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신고로 착수…업계 “안티 마케팅 전략” 비난
가격담합이나 불공정거래 아닌 표시·광고 위반 ‘갸우뚱’

[이투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스보일러시장 조사에 전면적으로 나서 배경을 놓고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시장조사가 처음이 아니라 이미 8월말 1차적으로 진행된데 이어 11월 2차 조사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다.

더욱이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테마를 잡아 이뤄진 것이 아니라 동종업계에서 신고가 들어와 진행된 사안이어서 보일러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안을 맡고 있는 공정거래위 담당과장은 이번 조사목적과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귀뚜라미로부터 표시·광고법 위반 신고가 들어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의 일정과 계획은 아직 얘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진행절차에 따라 조사시기가 길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거래위 조사를 통해 그동안 제대로 통계가 이뤄지지 못했던 생산량이나 판매량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기대하는 바도 없지 않다.

하지만 조사 착수와 진행과정에서 의문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보니 의혹의 시선이 짙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공정거래위는 귀뚜라미로부터 보일러 광고와 관련한 ‘표시·광고 위반’ 신고를 접수했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경동나비엔의 광고문안 가운데 ‘국가 대표 보일러, 국내 1등, 수출 1등’ 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9월 공정거래위가 조사에 나서 10월 소명이 이뤄진데 이어 지난달 중순 각 보일러제조사를 대상으로 매출, 생산량, 판매량 등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자료제출 항목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 간과 올해 10월말까지의 생산실적, 판매수량, 매출액 등이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보일러업계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조사 초점이 가격담합이나 부당거래, 불공정거래 부문이 아닌 표시·광고법 위반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마당에 공정거래위가 광고에 초점을 맞춰 전면적 조사에 나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광고문안은 이미 방송심의실이나 광고심의위원회에서 무역협회 통계 등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통해 심의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스보일러를 제조하는 A사 관계자는 "가스보일러시장이 어느 시장보다 더 경쟁이 치열한 걸 잘 알고 있을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거래나 가격담합이 아닌 광고부분으로 조사를 벌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의아해했다.

조사방법도 직권조사가 아니라 각 제조사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형식이어서 의문을 더하고 있다. 이미 2009년에도 공정거래위는 동일한 사안에 동일한 형식으로 조사를 벌였으나 시장의 체감지수와 각사별 제출자료의 총합이 크게 차이가 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식적인 통계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각사에게 스스로 최근 3년간 연간 매출액 및 연간 시장점유율을 작성하라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가스보일러를 제조하는 또 다른 B사 관계자는 "가스보일러업계에서 시장점유율 때문에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게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생산량이나 판매량이 없기 때문인데 각 업체에게 데이타를 스스로 제시하라는 것이 과연 신빙성을 갖출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대상품목이 가스보일러뿐만 아니라 기름보일러, 화목보일러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도 의혹을 키운다. 보일러 관련 제출자료 시기도 2001년부터 2011년까지로 최근의 광고내용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귀뚜라미의 입김이 공정거래위에 작용한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시장점유율의 진위여부와는 상관없이 경동나비엔의 위상에 흠집을 내겠다는 귀뚜라미의 ‘안티 마케팅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26일까지 자료제출을 마감한 이번 조사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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