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공사·석유공사 작년 부침 딛고 글로벌 도약 다짐
석유관리원·광해공단 기술력 바탕 “올해는 우리 해” 자신

[이투뉴스] 지난해 자원개발 및 석유관련 공기업들은 '다사다난' 했다는 말이 어울린다. 지난 한해동안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석유공사가 대표적이다. 두 공기업 모두 이명박 정부시절 대형화를 통해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외자원개발 실효성이 미비하고 부채도 크게 증가했다는 등 지적을 끊임없이 받으며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은 수장이 바뀌면서 재빠르게 몸을 추스렸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사안 해명에도 적극적이었다. 국정감사도 큰 탈없이 정면돌파했다.

석유관리원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특히 가짜석유를 근절하겠다고 새롭게 시도하는 사안들이 일선 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갈등국면이 불거졌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석유관리원 입장에서는 가짜석유에 대한 관심이 전국민적으로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는 판단이다.

광해관리공단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당초 해외사업에 큰 밑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올해가 특히 중요한 것은 작년 아쉬웠던 부분까지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

2020년 글로벌 톱 20 자원개발 메이저 도약 선포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광물자원 선진화 심포지엄'에서 2020년 글로벌 톱 20 자원개발 메이저 도약을 선포했다.

고 사장은 당시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나라의 철강, 자동차, 조선, IT 등 주력산업의 성장은 에너지 및 금속광물 다소비 구조로 이어지면서 10년새 석유, 가스, 6대 전략광물 수입액이 급증했다.

세계 광물자원 시장동향은 신(新)자원민족주의와 국가간 자원확보 경쟁, 자원무기화 등으로 녹록치 않다. 러시아, 몽골, 호주, 볼리비아, 페루, 잠비아, 인도네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낮은 지명도의 후발주자인 우리는 경험부족, 인력부족, 기술미흡, 자본취약 등으로 메이저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 해외자원개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작년 분위기만 보면 논란만 부추긴 골치덩이였다.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실효성은 낮았고, 반면 비용은 엄청나게 들어갔다. 특정기업 특혜시비까지 불거지면서 해외자원개발 자체에 대한 불신만 오히려 커졌다.

고 사장의 비전 선포는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자칫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추진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비록 과거 급격한 대형화와 엄청난 비용투자로 논란을 낳긴했지만 우리에게 해외자원개발은 절대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필수사항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자원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원에 대해 세계 5위의 엔드유저다.  그 만큼 광물자원공사의 역할이 중요한 셈이다. 자원개발 메이저가 없는 우리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데, 그 중심축은 광물자원공사가 돼야 한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자원부국들도 눈높이가 높아져 공기업 참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력 측면에서도 광물공사의 존재는 더욱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과거에 문제가 됐던 부분을 빠르게 정상화 시키거나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 사장도 "암바토비 사업에 많은 비용이 투자된 만큼 정상화 됐으면 좋겠고 볼레오 사업에도 총력을 다해 프로젝트를 정상화 시키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전략광물 자주개발률 43%, 신(新)전략광물 자주개발률 31% 등 글로벌 톱 20 자원개발 메이저 도약을 향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광물자원공사는 이를 위해 자산규모를 현재 3조원에서 15조원으로 키우고 매출액도 2000억원에서 1조원대로 높이며 수익 역시 5000억원대로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또 탐사 및 채광, 선광·재련 등 기술역량을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높이고 투자사업의 수익과 내실화를 다지겠다는 계획도 수립해놓고 있다.

경쟁국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자원보유국에 개발경험을 전수하고 지역사회와 상생을 모색하는 등 한국형 자원메이저를 만드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이젠 질적 성장" 글로벌 수준 전문화 역량 결집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자원개발 공기업 대형화에 따른 혜택과 비난을 모두 받았다.

대형화의 일환으로 해외 광구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 자주개발률을 높일 수 있었지만 실효성 논란과 부채 급증은 발목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서문규 사장이 새로 취임했다.

내부 출신 첫 사장이라는 점과 그 동안 불거진 많은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 세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서 사장은 취임사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투명하고 공명정대한 경영으로 극복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양적 성과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모든 직원과 조직이 글로벌 수준으로 전문화 되도록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공사는 최근 논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새로운 투자보다는 내실다지기에 더욱 주력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려가 컸던 국정감사를 잘 넘겼고 직원들과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각종 논란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다소나마 끌어올리면서 일단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공공구매 물량 중 60% 이상을 중소기업 제품으로 구매했고 석유비축기지 건설과 보수공사 등 중소건설업체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과 생산성 향상 등 공동혁신활동을 통해 성과를 도출하고 공유하는 제도인 성과공유제 계약도 체결했다. 

석유공사의 또다른 성과를 알뜰주유소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지식경제부는 석유공사를 알뜰주유소 사업추진 주요 공기업으로 선정했다.

알뜰주유소가 정부차원에서 추진된 것인 만큼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 당초 알뜰주유소 목표 개수는 1300개였는데, 1년새 1000개 가까이 확보했다.

최근에는 휘발유를 수입하는 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알뜰주유소에 더욱 저렴한 석유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차원이다.

기존 정유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두달만에 페트로차이나로부터 휘발유를 들여올 정도로 사업 추진력 만큼은 주목을 받았다.

석유공사에게 올해는 중요한 한 해가 될 수 밖에 없다. 더이상 묻지마식 몸집 키우기가 힘들어진 만큼 투자보다 결과가 한층 명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효성, 부채 등 그동안 논란이 됐던 문제를 정리하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문규 사장도 국정감사에서 "투자한 해외 자회사와 지분을 가진 유전에 대해서는 정관을 변경하고 계약을 수정해 유사시 국내로 도입할 수 있도록 계약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실물 자산이 언제든 유동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부채를 낮추기 위한 작업에도 나서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셰일가스로 대변되는 세계 에너지 시장 변화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내부적으로 셰일가스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석유공사 직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부분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때 직원의 전문성도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관리원

석유 보고 전산시스템 도입은 또 하나의 과제

한국석유관리원에게 작년은 기회가 많았던 시간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가짜석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가짜석유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데다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3조원에 달하는 비용 탈세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강후 의원은 '가짜·탈세석유 근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연 3조7000억원 세금을 탈세하는 가짝석유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석유관리원은 찾아가는 자동차연료 무상분석서비스를 전국을 돌면서 진행해 운전자들의 호응을 얻고 가짜석유에 따른 폐해를 널리 알렸다.

무상분석서비스는 운전자들이 자동차 내 연료에 대해 가짜석유 여부를 문의하면 채취해 바로 확인해주는 서비스로, 가짜석유 발견시 역추적을 통해 취급 주유소를 적발한다.

가짜석유를 우려한 소비자들에게 안심을 줄 수 있는데다 당시 가짜석유 적발률이 평소보다 크게 높아지면서 긍정적인 평가도 내려졌다.

가짜석유 근절 분위기가 조성됐고 석유관리원은 기회를 잘 활용한 것이다.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석유수급보고 전산시스템으로 인해 일선 사업자들의 불만이 거셌다.

전산시스템은 가짜석유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된 사안이다. 전산시스템을 통해 매일 주유소, 대리점 등의 거래상황이 자동으로 보고되는 프로젝트다.

이에 대해 주유소 사업자들은 자신의 영업비밀 노출 우려가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반면 석유관리원은 유종 거래 상황만 확인하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가짜석유 근절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강승철 이사장은 국정감사에서 "가짜석유로 수 십년간 시달려왔던 불법석유 유통 감시가 가능해져 면세유 불법유통, 무자료, 유가보조금 불법수령 행위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스템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석유관리원 한 관계자는 "적은 비용으로 조단위의 가짜석유 탈세를 막을 수 있는데 실효성 면에서 추진하는게 여러 측면에서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실제 석유관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산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가짜석유 단속률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높아진다. 석유제품 거래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논란은 남아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일단 추진되는 분위기다. 지식경제위원회 예산·결산 소위원회에서 전산시스템 예산이 통과된 것이다.

가짜석유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석유관리원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주유소와 대리점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 추진이 되도 뒷말이 무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전하면서 논의과정을 거치는 절차에 비중을 쏟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추진하다보니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석유관리원에서 볼 때는 올해 일선 사업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가 생긴 셈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

핵심기술 바탕 선택과 집중으로 해외진출 도약

한국광해관리공단은 지난해 야심찬 도약을 준비했지만 여러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특히 해외진출 사업 성과가 미진한 것은 더 뼈아프다.

광해방지사업을 주요업무로 하고 있는 광해관리공단에게 해외진출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국내 사업만으로는 역량을 발휘하는데 한계있다.

국내 광해방지에 약 20년이 소요되고 비용 규모도 작은 반면 해외 광해방지 시장은 잠재가치가 약 200조원에 달하는데다 기한도 산출하기 힘들 정도로 길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앞서가고 있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 기술력도 선진국의 82% 수준까지 올라와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광해관리공단은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핵심기술 5개를 키웠다. 광물찌거기 무해화, 광산 폐수 자연정화, 광산 GIS 구축, 광섬유센터 지반침하 계측, 토양오염 정화 기술 등이다.

비용도 선진국에 비해 낮아 이를 앞세워 동남아,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자원부국들에 적극 진출한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

하지만 공기업 특성상 정부지원이 넉넉하지 않고 국내 사업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다보니 도약기회를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올해 할일이 많은 이유다.

광해라는 용어 자체가 아직 생소한 것은 광해관리공단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심거리다. 광해방지의 중요성을 알리는 과정이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광해는 광산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제반환경의 피해를 말하는데, 영화 '광해'의 인기로 광해라는 용어자체가 알려진 게 위안거리라는 우슷개 소리도 나온다.

광해는 사실 광산에서의 토지 굴착이나 광물의 채굴, 선광 및 제련과정에서 생기는 지반침하와 폐석·광물찌꺼기의 유실, 폐수 방류 및 유출, 먼지 날림, 소음·진동으로 인한 광산과 그 주변지역의 피해를 말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경제의 침체까지 광해로 봐야 한다는게 광해관리공단의 입장이다.

우리처럼 광산개발이 과거 주요 산업이었던 경우에는 광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여전히 일부 전문사업자들에게만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광해와 광해방지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과정이 올 한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광해관리공단은 이와 별도로 광해방지기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업자원분야(광해, 자원) 국가기술자격검정 시험이 그것이다.

특히 현장에 특화된 전문기술을 교육하고 관련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 광업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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