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태양열 시범단지 조성 온실가스 감축 시행

"정부 주도 화훼분야 에너지 절감 사업 강화돼야"

 

네덜란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화훼산업의 메카다. 오늘도 네덜란드 화훼산업의 보고인 알스미어 경매장은 5000여 공급업자와 1100여 구매상간에 매일 5만건 이상 이뤄지는 거래를 통해 유럽, 아프리카, 중동지역으로 화훼 공급을 일궈내며 이 나라를 세계 최고의 화훼국가로 지탱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2020년까지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명제속에 화석연료의 사용 금지를 입법예고하고 있다.
이에 이 나라 정부는 자국의 상징인 화훼 산업과 관련 태양열 시스템 적용, 유리 온실, 비닐 하우스 등을 이용한 1만 여평에 달하는 대규모 시범단지 조성을 통한 연구와 대안 도출을 통해 최대 화훼강국의 명성을 이어가겠다는 프로젝트를 시행해 나가고 있었다.
본지는 네덜란드 현지 취재를 토대로 시범단지의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에너지의 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화훼의 대안으로 접목해 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 네덜란드 시범단지 실태

네덜란드의 시범 사업에는 네덜란드 재정부, 환경부, 농림부 및 농협과 시 정부가 사업 비용을 각출해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했다. 이는 이 사업의 시행이 초기 투자비가 과다해 개인이나 사기업의 투자가 어려운데다 에너지 문제에 대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취재결과 태양열을 이용한 네덜란드 시범단지는 온실 효과로 집적되는 온실내의 태양에너지를 열 교환기 장치를 이용해 물을 데우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실 내의 공기 온도를 식물 생육에 적합한 온도로 낮추어 주고, 이 때 데워진 물을 열 손실이 적은 지하에 저장했다가 동절기 야간에 다시 열 교환기 장치를 통해 온실 내의 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관건은 ▲열 교환기의 효율이 온실내의 높은 온도를 낮추어 주는데 충분한가 ▲지하에 저장된 데워진 물이 수개월 보관 중의 열 손실이 얼마나 되는가 ▲잔존하는 물의 온도가 동절기 난방에너지로 충분한가에 달려 있다.

 

구체적으로 이 시범단지는 유리 온실의 측벽과 천창을 밀폐해 태양 에너지를 최대한 모으고 통상적 열 교환기의 방열판을 코일 식으로 사용하고 냉매 튜브를 1mm 내경으로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을 15 배나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여름 섭씨 37도 정도로 지속된 더위에서도 온실 내의 온도를 섭씨 30도 이하로 유지할 수 있고 지하 35m~70m의 밀폐된 암반층에 데워진 물을 저장함으로써 1개월간의 열 손실을 섭씨1도 정도로 극소화 시키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의 동절기 최저 온도가 영도 이하로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 가온이 없이 난방을 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취재 결과이다.

 

◆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해선

정부와 에너지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스템의 적용에 앞서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에 비해 위도가 낮아 태양광의 세기가 크고, 연중 일조 시간이 훨씬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지 취재를 통해 동절기의 최저 온도가 -10℃이하로 내려가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많으나 네덜란드는 전형적인 서안해양성 기후임에 따라 여름철의 평균기온은 17℃, 겨울은 2℃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만일 우리나라가 이런 시범단지를 조성하게 된다면 좋은 입지 조건과 관련해서는 확장성을 고려해 연결 신축할 수 있는 토지 확보가 가능하고 연간 일조량이 많으며 용수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또 태풍이나 폭설 상습 지역이 아닌 곳으로서 지가가 충분히 저렴해야 한다. 그리고 서울과 부산 등지로의 좋은 접근성을 갖추어야 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열 교환기를 단위 면적 당 1.5 배 정도 많이 설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하 암반층의 탐사 활용보다는 지하에 대형 저수탱크를 활용하고, 동절기의 추가적 가온 장치가 필수적일 것이라는 게 현지를 동행한 시찰단의 설명이다. 
한편, 우리나라 태양열 전문기업인 강남은 국내 화훼단지에 적합한 태양열 시스템과 히트펌프를 접목한 사계절용으로 적정 온도를 자동 제어하는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어 화훼농가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도입시 효과

시찰자로 참석한 한 화훼업자는 네덜란드와 같은 에너지 생산 온실의 도입은 여러 가지 부수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하고 있다. 천연, 무공해, 소진되지 않는 태양열을 원천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타 산업으로의 활용성도 높을 뿐 아니라 원예 산업의 생산성 제고에 직접적인 원동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출의 가능성이 커지게 되므로 현재 한국 농업의 낮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도 있으며 병해충의 원천 봉쇄로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네덜란드의 시범단지는 밀폐형이므로 이런 문제가 원천적으로 방지되므로 최소 30%이상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일부 참석자들은 기존의 한국형 비닐 온실과 에너지 생산 온실의 건설 비용과 건설 후 10년 동안의 유지 비용을 비교하면 3300㎡면적의 경우 다음과 같이 도출했다.

현재 외기의 온도가 평균 -10℃ 정도일 때 온실 내의 온도는 약 0℃ 정도인데 (각종 보온 장치를 하고 가온을 하지 않았을 때) 이를 20℃도 정도까지 올려 주는데 경유가를 1200원/리터로 가정하면 연간 1억2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에너지 생산 온실의 경우 여름에 저장된 온수를 이용해 약 15℃도 까지 올려줄 수 있다고 하면 추가로 5℃를 올려주는데 25%인 3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시찰자로 동행한 화훼농가 관계자는 “이러한 시범사업을 민간이 주도하는 것은 어려워 정부가 화훼 농가로부터 신청을 받아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역시 동북아 물류중심과 연관 화훼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새만금, 시화호 등 간척지에 대규모 화훼 단지를 조성하며 한국의 실정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 개발에 정부가 주도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정부지원 아직 요원

이번 시찰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아직 관망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이 방법을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국과 네덜란드간에 기후상의 차이가 있으며 네덜란드 역시 지난 2002년 이후 시범단지를 조성함에 따라 아직 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검증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찰자로 참석한 심재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팀장(시찰당시 농림부 농생명산업정책과 서기관)은 "네덜란드의 시범단지 역시 아직 시험단계에 있다"며 "구체적인 결과물이 도출될 시 이를 적극적인 정책 검토 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권오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도 화훼농가들이 에너지 이용과 관련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나 네덜란드 현지에서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때 추진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이다.

 

권의원실 신은동 비서관은 "단기적으로는 조합들의 자체 조사를 토대로 실제 화훼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면세유 공급 비중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농가 부채 동결법을 내년 정기국회에 반드시 통과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비서관은 "장기적으로는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한 재활용과 신재생 기법을 동원해 우리 화훼 농가들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알스미어=장

 

<특별취재팀=장익창.최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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