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망사(亡事) 되지 말아야

"조직의 경쟁력은 정권과 함께하지 않는다. 장관이 바뀐다고 한 조직의 경쟁력이 쉽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주인의식이다. 구성원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하려면 분야별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 한 자리에서 3년은 일해야 정책을 실행해보고 문제점을 발견하고, 평가가 나와 개선책까지 내놓을 수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환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론만 알고 각론을 모르는 정부부처의 후배 직원들을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잦은 인사시스템이 전문가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게 1년 단위로 전면적인 인사가 단행되는 정부부처는 모두 이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산업자원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산자부발 인사공고에 따르면 적게는 두 달에 1회, 많게는 한 달에 2번 이상의 빈번한 인사가 진행된다. '직원 1명당, 연 1회'란 공식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셈이다.

 

물론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하여 적재적소에 사람을 놓고 부리는 일을 경쟁력있는 조직을 갖추기 위한 필수 정지작업이다. 이런 맥락에서 단순히 인사의 횟수만을 두고 탓할 것은 못된다. 그러나 예외도 없지 않다. 해당 업무가 특별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산업자원부의 모든 부서가 전문성을 요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에너지자원개발본부만큼 전문성을 요하는 부서도 드물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목소리다. 자원개발총괄팀ㆍ유전개발팀ㆍ광물자원팀ㆍ신재생에너지팀 등으로 구성된 동 본부는 국내외 석유ㆍ가스ㆍ광물자원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의 에너지 개발을 총괄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칭타칭 '산자부의 시추선'으로 불리며 남다른 프라이드가 있다고 한다. 물론 그에 걸맞는 전문성은 기본 덕목으로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인사의 풍랑에 개발본부도 예외는 없다. 일이 손에 익을 만하면 사람이 곧잘 바뀐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분야별로 전문가를 기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산자부 역시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승진욕구와 조직의 생리에 맞게 순환형태의 인사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며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주택이나 항공 등으로 전문가 풀을 구성해 인사이동을 최소화하고 있는 건교부의 시스템은 타 부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부서만큼은 내로라하는 전문가를 길러 다년간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부처의 의지가 좋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부도 갈수록 전문성을 요구하는 부서가 늘어나고 있어 핵심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다방면에 능통한 행정가보다 '자원하면 아무개' '석유 하면 누구'라고 꼽을 수 있을 만큼 보다 전문화된 인력양성 인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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