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량 급증속 수익성 저하로 산업계 몸살
사우디 야심찬 계획에 이목 집중

[이투뉴스] 지난해 미국 태양광과 풍력산업은 희비가 엇갈리는 경험을 했다. 공급 과잉으로 폭락한 태양광과 풍력설비가격 덕분에 역설적으로 설치량이 급증했다. 아울러 세금공제 만료에 앞서 수혜를 보려는 개발업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경영난을 겪은 기업들은 직원을 해고하고 파산을 길로 내몰렸다. 

◆ 풍력 설치량 크게 늘어…감원 바람 못꺾어
미국 풍력개발업자들은 풍력에 대한 생산세금공제(PTC)를 받기 위해 사업을 서둘렀다. 표면적으로 보면 2012년은 '풍력 풍년'의 해였다.

지난해 3분기에만 1.8GW가 설치됐으며, 1~3분기 통틀어 4.7GW가 설치 완료됐다. 미 풍력협회(AWEA)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무려 5.16GW의 터빈이 설치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풍력발전 전력이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풍력 제조업은 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미국 내 풍력 터빈, 타워, 블레이드 등 주요 부품을 만드는 관련기업은 470개다. 설치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제조 공장들이 감원에 나섰다.

베스타스의 경우 콜로라도 공장에서 약 1500명의 제조인력을 최근 해고했다. 지난해 초 2300명을 해고한 이후에 시행된 대형 해고다. 지멘스도 직원 945명을 내보내고, 타워 제조사인 카타나 섬밋도 공장 문을 아예 닫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로 만료된 PTC 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랍 그램린치 AWEA 부회장은 "풍력 산업은 정책 불안성의 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풍력 정책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풍력은 기술적 혁신 부문에서 많은 결과물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저속 터빈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풍력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풍력이 선택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GE는 지난해 새로운 풍력터빈 제품을 공개했으며 블레이드 디자인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GE는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연구소 & 버지니아 테크 주립대학교, 국립 재생에너지연구소(NREL)과 공동 연구를 수행해 미 에너지부로부터 560만달러를 받았다. 새로운 블레이드 디자인은 제조 비용을 25~40% 까지 줄일 수 있다고 GE측은 설명했다.

◆중국, 세계 최고 풍력시장 진입
미국에서 풍력 산업이 불안한 상황을 겪는 동안, 중국은 풍력 산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중국은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5.4GW의 풍력설비를 추가로 세웠다. 같은 기간 8GW를 설치한 전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 기간동안 새롭게 세워진 풍력발전소의 32%를 차지한다. 이는 2011년 43%보다는 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6월까지 중국은 모두 67.7GW의 풍력 발전소를 건설해 세계 최대 성장률을 보였다. 세계풍력협회는 중국이 세계 풍력시장에서 최고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 태양광은 가격 혁신으로 산업 확대
미 태양광산업협회(SEIA)의 탐 킴비스 대외사업 부회장은 2012년 미국 태양광 산업 성장의 원인을 기술적 혁명이 아닌 재정적 혁명으로 지목했다. 그는 주택 담보 대출을 받지 않아도 누구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낮아진 점을 근거로 들었다. 

킴비스 부회장은 "가격 혁명은 전 밸류체인에 걸쳐서 일어날 수 있다"며 "다양한 대여 사업과 3자 소유 모델 등은 미국 태양광 시장을 전진시키는데 경이적인 혁신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3자 소유 모델은 태양광 설비 대여 사업에서 만들어졌다.

SEIA와 GRM이 공동 연구해 발간한 태양광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미국내 태양광 설치량은 1992MW였다. 전년도보다 100MW 가량 늘었다. 2012년 3분기에만 684MW였으며, 같은기간 주택용 PV는 118MW였다.

킴비스 부회장은 분기별 성장을 통해 앞으로 소비자들이 태양광 대여를 더 선택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금을 주고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대여나 파이낸싱 선택으로 소비자의 구매 형태를 늘려 태양광 설치를 확대 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공급 과잉이 태양광 가격 하락 부추겨
2012년 미국내 태양광 호재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전년도 대비 7%라고 SEIA는 추산했다. 세계 시장 성장률은 14%였다. 여전히 세계 태양광 모듈 공급 과잉은 우려의 대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공급 과잉은 지난해 중국 태양광 제조사들과 미국 상무부 사이의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이게 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미국에 물량을 저가 덤핑 판매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미국내 태양광 제조사들이 덤핑된 중국산 때문에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 국제 무역 위원청(ITA)은 중국에서 제조된 셀을 사용하는 태양광 모델 수입산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관세는 24~36% 사이가 될 예정이다.

공급 과잉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아울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태양광 개발을 확대했다. 특히 저가 재료를 상업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마크 노르먼 에미레이트 태양광산업협회(ESIA) 기획담당은 "가격 하락은 개발도상국들이 태양광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며 "이는 건설적 파괴의 경우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가 태양광이 특히 개발도상국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독립형 전력망으로도 실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태양광은 인프라가 부족한 시골 지역에서 이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킴비스 부회장은 "가격 하락은 양날의 칼을 가지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좋은 기회며 설치량 확대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제조사들에게는 더 적은 이윤을 남겨 살아남기 힘든 경쟁 환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산업도 파산 바람

지난해 미국의 태양광 산업이 다른 산업들보다 훨씬 빠른 성장률을 보였다.

비영리단체 솔라 파운데이션의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산업의 고용률은 지난 한 해 13.2% 상승, 1만3872명의 일자리를 추가했다. 미 노동부 통계에서도 새롭게 창출된 230개 일자리 중 하나는 태양광 산업에서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확대 소식은 수많은 태양광 회사들의 파산이나 합병 뉴스와 사뭇 대조적이다.

킴비스 부회장은 신흥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나 텔레콤, 개인 컴퓨터까지 전 산업에 걸쳐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극심한 경쟁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중국에서의 태양광 고용은 저조했다.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패널 제조사인 썬텍파워는 중국내 1500개 일자리를 줄일 계획이다. 운영 비용을 줄이고, 태양광 셀 용량을 줄이기 위한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다크 호스로 떠오른 사우디 아라비아

미 재생에너지 전문지 <리뉴어블에너지월드>는 차기 태양광 허브로 사우디 아라비아를 주목했다. 지난해 5월 사우디 킹 압둘라시는 2030년까지 54GW의 재생에너지 용량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원유 부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국 석유 소비를 줄여서 수출량을 늘리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사우디의 재생에너지 계획을 살펴보면, 54GW 중 41GW는 태양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가 들어있다. 16GW는 태양광, 25GW는 태양열로 공급할 예정이다.

첫 사업의 규모는 무려 700MW로 연내 착수된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업계는 "세계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산업을 뒤흔들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우디의 실업률은 약 10%로 추정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구촌 심장부가 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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