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휴일 ○○도서관 컴퓨터실. 자료검색을 위해 한창 노트북을 쳐다보는데 난데없이 천장에 설치된 시스템에어컨(EHP)이 냉풍을 쏟아낸다. 기계 오작동인줄 알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항의를 받고 불려온 관리직원은 에어컨을 끄는 대신 벽에 걸린 디지털온도계를 가리킨다. 영상 21℃. 그의 해명은 이렇다. "여기서 컴퓨터를 많이 쓰니까 난방을 안해도 규정온도(20℃)를 넘어설 때가 많거든요, 그럼 우리가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물 수도 있어요. 어쩔 수 없습니다." 옷섶을 여미는 학생들은 황당한 표정이 역력하다. 전력수급난 해소를 위해 에너지사용이 제한되고 있는데, 이걸 지키겠다며 거꾸로 EHP를 돌리는 공공시설이라니. 어디 ○○도서관 뿐이랴. 일부 대형 백화점과 공공기관 전산실의 한겨울 에어컨 가동은 시설담당자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다. 단속규정을 세분화해 예외 조항을 두면 될 일을, 참으로 융통성 없는 에너지낭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냉장고 용량을 두고 한겨울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각자 자사 냉장고가 세계 최대 용량이라고 신경전을 벌이다 삼성이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비교실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싸움이 본격화 됐다. LG측은 삼성이 규격실험이 아닌 방법으로 부당한 비교광고를 냈다며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손을 들어주자 최근엔 100억원짜리 손배소까지 제기했다. 이에 맞서는 삼성은 기업이미지 훼손이라며 맞대응을 벼르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냉장고는 가정에서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가전기기다. 한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므로 고효율 제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자칭 세계 최고인 이들기업의 냉장고 덩치싸움이 미련해보이고 볼썽사나운 이유다. 이제라도 양사 경영진은 '세계 최고 에너지효율 냉장고'란 타이틀을 놓고 맞붙으시라. 그게 진검승부다.

에너지절약 주관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의 올겨울은 예년보다 더 매섭다. 내복을 껴입고 겉옷을 중무장해도 몸이 움츠러들어 업무능률이 적잖이 떨어진단다. 실내온도가 17℃ 아래로 떨어지는 방도 있다. 매년 전년 에너지사용량을 기준으로 절약 목표를 정해 점수를 매기는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시책 때문이다. 공단은 이미 에너지사용량을 낮출대로 낮춘 상태라 추가 절감은 마른 수건짜기보다 어렵다. 모범을 보이는 것도 좋지만 매년 여름, 겨울을 곤혹스럽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안스럽기까지 하다. 에너지는 경제재다. 만약 에너지절약으로 얻을 수 있는 비용보다 업무 능률저하로 잃는 비용이 크다면 경제적 관점의 절약은 아니다. 온도에 따른 능률 변화를 조사해 최저·최적 온도를 산출하고, 여기에 근거해 업무능률을 크게 해치지 않는 수준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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