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에너지기계로 ‘환경혁명’ 선도…“10년뒤 매출 100조 목표”

“인류가 산업혁명을 거쳐 현재 정보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면 앞으로는 환경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기계는 생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효율의 에너지 기계를 통해 공급해 공해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환경혁명을 이루고자 하는 것입니다.”

 

‘환경혁명’에 대해 한 중소기업 사장이 쏟아내는 말들은 자칫 공허한 이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막연한 꿈이 아니다. 말하자면 에너지 기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다. 이 역사적인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한국터보기계(주) 이헌석 대표와 임직원들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테크윈(전 삼성항공)에 입사한 이대표는 프로펠러에 동력을 전달하는 임펠러를 만드는데 입사 후 약 7년 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해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촉망받던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고효율의 에너지기계를 만들어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꿈을 꾸며 험난한 창업의 길을 시작했다. 창업 후 여름휴가도 한번 가지 않고 하루 12~14시간씩 일하며 오직 연구에만 몰두했다. 창업 초기 6년 동안은 매출도 없는 상황에서 기술개발에만 약 78억원을 쏟아 부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강한 신념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창업 후 기술 개발이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자금 압박도 적지 않았습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한 결과를 낳으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져갔죠. 그러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후원해 준 투자자들께 진심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누구보다도 기계를 사랑했기에 기계 제작에 젊음을 던진 그였지만, 진정한 기계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은 창업의 길을 걸으면서부터다.

이대표는 “퇴직을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았죠. 기계 기술 하나가 인간의 삶과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를 겁니다. 특히 에너지기계의 신기술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에 대한 소신도 남다르다. 신속하고 성실한 A/S를 중시하는 요즘 시대이지만, 그는 오히려 A/S가 필요없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대표는 “기업이 훌륭한 A/S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바로 A/S가 필요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현재는 약 10∼20년간 고장이 없는 수준이나 반영구적으로 고장없는 제품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능성과 기술력을 미리 알아보고 대규모의 자본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게 성신양회다. 이대표는 “양회업계는 특성상 보수성이 짙지만 자신이 지켜 본 성신양회는 구성인력이나 재무구조상 매우 투명하고 창의적인 선진국형 기업구조를 갖추었다”며 “과감한 투자의 배경에는 그런 훌륭한 기업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안정적인 자금 확보한 대기업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한국터보기계는 이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우수한 핵심인재 양성이 과제다. 그러나 전문경영자 초빙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대표는 단호하게 거부의 뜻을 비쳤다. 창업자의 고유한 경영철학과 실천의지를 전문경영자가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빡빡한 연구일정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에도 마음을 놓지 않는다. 특히 훌륭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주 5일 근무제’도 중소기업 실정에서 생각조차 못했던 2002년부터 도입했다.

이대표는 “중소기업 특성상 야근도 많이 하는 게 사실이지만 직원들에게 ‘24시간 생각하고 8시간 일하라’고 늘 강조합니다. 양보다는 질적인 근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존경받는 기업 GE와 같이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CEO가 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목표다. 나아가 환경 비즈니스를 통해 인류와 사회에 공헌하는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어 가는 게 그의 꿈이다.

 

향후 매출목표에 대해서는 10∼20년 후 연매출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약 100~200조에 이르는 전 세계 컴프레셔 시장의 약 5%를 선점하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특히 “지금은 우리나라 IT산업이 국가산업과 선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에너지산업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터보기계가 세계시장으로 뻗어가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최영수기자 /cys@e2news.com

 

<약 력>
1989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91년 서울대 공과대학원 졸업
1991년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입사
1997년 한국터보기계(주) 대표이사(현)
2001년 대한민국기술대전 대통령상 수상
2004년 산업자원부 '이달의 엔지니어링상' 수상
2005년 신기술실용화 정부포상(대통령표창)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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