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모바일화로 전력소비 폭증세
정부, 정확한 실태 파악도 못하고 방치

▲ 세계 최대 검색·포털인 구글이 지난 10월 중순 공개한 자사의 데이터센터 내부. 구글은 10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하며 30만k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

[이투뉴스] '전기먹는 하마'로 불리는 각종 국내 데이터센터(DC)의 소비전력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충전에 소요되는 전력이 대형 원자력발전소 1기분 생산전력과 맞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로부터 제공받은 국내 DC 운영실태 조사결과와 전력판매량, 스마트폰 보급대수로 유추한 충전용 소비전력을 토대로 이들기기의 전력소비량을 분석한 결과다.

지금까지 정부는 해당 설비나 기기들의 정확한 전력소비 현황을 집계하거나 파악한 적이 없다. 최근 자료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모바일 시대의 전력소비량을 추정한 것은 처음이다. IT업계는 오는 2020년이면 전체 데이터 총량이 현재의 50배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이들 기기의 소비전력 역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당국의 정확한 실태파악과 에너지효율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16일 본지가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로부터 입수한 국내 110여개 DC의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전력사용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DC는 약 31억2000만kWh의 전력을 사용했다. 앞서 지난해 업계가 파악한 국내 DC갯수와 전력사용량은 각각 100여개, 20억kWh였다. 불과 1년만에 11개 DC가 늘어나고 64%의 전력소비 증가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DC업계가 자사 전력소비량을 영업기밀로 간주하고 공개를 꺼리는 현실과 방송통신위원회 집적정보통신시설로 분류되지 않은 소규모 DC까지 감안하면 실제 전력사용량은 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DC의 전력사용량은 원전 30~50기 분량의 전력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국내 대형 DC 1곳의 연간 전력소비량은 100만kW급 원전 1기가 이틀동안 생산하는 4000만kWh의 전력을 소비하고, 일부 대형 DC는 인구 22만명의 충주시 연간 전기사용량(2억6000만kWh)을 넘어서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110개 DC의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원전 1기가 220일간 쉼없이 가동돼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DC는 24시간 무중단 가동되는 시설로 요즘같은 동절기 전력피크 기간에도 10% 의무절전 대상이 아니며, 수도권을 이외의 지역에 소재한 DC는 지식서비스산업 특례대상에 포함돼 전기료가 저렴하다. 하지만 국내 DC의 약 80%는 수도권에 집중돼 송전손실과 전력계통 병목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정책연구실장은 "DC는 현행법상 독립적 사업분류가 안돼 있어 실태조사로도 추정치만 파악하는 한계가 있다"며 "모바일화, 빅데이터 출현, 크라우딩 추세가 가속화되는만큼 에너지효율 관리를 위해 이들시설을 산업주체로 분류하는 제도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DC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사용하며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폭발적 증가도 전력수요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부품업체인 인텔에 의하면 서버 1대가 운용 가능한 모바일기기 댓수는 스마트폰 600대, 태블릿PC는 120대에 불과하다. 모바일기기가 늘수록 DC 확충도 불가피하다.

대표적 모바일기기인 스마트폰의 경우 국내 가입자수는 올해 3000만명을 돌파했다. 매년 30% 이상 무선 트래픽이 증가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이로 인한 DC와 전력사용량 증가도 명약관화하다. 특히 이런 직접적 요인 외에 수시로 충전이 필요한 스마트폰 전기소모량은 당국의 통계에 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제조사와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스마트폰 배터리는 1500~2500mAh의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제조사는 배터리 완충까지 필요한 시간을 180~240분으로 적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1대를 완충하는데 평균 3시간이 걸리고, 충전기 소비전력을 가전기기 대기전력 수준인 3Wh로만 잡아도 국내 가입자가 하루 1회 충전에 사용하는 전력은 27만kWh나 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송석훈 지능형전력망협회(스마트그리드협회) 사무국장은 "대용량 전원인 원전 인근에 DC와 산업단지를 유치하면 6%대 송전손실을 절감할 수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보=에너지'란 관점에서 전력다소비시설을 관리하고 입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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