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어던과 조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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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일보
  • 승인 2006.12.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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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석 동국대 법대교수

월요일 조간신문 사회면, “전기세 10만원을 아끼려다 냉방에서 지내던 노인 사체로 발견”이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경제면으로 눈을 돌리면 코스피(COSPI)지스와 코스닥(KOSDAQ)지수 그리고 환율과 함께 오늘도 유가(油價)가 박스정보로 강조되어 있다. 특집면에는 하이브리드자동차의 개발과 상품화에 대한 각국의 노력과 제조사별 가격과 사양이 비교된 정보가 요약되어 있다.

 

부동산면에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전기요금추가인상방침에 대한 주민들과 국민 일반의 반응이 소개되고 있다. 건강코너에는 적정난방 및 적정실내온도와 겨울철 건강법이 그리고 그 하단에는 산업자원부장관이 모델로 나오는 겨울철내복입기캠페인에 관한 기사가 채워져 있다.

 

인기 없는 정치면에도 서해유전을 둘러싼 정치판의 속이야기들이 파헤쳐지고 있었다. 에너지, 이제는 분명히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우리 생활의 모든 면에 예외 없이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싶다.


 돌이켜보면 과거 우리사회에서 에너지의 위상은 무엇보다 ‘동력’이었다. 공업화와 고도성장으로 대변되는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시기에 에너지는 언제나 공장의 연료로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물론 그 시기에도 요즘과 같은 겨울이 있었고 아궁이에 구공탄을 갈아 넣는 아낙네의 모습이나 매연을 뿜으며 출근길, 통학로를 달리던 만원버스의 위용(?)도 사회의 중요한 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가장 다양하고도 효율이 높은 고가의 에너지원인 석유는 언제나 공장, 수출, 기업, 자동차, 보일러 등으로 특징 지워지는 산업부문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음에 분명했다. 적어도 경제적인 면에서 살핀다면,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 그리고 선진국으로 성장해가는 우리 사회는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 풍족하고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한집 걸러 한집마다 자가용승용차가 있고, 살만하다는 동내의 아파트에는 창마다 에너컨(열교환기)이 걸려있다. 가정집의 내부에는 텔레비전, 냉장고, 오디오, 전자레인지, 가스(기름)보일러 등등 에너지 없이는 우리의 생활 자체를 유지할 수도, 그런 생활을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리도 풍요로운 생활은 에너지를 더 부족하게 더 비싸게 만들고 있다.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 “에너지를 절약하자!”라는 구호에도 불구하고 더 편한, 더 여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우리 인간들의 욕망은 제한된 에너지원을 더욱 고갈시키고 그 가격을 더욱 치솟게 만들어왔다.

 

이제 에너지는 기업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한다. 우리네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기도 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사술(詐術)을 쓰게 하고 범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에너지의 권력은 현대사회의 ‘리바어던(Leviathan)’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우리의 생활과 온 사회가 에너지를 먹고산다. 그러나 성경의 “일용(日用)할 양식”처럼 소비되고 생산과 발전 그리고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신(神)의 선물’인 그 “일용(日用)할” 생필품은 더 이상 아니다. 그 은혜롭고 맛있고 향내나며 편리한 에너지는 에너지수요의 비만을 불러왔고, 에너지를 먹고사는 고가(高價)의 (에너지저효율)명품으로 가득 채워진 우리 사회는 명품중독증에 빠진 채, 끝없이 에너지를 갈구하는 가운데 ‘에너지 일수(日收)’를 찍으며 돌려막기로 근근히 생존하는 파산직전의 명품족 같은 신세가 되어있다.

 

그렇다면 에너지는 이제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에너지 다이어트(diet)’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의 에너지판이 이렇게 변모하는 동안 국가가 취해온 대응은 에너지전담부처가 ‘동력자원부’에서 ‘산업자원부’로 바뀐 데에서 찾아지듯이 소극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다. 물론 ‘산업자원부’는 ‘산업’부문과 ‘자원부문’을 이원적으로 관리하고 있기에 현재 에너지의 국가적 위상은 독립된 ‘자원’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부처명칭에서 나타나듯이 아직도 무엇보다 ‘산업’부문과 일차적인 결연관계를 맺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에너지 저소득층으로 대변되는 복지의 문제, 재생가능에너지로 상징되는 환경의 문제, 에너지펀드로 현실화되는 금융문제, 교통의 문제, 주택의 문제 등 우리사회의 다양한 에너지문제와 담론들이 과연 이와 같은 정부의 형식적 하드웨어구조 속에서 해결될 수 있을까?

전문성보다는 ‘지역안배, 성별안배, 연령고려 등’과 같은 정치논리의 영향 하에 구성되고 활동하는 정부의 관련 위원회에 이 문제들을 맡겨둘 수 있는가?


9시뉴스의 격한 어조가 다시금 귓전을 자극하고 있다. 아침에 보았던 그 기사들이 정리된 간략한 내용의 소리로 바뀌어 필자를 복습시키고 있다. 신문처럼 내용적 깊이와 구체성을 갖추고 있진 못하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다. “국가가 나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내가 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어느 정치가의 일성이 새삼스레 되새겨진다.


이제 국민이 국정의 ‘감시자(watch dog)’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이 역할의 선봉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서는 대중언론의 일상적 보도만으로 우리생활을 건강하게 만들기에는 벅차다. 조간신문과 9시뉴스를 구석구석 채우는 에너지, 그를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일상적 전담 감시자가 이제 출현하였다. “에너지일보의 창간”이 의미하는 것이 또 하나의 일간신문창간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우리사회의 전 분야에서 매일 매일의 뉴스메이커로 자리 잡은 에너지라는 거대한 리바이어던을 제어하는 국민의 조련사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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