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동적 자세 벗어나 에너지분야 직접 챙긴다

 

▲ 서울시가 햇빛도시 건설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등 원전 한기 분량의 에너지를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추진정책이 대표사례

신재생E단지 유치 등 직접적 이해관계도 영향

[이투뉴스] 그동안 거의 모든 에너지정책은 정부가 입안, 추진했다. 시행은 주로 에너지관련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맡았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위임한 인·허가권을 토대로 해당 사업자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도시가스 요금 등 일부 가격결정권도 행사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지도·감독 수준에 머물렀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에너지절약을 앞장서 선도하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 등에선 정부를 뛰어넘을 정도로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직은 중앙정부 정책과 연계한 아이템이 많지만, 아예 해당 자치단체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시도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원전하나줄이기’를 선포한 서울시 움직임이 우선 눈에 띈다. 특히 에너지절약 등 캠페인에만 머물지 않고 에너지생산도시로의 전환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밖에 대구·경북지역은 원자력 및 그린에너지, 광주·전남은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지방정부가 이처럼 에너지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대형 발전소 등 거대 생산기지가 아닌 소규모 생산시설이 가능해진데 따른 것이다. 실제 태양광 및 풍력발전단지 건설 및 해당 기업 유치를 위해 자치단체가 본격 나서면서 한참 뒤에 있던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를 대폭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시작한 자치단체의 에너지 정책과 사업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 위해선 중앙정부의 협력 없이는 여전히 쉽지않은 상황이다. 재원 마련과 제도 개선 등에서 명백하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과 상생을 위한 해법이 도출돼야만 상호 윈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와 관련 “정부지원 없이는 지자체의 독자정책이 성공하기 어렵고, 또 지방정부 협력 없이는 중앙정부 정책추진 역시 공허하다”면서 “참된 지방분권을 이룰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자주재원 확충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 이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6개월 만에 상당한 성과
서울의 전력소비량은 2012년 기준 국가 전체의 10.9%를 차지하고 있고 그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자급률은 2.8%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여기서 출발했다. 에너지 효율개선과 절약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 하나가 생산하는 전력량만큼 에너지를 줄임과 동시에 에너지 생산에도 적극 나선다는 내용이다.

세부적으론 건물 옥상 및 주택 지붕 등 1만개소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등 햇빛도시를 만들고, 대규모 정전시에도 도시기반 시설을 마비 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수소연료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곳곳에 건설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밖에 에너지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건물과 수송부문 에너지절약 및 효율화와 함께 범시민이 참여하는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역대 처음으로 에너지가 시정의 중심이 돼 6개월 간 원전하나줄이기를 추진한 결과 서울시는 6대 분야 10대 핵심과제를 정하는 등 사업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에너지관련 기업 및 각종 기관, 금융회사, 시민단체 등과 사업추진을 협의해 체결한 MOU가 신재생에너지 8건, 에너지효율화 10건, 에너지절약 5건에 이를 정도다. 아울러 시민들이 함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올해 모두 175MW의 태양광발전시설을 본격 설치하는 것은 물론 신내차량기지와 월드컵공원 등에 수소연료전지발전소 132MW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건물에너지 효율화와 관련해서도 중대형건물 254개소의 BRP(건물에너지효율화사업)를 추진하고, 에너지소비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친환경건축물도 크게 늘릴 예정이다.

고효율 저녹스 보일러 보급확대를 위해서도 나선다. 환경부와 협의를 통해 NOx 배출량이 적으면서도 에너지효율 1등급인 제품만 판매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더불어 신축건물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고시)를 강화하고, 전기를 대폭 줄일 수 있는 LED 조명을 222만개 보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한 서울시 서남하수처리장 모습.

◆전남·대구·경북 등도 다양한 사업 추진
전남은 국내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본격 착수했다. 우선 풍력발전시스템 테스트베드(Test-bed) 센터를 구축, 국내 기업이 개발한 풍력시스템에 대한 성능시험 및 안전성 평가를 도맡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풍력터빈업체들이 자연스럽게 전남지역에 개발 및 생산거점을 세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해양에너지 실증·연구센터 수립을 위한 검토에도 들어갔다. 특히 장죽·맹골지역에 조력발전 실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기업과 MOU체결에 나서는 등 풍력-태양광-조력-바이오발전단지 구축사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녹생에너지 섬 조성사업과 함께 지능형전력망 거점지구 구축 공모에도 뛰어들었다.

대구 역시 그린에너지산업 기반조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지방이 공동 투자하는 신재생에너지시설 보급확대에 적극 나서는 한편 신재생에너지 시범보급 등에 대한 전략적 홍보에도 노력을 기울여 최근엔 낙동강 둔치 태양광 시범사업을 성사시켰다.

그린에너지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오는 2014년까지 각각 240억원과 350억원을 들여 태양광과 수소연료전지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태양광 테스트베드 구축사업과 태양열발전시스템 기술개발, 고온을 이용한 수소생산프로젝트, 가정용 에너지저장시스템(10㎾h급) 상용화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북은 미래형 원자력산업 클러스터를 통해 국가 원자력산업 허브로 키워나간다는 구상을 내놨다. 국내 원전 21기 중 1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 6기 건설이 예정돼 있는 지역적 특색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한수원 본사 이전과 양성자가속기 건립, 방폐물관리공단 이전도 힘을 보태준다.

이를 통해 경북은 스마트 원전 실증플랜트 건설을 비롯해 국제 원자력 기능인력 교육원과 원자력 마이스터고 설립을 위해 뛰고 있다. 여기에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및 하이브리드원전 개발을 위한 R&D센터 등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뷰 / 임옥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에너지분야도 지방자치시대 열어야”
원전줄이기사업 올부터 가시적 성과 나올 것


▲ 임옥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만의 하나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할 경우 서울시가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어요. 시민들이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에너지생산시설을 갖추자는 구상은 여기서 출발했어요. 앞으로 에너지분야 역시 중앙집권식이 아닌 지자체 중심의 에너지 자립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 에너지정책을 이끌고 있는 임옥기 기후환경본부장은 지방정부 중심의 에너지정책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송전선로 부족 문제가 눈앞에 다가왔고, 어떤 정책이든 시민들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예산확보 어려움 등으로 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이 그리 많지 않다는 현실론도 담겨 있다.

“처음엔 과연 원전을 따라 갈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많았어요. 하지만 시민과 공무원 모두 바뀌고 있고, 바뀔 것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신재생을 결코 포기해선 안되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힘을 합해 꿈나무 키우듯 해야 합니다”

임 본부장은 중앙정부가 원전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고 경제성에만 너무 치우쳐 신재생을 의붓자식 취급하고 있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원자력에 투입되는 자금과 노력만큼 신재생에 투자하면 우리가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양한 툴(실천수단)을 가지고 있는 지방정부에 지방세 개념의 예산과 재량권을 부여한다면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그는 확신했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추진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그동안 부서간 협력, 제도개선, 의회설득 등에 매달리면서 진척이 덜 된 측면도 있어요. 특히 에너지생산 부문에서 기초체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죠. 하지만 기초다지기를 거의 마쳤고 밑그림도 완성된 만큼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사업성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에너지효율화 부문에서는 붐이 일었고, 시민들과의 협력체계 구축도 마쳤지만 생산부문 등 미진한 것도 적잖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올해 대규모 태양광발전과 수소연료전지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2014년까지 8% 전력자립이라는 목표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쓰느냐가 건물가치를 판단하는 제일 큰 기준으로 만드는 등 효율개선과 절약문화 확산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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