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과 맞물려 사안마다 반발 기류…규칙개정실무협의회 28일로 연기

[이투뉴스] 전력시장한계가격(SMP)에 정산상한가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한국전력의 전력시장 규칙 개정안에 민간발전사는 물론 일부 한전 발전자회사와 공기업도 일제히 반기를 들고 있다.

용량요금 문제와 연계돼 장기적 검토가 필요하고, CBP(변동비반영시장)는 비정상적 시장가격이 형성될 우려가 없는데다 자칫 전력시장 가격신호 왜곡으로 설비투자 유인이 감소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14일로 이미 한차례 연기된 규칙개정실무협의회는 추가 의견조율을 위해 오는 28일로 재차 일정이 미뤄지고, 규칙개정위 본회의도 이달 31일로 각각 순연됐다.

1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전이 전력시장 규칙개정실무협의회에 제안한 개정안 원안을 찬성하는 발전사는 현재로선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일단 민간발전사인 SK E&S, GS EPS, GS파워, STX에너지, 포스코, 대전열병합 등이 초지일관 개정에 반대하고 있고,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난방공사, 수자원공사, LH 등 공기업도 이들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한전 자회사인 중부발전과 남부발전도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한전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수력원자력과 동서발전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있다는 입장과 향후 2년만 한시적으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단서를 단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편에서 제도 도입을 지지한 발전사는 없었다는 얘기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한전 주장의 명분을 떠나 일단 시장을 흔드는 사안을 추진함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수정안을 제시한 일부 발전사들의 의견도 애두른 반대 입장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전은 현재 '연성 정산상한가격제(Soft Price Cap)' 도입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한계가격이 상한가 이상에서 결정될 경우 상한가 이하 발전기는 상한가격을, 그 이상의 발전기는 자기변동비를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이때 정산상한가는 용량가격 결정기준 발전기(가스터빈 변동비)의 발전단가 수준으로 결정하되 매월 비용평가위에서 결정한 가스공사의 LNG발전 연량단가를 반영하자는 제안이다.

한전은 규칙개정 제안설명을 통해 "고장이나 정비로 기저발전기 용량이 축소되거나 공급예비율이 낮을경우 LNG나 유류기력 등 노후발전기와 소형열병합 등 비효율적인 발전기가 SMP를 결정해 전체 발전기들의 이익이 증가하고, 특히 민간발전사의 반사이익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전력시장의 도입목적은 경쟁을 통해 효율적 발전기의 신규진입과 비효율발전기의 퇴출을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에 있다"며 "그러나 현행 SMP에 따른 정산금 지급은 한계발전기에 대한 비용 과대계상과 비효율 발전기의 퇴출지연을 존속시키는 비효율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민자발전 특혜 논란의 대상으로 지목돼 온 저원가 LNG복합발전기를 가격안정화 대상에 포함시켜 정산조정계수를 씌우는 안(案)도 발전사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형국이다.

연료비 절감은 어디까지나 사업자의 경영성과로 인정하는게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1000MW급 광양복합화력을 운영하고 있는 SK E&S의 K-Power사는 가스공사 도입가의 3분의 1수준인 인도네시아산 LNG를 직도입해 매년 수천억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이번 저원가 복합화력 조정계수 도입안에 대해선 전력거래소를 비롯해 한전 자회사인 중부발전, 남동발전, 동서발전, 한수원 등이 민자발전사와 함께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들은 발전사 연료비 절감은 국가 에너지자원 합리화에 기여하는 일이므로, 이를 규제하면 비용절감 노력을 무력화시켜 장기적으로 시장가격 상승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발전사의 전가 연료구매로 인한 인센티브는 제공하되 현저하게 높은 이익을 시현할 경우 전력산업의 공공성 등을 고려해 그 일부를 소비자 이익으로 환원시키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원안을 고수하고 있다. 

한전은 월별 평균 LNG 열령단가보다 30% 이상 낮은 LNG발전기에 대해 비용평가세부운영규정으로 일정마진을 삭감하는 정산조정계수를 적용, 저가 연료 도입 발전사의 이익 일부를 전기요금 인상 상쇄 몫으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에 의하면 자사 영업이익률은 전력구매비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억제에 따라 2011년 -6.9%에서 지난해 상반기 -18.2%까지 심화된 반면 SK E&S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47.8%에서 지난해 상반기 70.6%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한전은 전원구성이 왜곡돼 있는 상황에 한계가격 지급시 발생하는 소비자요금 급등 및 사업자간 수익불균형 해소를 위해 이같은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며, 같은 맥락에서 원자력과 석탄 등 저원가 발전기에는 이미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되고 있음을 주지했다.

수자원공사 수력발전기를 타깃으로 한 수력발전 정산조성계수 적용안과 전력그룹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저발전기 고장·정비 지연 패널티 부과안 역시 이해당사자의 저항이 거세다.

지난해 한차례 규칙개정이 좌초된 수력발전 조정계수 적용안은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전은 연료비가 '0원'인 수력발전기가 규제없이 시장에서 전력을 거래함으로써 초과이익을 챙겨가고 있고, 수자원공사의 경우 물관리 사업으로 이미 정부 보조를 받고 있음으로 이는 교차보조란 입장이다.

특히 같은 댐을 운영하는 한수원의 수력발전기는 이미 정산조정계수로 가격규제를 받고 있으므로 수자원공사만 예외를 주는 것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자원공사와 한수원의 대수력발전기는 15대, 1509MW로 22.4%의 높은 이용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한전은 개정안에 소수력발전소 규모인 5MW미만 수력발전기를 제외한 발전설비에 정산조정계수를 적용, 다른 저원가발전기와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전기료 인상요인을 해소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 안에 대해 한전으로부터 일부 수익규제를 받고 있는 발전자회사들이 대체로 찬성의견을 보이고 있다. 남동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등 발전사 3사는 수자원공사가 공공기관으로서 전기요금 인상지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원안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과 중부발전은 전력수급난에 따른 시장가격 문제로 초과수익을 제한한다면, 역으로 향후 시장가격 하락 시 적정수익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해당사자인 수자원공사는 한전 개정안을 시장지배적 남용을 통한 사업자의 영업활동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쌍방간 합의없는 일방적 가격조정을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저발전기 고장이나 정비지연 시 패널티를 부과하는 안은 예상대로 모든 발전자회사 및 민간발전사들과 전력거래소까지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불가항력적 우발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고장책임을 발전사에 전가하는 것은 무리며, 발전기 고장정지 인한 정산 불이익이 이미 존재하므로 추가 제재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패널티 부과를 피하기 위해 표준공기의 불필요한 연장과 적극전 운전 기피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이는 곧 공급능력 감소로 이어져 한전 전력구입비가 되레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은 "판매사(한전)는 전력시장가격 수준에 관계없이 공급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발전사는 발전기 고장시 미가동에 따른 기대수익 만큼의 손실만 감수하고 있어 요금인상 요인을 억제해 전기사용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원안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