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우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

▲ 추락하는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을 회생시키기 위해선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한국지역난방공사 화성지사의 축열조 및 열병합발전소 모습.

골병 든 CES 등 빅2 제외하고 대부분 적자 지속
가스요금 산업용 적용과 전기요금 현실화 열쇠

[이투뉴스] “국내 집단에너지업계가 빅2를 제외하고 대부분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력수급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이는 집단에너지산업은 에너지산업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니 만큼 활성화가 절실하다. 하지만 20011년 말 이 자리에서도 똑같은 말은 했던 것 같아 송구스럽다”

지난해 12월 열린 집단에너지 정책세미나에서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의 현실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국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라는 빅2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빅2 역시 전력판매를 빼면 별반 다를게 없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CES(구역전기사업)업계는 심각한 지경을 넘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대부분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이들은 회생방안이 아니라 이제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제 경기CES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올해도 상당수 업체가 경기CES와 비슷한 상황에 몰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6월부터 지역난방공사 요금준용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요금을 산정하겠다는 업체가 증가하는 등 개별요금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기업인 한난 요금을 준용해선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요금을 일부 인상한 곳도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이같은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지식경제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공감은 하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의 속을 들여다보면 지뢰밭을 연상시킨다. 열요금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스요금 용도적용 문제와 전기요금까지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집단에너지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공급중단을 포함해 더 큰 위기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년이나 뒤로 미뤄진 집단에너지 기본계획도 문제다. 따라서 업계는 마침 새 정부도 들어서는 만큼 문제발생의 책임소재와 함께 근본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청원 통해 마지막 몸부림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을 중심으로 소규모 민간사업자들은 지난해 국회에 한국가스공사 LNG도매요금 중 집단에너지용 가스요금 개정에 관한 청원을 냈다. 소개는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김한표 의원(새누리당, 거제)이 맡았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100MW 이하 소규모 열병합발전소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및 GS파워와 같이 100MW 이상 대규모 열병합발전소의 LNG연료가격을 비교할 경우 소규모 열병합발전소가 ㎥당 50원∼100원 상당을 비싸게 쓰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비싼 연료비를 내다보니 소규모 집단에너지사업자는 난방열 생산원가가 대폭 상승하고, 한난 열요금에 따르도록 규제까지 받으면서 막대한 운영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역난방시설의 경우 도시기반시설로써 사업자 파산 시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주민들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이를 꼭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 소개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집단에너지용(열병합 1,2) LNG 공급가격은 ㎥당 771.2원(2011년 평균)으로 가스공사의 직공급 요금(발전용)인 ㎥당 703.6원에 비해 67.6원 가량 비싸게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같은 산업단지 내에서도 열병합용 가스요금에 비해 산업용이 ㎥당 30원 가량 싼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동절기 열이 부족할 때 가동하는 열전용보일러 역시 동일한 서민 난방 목적으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주택난방용 요금에 비해 ㎥당 44.22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가스공사가 동하절기간 수요차이를 이유로 주택난방용에 비해 열전용보일러 요금을 더 올렸기 때문이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이처럼 불공평한 요금구조와 높은 연료비로 인한 열생산비용 차이로 인해 많은 민간 사업자들이 매년 막대한 운영결손으로 도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했다. 따라서 용도별 요금을 산정함에 있어 현재 2가지 동고하저 수요패턴지수를 이중 적용하는 것을 최대·평균지수 하나로 통일해 난방용 소비자의 과도한 요금부담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도산위기에 빠진 영세 집단에너지사업자의 부담능력을 고려해 발전용량 100MW 이하 소형 열병합발전소도 대형 발전소와 동일하게 가스공사가 직공급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산업용’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집단에너지 열전용보일러가 사용하는 가스요금 역시 서민들의 난방열과 동일한 만큼 ‘주택용’을 적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 100mw 용량을 기준으로 이상은 가스공사로부터 발전용 요금을, 그 이하는 훨씬 비싼 열병합요금을 적용받고 있는 것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크게 일고 있다.

◇전기요금 현실화, 열병합 우대요금도 시급
집단에너지사업 중 열만 공급하는 곳은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전기와 열을 함께 파는 CES사업은 대부분 도산 일보직전에 놓여있다. 연료비 등 생산원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수십조에 달하는 한전의 적자만 봐도 당장 알 수 있다.

따라서 CES업계는 현재와 같이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제해서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원자력과 석탄을 포함한 대형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판매하는 한전이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소규모 LNG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CES사업자는 원가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열에선 지역난방공사에 치이고, 전기는 한전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애처로울 정도다.

국가적으로 봐도 전기요금 현실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석유 등 1차에너지보다 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폭증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근래 전력수급 상황이다. 결국 제대로 된 수요관리는 물론 한전 및  CES사업자가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원가에 맞는 요금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여기에 수요처 인근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추가요금 지급 등 우대정책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최근 송전시설 건설이 지연되면서 불거지고 있는 전력계통의 취약점 개선을 위해서도 열병합발전소 지원정책은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에너지이요효율을 높이기 위해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같은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떠넘기기 아닌 이제라도 머리 맞대야 
국내 집단에너지 정책을 주관하는 곳은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과다. 하지만 이 곳 담당자들은 자신들이 나서서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고 하소연한다. 가스요금 관련 문제는 가스산업과와 가스공사가 개입돼야 하고, 전력문제는 전력산업과와 한전이 이해당사자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이다.

실제 100MW 이하 열병합발전소의 산업용 요금 적용을 비롯해 열전용보일러 요금을 주택난방용과 동일하게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 집단에너지 정책담당자들은 공감은 하되, 가스산업과 소관이라고 한 발 뺀다. 전기요금 문제가 불거지면 이 역시 전력산업과와 전기위원회로 공을 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집단에너지와 전력·가스를 담당하는 상위 국장까지도 입장이 전혀 다르다.

이처럼 집단에너지사업은 열과, 전기, 가스 문제가 혼재돼 있는게 명백한 사실이다. 더불어 정책결정 과정에서 준비부족으로 발생한 문제인지, 사업자의 무분별한 참여가 사태를 불러왔는지 등 바라보는 시각도 천양지차다. 하지만 제2차관 산하에서 에너지정책 전반을 다루는 지식경제부가 소위 말하는 ‘과(課) 이기주의’에 매몰돼 서로 떠넘기기만 한다면 비난을 넘어 명백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오랫동안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전혀 개선방안이 나오지 않자 결국 국회 청원에 나섰다. 가스요금 적용 및 전력 도소매 요금 조정 등 제도개선 없이는 집단에너지사업 정상화가 '백약이 무효'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 사업자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서라도 이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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