 있는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다.

더욱이 발전기를 4분 이내 가동할 수 있는 기동성은 중앙 송배전망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단기간 안정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분산형 전원의 국내 보급현황은 미미한 게 현실이다. 분산형 전원의 대표주자인 자가열병합발전은 국가 총발전용량의 0.3% 수준이며 산업체 자체발전 및 CES(구역형전기사업)등을 포함해도 약 4.5%에 해당하는 335만㎾에 불과하다.

가동률 또한 매년 감소해 전력수요가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가전력 비상사태 시 자가열병합 가동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편익이 확보돼야 하는데 현행 요금체계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전 수전전력이 월등히 싼 요금체계에서는 블랙아웃을 목전에 둔 상황일지라도 국가편익만을 위해서 소비자에게 분산형 전원 가동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분산형 전원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부의 현명한 정책적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일정 부하 이상을 유발하는 소비자는 ‘비상발전기를 연계한 상용 자가발전설비 설치 의무화’를 도입하고 발전설비 가동 시 국가편익에 상응하는 ‘운전장려금 지급제도’를 적용한다면 분산형전원의 단기간 보급 확충과 정상적 가동을 통한 전력대란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분산형 전원인 자가열병합발전시스템은 현존하는 발전원 가운데 가장 높은 85~90%의 고효율을 시현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절감이 발생되지 않는 왜곡된 에너지요금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책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이같은 불합리한 체계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담당하는 정책부서가 없어 국가편익이 최소 59만원/㎾ 이상 발생하는데다 본질적 부하관리 효과가 있는 시스템은 철저하게 방치하고 단 1회성의 부하 관리를 위해 3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소비하는 현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따라서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부처 내 분산형전원 보급을 담당하는 부서의 신설과 이와 더불어 균형적인 요금체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 겨울 전력수급 주요 대책으로 제시된 임시방편적인 수요 감축과 강제적 사용금지는 고식지계(姑息之計)의 방편일 뿐이다. 이제 전력시장은 대규모 발전 및 송전시스템의 중후 장대한 인프라를 효과적이고 스마트하게 운용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이 믹스된 전력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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