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위기 속에 효과적 스마트 최단代案 부각
담당 정책부서 신설, 왜곡된 요금체계 개선이 과제

[이투뉴스] 지난해 7월 31일 인도 수도 뉴델리를 비롯한 북부 7개주에서 세계 최대규모의 ‘블랙아웃’이 발생했다. 이 광역정전으로 수백편의 기차 운행이 중단되고 도심지에선 최악의 교통대란이 이는 등 국토의 절반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인도가 200GW규모로 세계 5위의 전력설비 보유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순간이다.

지난해 10월 26일 밤 11시반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가 암흑천지에 파묻혔다. 예기치 못한 블랙아웃이 일어난 것이다. 거의 동시에 브라질 북동부 11개주도 모든 것이 멈췄다. 4시간 동안 계속된 이 사태로 브라질 인구의 4분의 1이 어두움 속에서 두려움에 떨었다.

지구촌이 블랙아웃의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해 9.15 정전대란을 겪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님은 물론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한파로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올 겨울은 비상사태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만의 하나 대용량 원전이나 대규모 화력발전소에서 예기치 않은 고장이 일어날 경우 가뜩이나 위태위태한 전력수급이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나라 전체가 다시 한 번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은 자명하다.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화 조짐을 보이면서 불안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해 증설을 계획 중인 발전원은 모두 대형 발전소로 공급 유연성이 떨어지는데다 신규 발전소 건설 또한 입지는 물론 송전선로 건설 반대 등의 민원으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스마트한 분산형 전원이라는 장점을 통해 최단의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는 것이 자가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소형열병합발전이다.

◆ 긍정적 역할 불구 정책적 난관 많아
열병합발전은 대규모 형태의 지역냉난방사업과 소규모 형태의 구역형 집단에너지, 자가열병합발전으로 크게 나눠진다. 이 가운데 자가열병합발전은 사업체, 대형건물, 공동주택 등에 주로 설치돼 자가 사용을 목적으로 한다.

자가열병합발전은 분산형으로 대규모 발전소 투자부담을 줄이고 건물단위에 최적화해 에너지 이용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에도 이런 점을 감안해 신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정책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비중을 두고 있기는 하나 자가열병합발전이 분산형 전원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검토가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스저장시설 건설비용 절감은 물론 발전소 건설비용, 송배전망 건설비용 저감에 기여한다. 기존 발전시스템인 화력발전 및 보일러에 비해 30% 이상의 에너지이용효율을 향상시키고 CO2배출량은 25% 이상 감소시키는 고효율 에너지절약 시스템이다.

아울러 단위건물에 설치, 운영돼 생산한 전기 및 배열을 직접 사용함으로써 한전의 송전손실 4%와 지역난방 열배관 원거리 이용에 따른 열손실 15%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용 연료가 천연가스라는 점에서 안정적 연료공급과 친환경성을 갖추고 있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과 친환경성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경제성을 고려할 경우 가장 적합한 대안 중 하나가 자가열병합발전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렇듯 역할과 기능에서 긍정적 효과가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음에도 불구 보급은 제자리걸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자가열병합발전을 2013년까지 국내 총 발전용량의 3.5% 수준인 270만㎾까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19년까지 218만㎾로 목표를 낮췄고, 이어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아예 항목 자체가 없어졌다.

현재 국내 자가열병합발전은 총 발전용량의 0.3% 수준으로, 일본이 944만㎾로 국가 총 발전용량의 4.8%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우리는 구역형전기사업을 포함해도 335만㎾로 총발전용량의 4.5%에 불과하다.

◆ 전력대란 해소책으로 인식돼야
자가열병합발전 가동률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블랙아웃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라 해도 현행 요금체계에서는 보급 활성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4년간 도시가스요금 인상폭이 전기요금 인상폭보다 5배 이상 크다보니 비용편익의 측면에서 분산형 전원을 유도하기 어렵다. 자가열병합발전을 가동하는 것보다 한전으로부터의 수전(受電)이 훨씬 저렴한 요금체계에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분산형 전원의 전략적 가치를 감안해 국가적 비상사태인 전력대란의 해소책으로서 인식전환과 함께 정책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현존하는 발전원 가운데 가장 높은 85~90%의 고효율을 시현하고, 최단기간 확충을 통해 전력대란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설비 가동에 따른 정책적 인센티브를 줘도 국가편익에 충분히 상응한다는 판단이다. 운전장려금 지급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울러 연중 일정한 가스 소비패턴을 가지는 자가열병합발전은 동하절기 수요격차(TDR)를 개선하는 등 편익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 전력피크 시간대 발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20% 이상의 가스요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현재 한전에서 다양한 제도를 통해 전력피크 시 일정량 이상의 전력을 수요가에서 줄이도록 유도하고 그에 따른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가열병합도 피크전력 감소 측면에서 동일한 수준의 지원금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급하는 게 타당하다.

이와 함께 비상용 예비전원으로서의 효과가 충분한 만큼 비상발전기를 연계한 상용 자가발전설비 설치 의무화도 검토해볼만하다. 국가 예비전력 확보를 위한 조치로 32평 기준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설치 시 5년 이내 투자회수가 가능하고, 수도권 보금자리나 재개발 및 재건축 예정지에 자가열병합발전시스템을 설치하면 52만3000㎾의 예비전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나와 있다.

부산광역시가 신규 공동주택 건립 및 기존 아파트 리모델링 시 건축위원회 심의 및 인허가 등 행정절차 과정에서 자가열병합발전 설치를 적극 유도하도록 한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듯이 정부부처 내 담당부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여름 단 1회성의 전력수요관리를 위해 3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으면서도 정작 ㎾당 60만원 상당의 부하관리 효과가 발생하는 자가열병합발전시스템이 외면당하는 것도 이런 불합리한 정부조직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당위성을 주장해도 정책적으로 이를 논의할 파트너가 없는 것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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