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짓고도 못 돌리는 2조3천억원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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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3.01.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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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허가 못받아 세 차례나 가동일정 연기
올 여름 전력피크 때 운전도 장담 못해 비상
▲ 신월성원전 2호기(사진 우측 돔) 전경. 100만kw급 설비로 지난해 11월부터 시험가동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이투뉴스] 약 2조3000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최신 원자력발전소가 극심한 전력난에도 놀고 있다. 경주시 양북면에 들어선 한국수력원자력의 100만kW급 신월성원전 2호기(OPR1000모델) 얘기다. 애초 이 원전은 동계 전력피크 이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시험가동에 들어갔어야 했다. 시공사는 중앙언론사 기자들을 경주로 데려가 "최고의 기술력과 획기적 공법으로 만든 원전"이라며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터졌다.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일부 부품이 가동원전은 물론 이 신형 원전에까지 장착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핵연료만 장전하면 울산광역시가 4개월간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의 가동이 무기한 연기됐다. 원자력안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운영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전안전을 위해 당연한 조치다.

문제는 이 원전의 가동시점이 올 여름 전력피크를 넘길 공산이 크다는데 있다. 새로 지은 원전은 핵연료를 넣고도 각종 성능시험을 위해 최소 6개월은 시험운전을 해야 한다. 이 기간에 문제가 발견되면 상업운전은 더 늦춰진다. 이달 내 운영허가가 떨어져도 하계피크 때 가동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정부와 전력당국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신월성원전 2호기는 올해 준공예정인 발전소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일단 각각 57만kW급인 오송복합화력과 신울산복합화력의 준공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지만 신월성 2호기의 100만kW 공백을 메울 카드는 현재로선 없다. 사상 최고의 전력수요가 예상되는 올여름 전력난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20일 한수원과 원안위,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원안위는 현재 신월성 2호기에 장착된 부품의 품질서류 위조여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애초 이 원전은 늦어도 이달 준공식을 갖고 시험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전력거래소도 이를 근거로 전력수급계획을 짰다. 그러나 한수원 측은 세 차례나 일정을 번복했다.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3~4월로, 최근 다시 7월로 연기된 일정을 통보했다.

전력거래소는 당혹해 하고 있다. 동계 전력피크까지 어렵게 만들더니 올여름까지 난감한 상황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한수원이 명확한 언급없이 7월쯤에 가능할 것이란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7월 가동도 이달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수급계획 수립이 난감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계획된 원전의 가동연기는 전력난으로 계획정비를 미룬 다른 발전사들의 발전기 정비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수원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한수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피감기관 입장에서 규제기관의 인·허가 승인을 재촉하거나 압박할 처지가 아니라는 하소연이다. 한수원 건설처 관계자는 신월성 2호기의 가동시점을 묻는 질문에 "사업자가 아니라 인·허가 기관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2월까지만 허가 받아도 (7월 운전이)가능할 수도…"라며 말을 흐렸다.

이런 일말의 기대와 달리 시동키를 쥐고 있는 원안위의 입장은 확고하다. 품질검증서 위조부품에 대한 의혹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는 한 이 원전의 핵연료 장전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환 원안위 원자력안전과 사무관은 "현재 안전성에 대해 최종 확인을 벌이고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인·허가는 있을 수 없다"면서 "전력수급이 어렵다고 거기에 연연할 사안이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운영허가 시점에 대해서도 원안위 측은 예단을 경계했다. 다만 일정상 이달 내 인·허가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실고 있다. 김 사무관은 "건설원전이라 다소 늦게 조사에 착수한 부분도 있고, 확인해야 할 수량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며 "확인과정에 예외적이거나 특이한 사항이 발견되면 추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을 확언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원자력계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원자력안전 전담기관조차 신뢰하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력거래소 고위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원전안전 검증은 원안위보다 KINS(원자력안전기술원)가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라면서 "일단 전문기관 판단을 믿고 신뢰를 보내는 성숙한 자세가 아쉬운 때"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신월성원전 2호기는…

2005년 10월 착공에 들어가 당초 지난해 11월 준공될 예정이었던 국내 24번째 원전이다. 삼성물산이 주시공사로 공사를 수행했으며 대우건설과 GS건설이 컨소시엄사로 참여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로 내부 전원 공급없이도 작동되는 수소제거 설비를 갖췄다. 한국전력기술이 설계했고 두산중공업이 만든 개선형 한국표준원자로 터빈을 장착했다. 원자로격납건물철판 3단 인양공법을 국내 최초로 적용, 공기를 크게 단축했다. 인접한 신월성 1호기를 포함 4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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