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vs 신재생에너지’ 무게추는 어디로

 

▲ 박근혜 당선인은 원전을 유지하면서 신재생에너지도 보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업계는 박 당선인이 이끄는 차기 정부가 그 중 어느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정책을 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속가능국가論이 에너지·환경정책 뼈대될 듯
전기요금 현실화 등 에너지세제개편 수차 강조

[이투뉴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차기 정부의 에너지·환경정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 마디로 말하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중 무게추가 어느쪽으로 기울지 업계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내세웠듯이 에너지-환경부문 아젠다를 무엇으로 삼아 자신 만의 색깔을 드러낼지도 관심사다.

우선 많은 전문가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같은 당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을 이어받는 만큼 전반적인 정책기조는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그의 에너지·환경분야 정책공약의 뼈대는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통한 대한민국의 지속발전’이라는 점에서 녹색성장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이란 단어도 자주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야당 후보가 내걸었던 점진적인 탈(脫) 원전에 동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원전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원전 증설을 적극 추진한 이명박 정부하고는 약간 다른 속내도 내비친다. 전체적으로 증설보다는 신중론, 즉 현상유지 쪽에 무게감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환경친화적 에너지 보급 확대에도 힘쓰겠다”는 큰 그림만 제시한 채 구체적인 목표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원전에 더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지만, 공약을 자세히 뜯어보면 아직 명확한 방향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전기요금 현실화 등 에너지가격개편에는 적극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을 수차례 강조했으며, 공약에서도 에너지수요관리 강화 등 에너지가격을 손대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방법론으로는 에너지세제개편을 꾸준히 거론해 수송용 유류까지 여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를 이끌어 갈 박근혜 당선인의 에너지-환경정책 주요 공약을 살펴보고 향후 방향을 가늠해 본다.

◇환경정책에선 지속가능국가론 부각
박근혜 당선인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야말로 선진국 도약을 위한 가장 중요한 국가전략 과제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환경을 희생하는 성장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며 “환경과 개발(성장)의 조화가 대한민국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역설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발전은 에너지안보 없이는 불가능한 만큼 안심하고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도록 에너지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면서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환경친화적 에너지 보급 확대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과는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 정부 들어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부활을 점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선 현 정부와 노선과 거의 동일하다. 환경문제는 세계적인 도전과제인 만큼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통해 지구촌 환경문제 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약속도 지키겠다고 공약하는 등 국제환경 협력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세부 환경정책으로는 우선 물, 공기 등 환경서비스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농어촌 지역 상수도 보급률을 도시수준에 근접하는 80%선으로 높이고, 축산분뇨를 에너지화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더불어 오염된 지천과 복개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고, 대기오염총량제 강화와 천연가스버스·전기차 보급을 통한 대기질 개선도 내놔 현 환경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환경오염처리시설에 대해 허가기간 만료시 최상기술(BAT)을 적용한 재허가를 통한 환경시장 활성화도 천명했다.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실효적 구제제도를 구축하겠다는 약속도 확실히 했다. 우선 환경정의 구현을 위해 ‘환경오염피해배상 및 보험제도’를 도입하는 등 환경분쟁조정제도가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구제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실제 피해액, 복구비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배상액을 산정한다는게 알맹이다.

▲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다음날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안전우선주의 원전, 신재생 중요성도 강조
박 당선인은 원전에 대해선 현실론을 설파하고 있다. 전력수급에 있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위험론’만 강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경북지역 유세에서 원전 클러스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원전 유지정책을 천명하기도 했다. 고리 및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에 대해서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보완책도 내놨다. 철저하게 원칙을 준수하고 신뢰구축을 통해 안전최우선 원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국민여론을 수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Mix)를 원점에서 재설정,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전제조건을 달긴 했으나 여론추이에 따라 추가 증설은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멍석을 깔아둔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제도 혁신 및 에너지 수요관리 확대도 약속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불확실성으로 정부계획 대비 실적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라는 현실도 언급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이용가능 신재생에너지 자원지도를 재작성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국가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와 함께 스마트그리드, 전력저장시스템 확산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기요금 현실화 등 에너지세제개편 가시화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우선 전력, 가스 시장의 독점구조와 비합리적인 전기요금으로 인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수요관리 효과도 낮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력, 가스 등 독점구조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공정경쟁 체제가 이끄는 건실한 수급시장을 형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론 실효적 수요관리를 위해 전기 등 에너지 요금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기요금과 관련해선 과도하게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누진제 개선을 핵심 정책으로 내놓고 있다. 그간 대기업 등 산업체가 받은 저렴한 전기요금 혜택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는 내놓지 않았으나 전기요금을 올려야 수요관리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만큼 폭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 밖에 리터당 2000원에 넘나드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화물업체에 유가보조금 증액을 약속하는 등 에너지세제개편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에너지세재개편 얘기는 이 외에도 공약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만큼 개혁의지가 가장 많은 대목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우리나라는 자원과 에너지의 불필요한 소비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인식하에 에너지·자원의 순환률 목표관리제도 도입을 통해 자원순환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공약도 마련했다. 가칭 ‘자원순환 사회전환 촉진법’ 제정을 통해 미처리 폐기물 매립 제로화를 비롯해 매립부담금제 도입, 폐기물자원화시장 육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동북아 에너지그리드와 남북 환경공동체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에너지공급 안정화가 절실한 과제라는 판단 아래 동북아 에너지그리드를 구축해 에너지공급 안정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공약도 눈길을 끈다. 세부적으론 러시아∼북한∼우리나라를 잇는 가스파이프라인 사업 추진과 동해안 오일허브를 동북아시아 석유거래의 거점으로 구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운영을 약속했다.

남북 환경공동체는 향후 북한의 경제성장에 따라 환경오염문제가 심각해지고 한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통일에 대비해 남북한 경제공동체뿐 아니라 환경공동체 실현을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법으로는 환경기술에 대한 남북공동연구 및 인력교류와 북한 나무심기를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 ODA사업을 통해 북한의 환경기초시설 건설 지원을 지목했다. 아울러 개성공단에 재생에너지단지를 구축, 새로운 재생에너지원 확보 및 남북에너지공동체 구축도 시작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에너지 빈곤 없는 따뜻한 에너지복지 실현방안도 내놨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은 아직도 에너지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에너지 빈곤층에 전기·가스요금을 현재보다 2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일정 사용량까지는 누진제 적용을 배제하고 기초생활용 전기 사용은 보장하는 방안과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 지지자가 만들어 공식 홈페이지 올린 박근혜 당선인 팝아트.

◇공기업 선진화 손질 및 정부조직 개편
박근혜 당선인은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핵심인 에너지공기업 민영화 여부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우선 공공기관 기관장 선임, 민영화 등 선진화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이해당사자 및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미흡했으며, 자체사업과 정부 대행사업 구분을 못해 경영 책임성도 저하됐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기관장 선임시 전문자격 요건 강화 등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경영평가 제도 역시 3년 단위의 경영성과협약제로 전환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기업 부채 역시 사업별 구분회계를 통해 부채증가의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 독립과 기후변화 및 환경의 중요성 증대에 따른 에너지-환경부문 정부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아직은 말을 아끼고 있다. 과학기술과 IT분야를 미래창조과학부로 모으고, 해양수산부를 부활하는 정도만 약속했다. 아울러 집권초기 기반구축을 위한 최소개편 원칙 하에서 단기와 장기를 구분하는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국무총리 위상강화 및 국무회의 중심의 집단의사결정시스템 정착 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볼때 에너지-환경관련 정부조직의 대폭적인 개편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유명무실해진 지속가능위원회를 부활, 현 녹색성장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맡기는 정도에서 에너지-환경조직을 손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캠프 에너지·환경정책 브레인은 누굴까>
윤성규 지속가능추진단장이 사실상 좌우
공기업 민영화론자인 손양훈 교수도 주목

 

▲ 윤성규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환경·에너지정책은 윤성규 한양대 교수가 대부분 관장하는 등 핵심역할을 했다. 윤 교수는 새누리당 경선부터 박 당선인을 보좌했으며, 대선후보로 확정된 9월부터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17개 추진단 가운데 하나인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을 맡아왔다.

이렇듯 박근혜 당선인의 에너지-환경부문 공약을 다듬은 윤 단장은 교수 보단 관료 출신으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56년생인 그는 충주공업전문고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1978년 기술고시(13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대부분을 환경부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1992년 환경처 폐수관리과장과 2001년 환경부 수질보전국장을 거쳐 2005년 국립환경과학원장을 맡았고 2008년에는 기상청 차장도 지냈다. 대표적인 환경산업 육성사업인 에코스타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아울러 국장 시절인 2004년에는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으로 파견돼 에너지와도 인연이 깊다.

30년간 정부 관료로 활동한 그는 꼼꼼하고 일 잘하는 공무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성격은 온화하면서 신중한 편이지만, 때때로 분명한 자기 색깔을 펼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실제 그는 본지 등이 주최한 대선캠프 에너지·환경정책 토론회에서 “아직 공약이 확정되지 않아 양해해 달라고”고 한 발 빼면서도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와 FIT(발전차액보상제도)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각론에선 자기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박근혜 캠프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공약에 관여한 인천대 손양훈 교수도 주목받고 있다. 손 교수가 전력산업구조개편 논의에 앞장서는 등 국내 대표적인 에너지공기업 민영화론자라는 점 때문이다. 원전에 대해서도 전력수급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감안할 때 감성적인 접근은 안된다며 옹호론을 펼쳤다.

손 교수는 많은 자리에서 “정부가 사실상 전력과 가스시장을 독점하면서 자원배분의 비효율 초래와 수급불안을 야기했으며, 민영화와 구조개편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에너지가격에 있어서도 그는 “정치논리로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해 전력수요 폭증을 불러온 만큼 가격현실화가 모든 정책의 선행조건”이라고 전기요금 인상을 역설해왔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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