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SMP 상한제' 도입 등 운영규칙 개정 추진
민간발전사 "불합리한 가격통제로 전력산업 왜곡" 강력 반발

[이투뉴스] 한국전력과 민간발전사가 연초부터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됐다.

한전이 SMP(계통한계가격)에 상한선을 두고 민간 발전사에 정산조정계수를 씌우는 내용 등의 시장운영규칙 개정 요구안을 오는 8일 열리는 전력시장규칙 개정 실무협의회에 기습 상정했기 때문이다.

한전 요구안은 ▶SMP 상한제 도입  ▶SMP 결정요소 중 제세금 제외 ▶수력발전(수자원공사 등) 조정계수 적용 ▶기저발전 정비·정지시 패널티 부과  ▶저원가 발전소 수익상한 조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전력거래 시장에서 사들이는 구입단가를 낮춰 적자폭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안(案)은 민간발전사 등 이해 관계자의 수익 감소와 직결된 사안인데다 기존 도매 전력시장의 가격결정 구조를 크게 흔드는 내용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민간발전사 측은 한전의 이같은 시장규칙 개정 움직임이 경쟁을 추구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는 현행 전력시장 원리에 정면 배치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빠르면 7일 한전의 규칙 변경 시도를 규탄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관련협회의 의견을 연판장 형식의 탄원서에 담아 정부와 전력거래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탄원서는 민간발전협회를 비롯해 지역냉난방협회, 구역전기사업자협회, 신재생에너지협회, 태양광산업협회, 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등 6개 협·단체가 공동 사인했다.

6일 민간발전협회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내부 적자문제를 이유로 지난해말 추진하다 대다수 시장 참여자의 반대로 유보된 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을 협의회 부의안건으로 재상정했다.

이 안이 본 위원회에서 상정돼 정부승인을 받으면 한전은 도매 전력시장서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전력구입이 가능해지는 반면 민간발전사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등은 수익률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해당사자인 민간발전사 측이 한전 움직임을 시장 원칙을 위배하는 인위적 통제로 규정하는 이유다.

물론 실무협의회에서 한전 요구안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한전-민자발전은 찬·반으로 각을 세우겠지만 워낙 예민한 사안이어서 정부-전력거래소-학계 축으로 나뉜 나머지 중립영역의 입장은 예단이 쉽지 않다.

현재 협의회 위원은 전력거래소 인사 3명, 지경부 1명, 한전 2명, 발전자회사 2명, 민간발전사 1명, 학계 전문가(교수진) 3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표면적으론 발전자회사가 한전과 한 목소리를 내고 학계의 일부 동의를 얻는다면 한전 측이, 전력거래소와 역시 학계의 지지를 이끈다면 민간발전사 측이 유리한 상황으로 읽힌다.

이래저래 전력거래소와 학계가 캐스팅보트를 쥘 공산이 크다.

명분 싸움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엇갈린다. 한전은 자사와 자회사가 적자인 상황에 민간발전사만 높은 수익을 올리니 형평성 차원에 일부 수익규제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측은 전력수요 급증으로 나타난 한전 구입비 문제를 상한 가격제 등 시장규칙 개정으로 해소하려는 자체가 경쟁체제를 부정하는 시장왜곡이자 전력산업 독점시대적 발상이란 지적이다.

특히 한전 전력구입비 상승은 설비 부족으로 발전단가가 비싼 발전기가 총동원되는수급 불균형 과정의 일시적 문제로, 조만간 대규모 설비가 확충되면 SMP 하락으로 자연 해소될 사안이란 입장이다.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전 적자해소를 명분으로 상위법인 전기사업법까지 거스르는 하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 태우는 것"이라며 "한전이 큰 걸 그르치고 있다"고 일갈했다.

박 부회장은 "불합리한 가격 통제를 위해 시장 운영규칙을 바꾼다면 누가 수조원이 투입되는 이 시장에 참여하고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이겠냐"면서 "법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 시도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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