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캐치프레이즈로 'Again kepco' 공표
지연 내부인사 원안대로 처리 시사

[이투뉴스] 조환익 신임 한전 사장<사진>이 '한전 위기론'을 설파했다. 한전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위기 그 자체란 인식이다. 조 사장은 "변하지 않으면 강제로 변화 당한다"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17일 서울 삼성동 한전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다.

이날 조 사장은 오후 5시 30분 정각 직원들의 박수 세례를 받으며 취임식장으로 들어섰다. 표정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단상에 오른 신임 사장의 일성(一聲)은 "(직원이)어마어마하네요"였다.

조 사장은 대강당 1, 2층 좌석을 가득 메운 직원들을 둘러보며 "이제까지 전부 몇분이나 되십니까"라고 물었고, 진행을 맡은 직원이 "강당 사람은 1200여명 정도 된다"고 답하자 이렇게 말했다.

이날 조 사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내려 놓은 채 30여분에 걸쳐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익숙한 강의를 하듯 취임사를 전달했다. 발전 자회사 사장들을 식장으로 호출하는 것은 구태라며 통보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조 사장의 한전 프로배구단인 '수원 KEPCO 빅스톰'의 최근 전적을 화제로 말문을 열었다.

조 사장은 "저는 운동을 잘 못한다. 그러나 운동을 좋아한다"며 "그런데 한전 배구단은 왜 그렇게 지는 거냐. 처음엔 강팀도 꺾는 것 같고 기대를 모으더니 요즘은 역전패 당하던지 3대 0으로 진다. 왜 그렇게 맨날 지는지 생각해 볼 과제"라고 운을 뗐다.

그는 "(연패의 이유로는)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겠지만 그 중에 제일 큰 것은 정신적 문제다. 게임의 법칙상 지기 시작하면 타성화 될 수 있다"며 "혹시 한전의 지금 모습이 그런게 아닌가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10여년 지난 이즈음 생각해봐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조 사장은 이날 한전의 새 캐치프레이즈로 '어게인 캡코(Again Kepco)'를 제시했다. 과거 전성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일종의 '백투더 퓨처(Back to the Future)'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역대 CEO의 경영방침 중 최근 사장님의 것이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였다. 아마 당시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이 베스트셀러 였을 것"이라며 "그런데 짐 콜린가 다음에 낸 책은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나>다. 11개 위대한 기업이 왜 몰락했는지를 분석한 책"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인용한 이 책에 따르면 몰락의 첫 단계는 성과에 도취돼 자기에게 어떤 위협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 두번째 단계는 원칙없이 욕심을 내는 도취의 또다른 단계, 세번째는 위기의 징후를 부정하거나 외면, 또는 느끼지 못하는 단계다.

또 이런 과정을 거쳐 구조를 기대하는 네번째 과정에 이르게 되고 종국에는 기업이 소멸하는 마지막 과정에 밟게 된다. 조 사장은 오늘의 한전이 바로 구조를 기대하는 마지막 직전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조 사장은 "'그레이트 컴퍼니'를 하면서 무원칙하게 욕심을 낸 것은 없는지, 위기 징후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 구원투수가 혁신한다며 문화에 맞지 않는 혁신이나 따라가지 않는 혁신을 해 오히려 조직내부 갈등이 커지지 않았는지, 과연 우린 어떻게 지냈나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4단계까지 가서 회생한 기업도 많다. CEO가 얼마나 조직을 사랑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IBM의 거스너 CEO가 '나는 IBM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나는 IBM과 사랑에 빠졌다'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런 마인드로 현장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런 전임 사장 사퇴로 연기된 내부인사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원안대로 처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사람에 대한 적재적소 배치가 중요한데 나는 모든 기관을 다니면서 인재를 가장 중요 시 했다"면서 "지금 (직원들)관심사안이 인사문제일 텐데 가급적 빨리 할려고 한다. 사람을 쓸 때는 의심하지 말아야 하므로 지금까지 해온 것 대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조 사장은 "다음에 인사를 한다면 굉장히 신중하게 할거다. 사람을 아끼는 인사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당면 현안들에 대해서는 냉정한 현실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사장은 "전력수급, 요금, 해외사업 문제들 등에 대해 진정한 핵심문제가 뭔지, 현명하게 풀 문제가 무엇인지 지금까지의 생각의 틀을 버리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며 "과연 얼마나 노력했고 정확히 파악했는가 이 시점에서 전반적으로 점검할 사안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사고의 틀을 깨뜨리는 '역발상'을 가져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조 사장은 "조직에 충성도 있어야 하고 규율도 있어야 하지만 개인의 자유로운 창의가 번뜩거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강의다니면서 '역발상' 얘기를 많이 했는데 신입사원한테도 멘토이자 멘티가 돼야 하고 굉장히 자유로운 창의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전의 핵심가치는 뭐니뭐니해도 전력의 안정적 수급일 것"이라며 "동절기 전력수급문제도 역할의 한계가 있겠지만 우리로써 최대의 몫을 해내야 한다. 핵심가치를 준수하는게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자발적 변화를 꼽았다.   

조 사장은 "조직이 수용하지 않는 변화는 진정한 변화가 아니다. 그런데 변하지 않으면 강제로 변화 당한다"면서 "핵심가치는 가져가면서 어떻게 가야 할지를 생각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력시장은 가격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다. 또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다. 이런 게 위기"라면서 "공기업 정체성 문제, 공공성과 사업성,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슬기롭게 좌표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게인 켑코'는 다시 과거로 가자는 뜻이 아니라 '백투더 퓨처'다"라며 "켑코가 어렵다는 공통인식은 (우리에게)있는 것 같다. 함께 노력하면 다시 한번 우리 위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상황이 이래서 그렇다'고 체념하면 해법이 없다.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문제를 풀되 나는 여러분 몫을 무섭게 요구할 것"이라며 "나부터 필요하다면 정부 실무자도 만나겠다. 적어도 제 선에서 판단할 것은 빨리빨리 현안을 처리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조 사장은 대내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전을 둘러싼 고객, 즉 정부, 주주, 전력산업내 다른 참여자들은 우리와 동상이몽하고 있고 특히 전력소비자는 가급적 싸게 전기를 쓰고 싶어한다"면서 "이런 환경에 둘러싸인 게 한전이다. 우리가 소통하지 않으면 영원히 그 고리를 풀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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