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경쟁력이 에너지안보다
기술 경쟁력이 에너지안보다
  • 정우진
  • 승인 2013.01.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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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 칼럼] 자원민족주의가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에너지 기술이 급속하게 진보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 전개된 셰일가스의 생산증가는 러시아를 비롯한 가스부국들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불과 수년전 타이트한 가스수급 환경에서 가스부국들이 시도한 OPEC과 같은 가스 생산자기구의 조성 문제는 이제 퇴색한 옛 얘기로 들린다. 신재생에너지도 아직은 화석에너지와 경쟁할 만한 보편적 상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지만 5~6년전에 비해서는 생산원가가 크게 낮아졌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원가는 KW당 600~700원대에서 300~400원대로 절반 정도 떨어졌다.

자원무기화에 대항하면서 빠른 기술진보를 보이는 분야가 유ㆍ가스전의 시추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에너지 효율기술들이다. 이중 현재 자원부국에 가장 위협을 주는 것이 시추기술의 발전이다. 과거 생산기술이 없어 매장량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던 셰일가스가 「수평시추-수압파쇄」기술이 개발되면서 미국을 가스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화시켰다. 셰일가스 외에도 CBM이나 타이트 원유, 가스하이드레이트, 초중질유, 셰일 원유 등 비전통 석유와 가스의 시추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 가고 있다. 바다속 암염하층(pre-salt)을 관통하는 초심해 생산기술의 진보와 기존 석유와 가스광구의 생산력을 높이는 생산증분(EOR) 기술 등의 시추기술 역시 원유와 가스의 공급을 크게 증대시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글로벌 경제 불황에 의한 수요 침체와 무분별한 설비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 국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기술경쟁이 전개되고 있어 결국 기술경쟁력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분야의 이러한 기술진보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자원부국들의 자원무기화를 무력화시킬 만큼 파괴력을 갖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자원민족주의가 심화될수록 에너지분야의 기술발전은 더욱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자원부국들의 독점적인 자원지배력과 이에 대응하는 에너지ㆍ자원 기술들간의 힘겨루기가 국제 자원판도 변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가 에너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서 그동안 석유비축이나 에너지도입선 다변화, 자원부국과의 협력 강화 등 에너지안보를 강화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제 시장에서 에너지 구매자로 남아 있는 한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 역량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가장 굳건한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 판매자가 되는 것이다. 비록 국내에 부존자원은 없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광구에서 자원을 생산해 국제 시장에 공급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들을 활발하게 수출하게 되면 우리의 에너지안보는 그만큼 강화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에너지분야 기술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국제기업과 경쟁하면서 에너지를 공급할 만한 판매자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시추기술은 초보 단계이며, 신재생에너지 기술 역시 아직은 국제 유수의 기업과 기술력 격차가 크다. 그동안 자원개발과 녹색성장이 에너지 정책의 주요 어젠다가 되면서 이 분야의 기술 R&D지원이나 산업육성에 재정적 지원이 늘은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추려면 보다 과감한 투자와 기술진흥 정책들이 요구된다. R&D가 더욱 확대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 기술을 가진 산업에서 투자가 보다 활발히 일어나도록 시장도 확대시키고 다각적인 투자유인 정책들도 시행돼야 한다. 그래서 금년 2월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도 자원개발과 녹색성장 정책들을 통해 더욱 강도 높은 에너지기술 개발과 관련 산업의 육성정책들이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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