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나이 이어 롯데기공 조정…나머지 3사도 결정 고심
원자재 및 전기료 등 원가상승으로 경영 압박요인 커

[이투뉴스] “현실적으로 가스보일러 단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원자재가격은 물론 전기요금 등 고정비용이 지속적으로 올라 견디기가 쉽지 않죠. 다른 곳은 어떻게 견뎌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비슷한 사정이라 봅니다. 다만 누가 먼저 나섰느냐의 문제죠. 아직 가격조정을 하지 않는 회사들도 타사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가스보일러 단가 인상을 놓고 제조사의 움직임이 연초부터 확연하다. 다만 시기나 방법은 각사마다 조금씩 온도차를 보여 5사 5색의 형국이다.

린나이코리아가 이달 1일부터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롯데기공도 이달 중순부터 사실상의 가격인상에 들어갔다.

나머지 3사들도 외형상으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거나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선을 긋고 있으나, 일선에는 지사장 회의 얘기 등이 전해지며 단가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1만6000㎉ 용량의 일반보일러 기준으로 1만원에서 2만원 정도의 폭이다.

하지만 내수시장을 놓고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눈치를 살피는 것은 여전하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가운데 지난해 내수시장이 120만대 안팎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지만 일선 대리점에서 몇 만원의 마진에 목을 거는 터에 이런 폭의 단가인상은 대리점 반발은 물론 시장점유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단가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만큼 원가인상으로 인한 경영 압박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원가상승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평가다.

가스보일러에 들어가는 비철금속 단가의 경우 지난해 큰 폭의 인상률을 보였다. 24개 품목의 원자재 가격을 종합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원자재가격지수(GSCI)는 지난해 0.3% 올랐으나 비철금속은 지난해 말 기준 LME(런던금속거래소) 지수 3437을 기록, 1년 전과 비교해 3.68%나 올랐다. 종합 원자재가격지수 상승폭의 10배나 오른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알루미늄 현물은 톤당 2073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67% 올랐으며, 구리 현물은 톤당 7792달러로 2.32% 상승했다. 또한 납은 톤당 2294달러를 기록하며 14.13%, 아연은 2062달러로 10.74% 각각 올랐다.

문제는 앞으로의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로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원자재 시장으로 투기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철강 등 기초금속의 경우 수요 약화 및 재고 증가 등 펀더멘탈에 변화가 없어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기 어려우나 미국 재정절벽 협상 타결과 중국과 미국의 경기지표 호조세 지속 등이 단기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겠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도 단기적으로는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수익성이냐, 마켓 쉐어냐 셈법 달라
이런 상황에서 각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수익적인 측면과 마켓 쉐어 등을 고려하며 시기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각사의 셈법이 다른 것이다.

지난해는 성수기를 지나 비교적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4월부터 조정에 나섰으나 올해는 다르다. 또한 지난해는 기존 제품의 가격 인상이 주류였으나, 올해는 신제품을 내놓으며 함께 단가를 조정하는 추세다.

가장 먼저 이달 1일부터 가격인상에 들어간 린나이코리아의 경우 코스트 다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반형 신제픔을 내놓으며 가격을 조정했다. 일반형 1만6000㎉ 신제품을 통해 1만원을 인상하고 기존 콘덴싱 1만8000㎉제품과 일반형 1만6000㎉제품은 5000원씩 올렸다.

내부경영 방침 상 시장점유율보다 수익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린나이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매출과 고정비 증가를 저울질하다 최종적으로 수익구조 개선에 비중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기공은 대리점에 대한 할인 폭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실상 가격인상을 취했다. 일반형 기존가를 소폭 인하하면서 대리점 규모에 따라 할인폭을 기존보다 2만원에서 최대 5만원까지 줄인 것이다. 품목에 따라 1만5000원에서 4만원까지 오른 셈이다.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동나비엔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가격인상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열린 지사장 회의를 통해 이달 중 1만~1만5000원 상당의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동나비엔이 외형적인 규모에 비중을 둬 단가조정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수익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귀뚜라미는 지난해 9월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이 직접 아산공장에서 신제품 출시 기념식을 가지며 대대적으로 시장 변화를 꾀했으나 해가 바뀐 지금도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가조정이 아니라 오너의 공표대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아니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성쎌틱도 올해 별다른 신제품 출시 계획이 없다보니 가격조정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인지도와 유통단계부문의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따져보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격조정에 대한 각사별 입장이 조금씩 상이한 가운데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고, 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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