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지각변동에 러시아·중동 울고 중국·유럽 웃고
환경오염 문제·거품론 여전히 논쟁거리

[이투뉴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흔들고 있다. 기존 에너지 시장의 강자였던 중동과 러시아는 울상을 짓는 반면 유럽과 아시아는 미소를 짓고 있다.

미국발 셰일가스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셰일가스는 유기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근원암에서 형성된 가스가 저류암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셰일층에 갇혀 있는 가스를 말한다.

셰일가스는 수십년전에 발견됐지만 지하 2km 아래 매장돼 있어 생산기술 부재에 따른 높은 생산비용으로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년전 수평시추와 수압파쇄법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셰일가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전 세계 곳곳에 매장돼 있다는 것이다. 석유가 중동에, 가스가 러시아에 편중 매장돼 있어 에너지 시장을 독점했던 것과 비교해 전 세계 에너지 안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앞으로 셰일가스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아시아와 유럽은 시장 흐름을 보면서 주판알을 튕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동, 러시아는 에너지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한 물밑작전을 펼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셰일가스 개발 주도…세계 시장 파장

작년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새로운 에너지 계획을 발표하며 "이 에너지 계획은 보다 깨끗하고 저렴하며 무수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우리 미국에는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이 에너지를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라며 "2020년까지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 천연가스가 바로 셰일가스다. 미국에는 셰일가스 862조㎥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발표는 많은 박수를 이끌어 냈고 이미 미국 내 에너지 및 경제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셰일가스가 생산되는 지역에는 무수한 일자리가 생겼고 많은 인구가 새롭게 정착했다. 새 차 구입도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가스 가격이 석유 보다 싸지자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CNG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10년내 가스 가격이 올라도 휘발유보다 쌀 것이라는 자동차 업계 전망 때문이다.

변화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석탄발전소가 철거되고 그 자리에 가스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2035년 미국 에너지원별 발전 비율에서 가스 비중이 6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에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어 과거 골드러시에 빗대 제2의 골드러시로 불릴 정도다.

셰일가스가 이처럼 미국 내 많은 변화를 몰고 온 것처럼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오는 2017년부터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된 셰일가스를 해외로 수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특히 중동과 러시아 등 기존 에너지 시장 강자들에게는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온다.

이미 러시아는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매체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셰일가스로 인해 러시아 LNG 수출이 잠식되고 있는 만큼 아시아로 수출 전략을 새로 세우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위기를 느끼게 된 것은 그동안 미국에 LNG를 수출해온 중동이 수출길이 막히자 이를 유럽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LNG 수출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그동안 러시아의 LNG 가격이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해야 했던 유럽 입장에서는 보다 싼 가격을 내세우는 중동 LNG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러시아가 새로운 활로로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국영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중국과 연간 680억㎥, 한국과 연간 100억㎥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위기를 느낀 것은 러시아 뿐만 아니다 석유시장의 강자였던 중동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영향이 미비하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아시아, 남미 등에서 셰일가스가 생산되기 시작하면 석유를 등에 엎은 중동의 에너지 시장 영향력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동이 이를 우려해 셰일가스 개발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퍼트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국, 유럽 등 에너지 빈국에는 기회

셰일가스의 가장 큰 장점이 아시아, 유럽, 남미 등에 넓게 매장돼 있다는 기준으로 봤을 때 중국, 유럽 등 기존 에너지 빈국들에게는 기회로 분석된다.

중국은 특히 자국내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셰일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천연가스 소비량은 2000년 245억㎥에서 2011년 1317억㎥로 급격히 늘었고 오는 2020년에는 3759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은 무엇보다 자국내 셰일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각종 조사에서 나타난 중국의 셰일가스 확인 매장량은 134조㎥. 전 세계 매장량의 3분의 1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또 그동안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서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도 청정 에너지로 알려진 셰일가스 개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로 분석된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셰일가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셰일가스가 GDP 상승, 고용 증진을 통해 국민경제 전반에 큰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셰일가스 개발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핵심기술력을 아직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 뿐이다.

중국은 이에 자국의 셰일가스 개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관련 정보를 얻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와서 셰일가스의 탐사채굴, 처리, 유통 등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물이 부족한 것도 개발에 어려움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셰일가스 개발의 핵심기술인 수압파쇄기법에는 물이 필수적이다. 가스정 하나를 뚫는데 필요한 물의 양은 약 1500만 ∼약 3700만 리터에 달한다.

중국은 하지만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물도 부족한 실정이어서 대규모 셰일가스를 생산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당초 2015년까지 셰일가스 연간 생산량을 65㎥로 늘린다는 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환경오염·거품론 등 부정적 시각도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 셰일가스는 놓치고 싶지 않은 에너지 자원이다. 하지만 일부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환경오염 우려 때문이다.

유럽에서 셰일가스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폴란드다. 폴란드 국립지질연구소에 따르면 셰일가스 매장량은 7680억㎥이다.

최근들어 이 매장량이 부풀려 졌다는 조사가 나오면서 기업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미국 BNK패트롤륨 보고서에서는 여전히 유망한 투자 후보국으로 분류됐다.

무엇보다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환경문제에 대한 저항이 낮아 개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도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셰일가스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다 보니 환경적 영향 우려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반면 독일은 환경오염 가능성으로 셰일가스 생산은 불허하고 있지만 탐사작업은 진행중이며 해외개발시장 진출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도 셰일가스 개발에는 관심이 있지만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폴란드의 사례를 집중 모니터링 하는 등 개발에 신중한 모습이다.

셰일가스가 실제로 환경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이 많다.

개발과정 중 메탄이 지하수를 오염시켜 인근 가정집 수돗물에서 메탄이 섞여 나온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개발업체들은 시추시 사용되는 가스관이 2, 3중 처리가 돼 있어 메탄이 나올 수 없다고 반박한다.

셰일가스의 메탄은 이산화탄소 보다도 100배 이상 대기오염에 더 치명적이어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메탄(20년)이 이산화탄소(500년)에 비해 대기중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 영향이 미미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셰일가스 거품론도 만만치 않다. 셰일가스가 지하에 매장돼 있다보니 매장량이 부풀려져 있는데 개발업체들이 이를 함구하고 있다는 것.

특히 개발업체들이 많은 비용을 끌어 들이다 보니 부정적인 내용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셰일가스 가격이 너무 떨어져 현재로는 개발에 성공해도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잭 웰치 전 GE 회장은 "셰일가스는 미국을 다시 산업화 할 수 있는 기회다. 미국을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거듭나게 할 기회"라고 주장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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