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ㆍ에관공 신경전 확대

에너지자원 R&D전문기관인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가칭. 이하 평가원)의 설립 형태를 두고 산업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한 치의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장ㆍ차관은 유보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따라 평가원 논란은 차기 장관에 자연스레 위임될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평가원은 에관공 산하의 부설기관으로 설립될 것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손에 쥔 한국전력이 반발하면서 산자부가 민간재단 형태의 평가원 설립을 고려해 왔다.  

 

산자부는 에관공 노조측이 워낙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사태가 산하기관과의 불협화음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향후 계획에 대해 "바뀐 것은 없다"며 민간재단 형태를 고수할 입장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에관공 노조측은 "지난달 30일 이원걸 차관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차관이 유보적 입장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자부가 그렇게 나올 리가 없다"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향후 논란이 확대될 경우 산자부와 에관공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산업자원부와 에관공 관계자에 따르면 평가원을 에관공 산하 부설기관으로 둘 것을 요구하고 있는 에관공 노조측은 지난달 30일 산자부를 방문, 이차관을 독대한 자리서 에관공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이차관은 "당장 결론을 내리지 말고 공단도 공정성이나 객관성이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달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차관을 만난 한 관계자는 "차관이 그간 공단의 공과를 언급하면서 차선책에 대해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차관은 아직 내부적으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므로 충분한 검토를 거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에관공 노조 측은 중재 성격이 강한 이차관의 주문을 수용해 에관공 부설기관을 전제로 여러 대안을 검토할 의향이 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가원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실무부서의 관계자는 지난 4일 "그런 얘기(차관과 에관공이 차선책을 찾겠다는 잠정적 합의)는 들은 바 없다"면서 "기존 계획에서 바뀐 것은 없다"는 입장만 재확인했다.

 

산자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전제로 어렵게 말을 꺼낸 이 관계자는 "말이란 게 항상 자기 이해관계에 맞게 나오는 것 아니냐"며 "에관공 입장에선 그렇게(전면 재검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전면 재검토 등을 고려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에관공 노조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차관을 만나 논의한 것은 평가원이 에관공의 부설기관으로 설립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내부검토를 거쳐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지 무모한 민간재단 형태 등 대안에 대한 검토가 아니다"면서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고 의아해 했다.

 

평가원 설립 문제를 두고 에관공 측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산자부 내부에서도 직위에 따라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평가원 갈등은 장ㆍ차관 인사를 앞두고 불거진 사안이라 당분간 산자부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산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산재부 내부에서 평가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걸로 안고 있지만 문제를 대승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것"이라면서 "장ㆍ차관의 경우 임기 내 사가 끼면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자부 내부에선 에관공이 그동안 제대로 일해 왔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산자부나 에관공이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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