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드러났다. 값싼 전기요금으로 시골의 비닐하우스까지 전기를 사용하는 등 농업분야에도 전기 소비가 석유나 가스를 넘어선다는 보도들. 농림어업용 전기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근거가 나온 것이다.

농정연구센터가 가진 세미나에서 서세욱 국회예산정책처 과장은 ‘농림어업 에너지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농림어업의 석유류 비중은 2002년 80.8%에서 2011년 57.1%로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전력 비중은 2005년 15.4%에서 2011년 35%로 배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바꾸어 말하면 농림어업 분야에서도 1차에너지인 석유나 석탄에서 이를 원료로 쓰는 2차에너지인 전기로 소비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 과장은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전기소비가 많은 축산업의 규모화와 곡물 및 농산물 건조기의 양적 확대, 저렴한 농사용 전기공급 정책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예상되어 왔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연탄이나 석유난로 또는 가스 난방시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면서 이미 앞이 보이는 일이었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원가회수율이 34.6~39.2%에 그쳐 용도별 요금중 가장 낮은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사용량은 국민소득 증가율보다 높은 5% 이상 늘어나고 있고 농림어업용은 이보다 더 큰 폭인 연평균 9.2%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산업일 뿐 아니라 비교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해 농어민 지원은 불가피한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값싼 전기요금으로 자원배분의 왜곡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실은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농어민들이 면세로 석유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기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값도 싸고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면세유보다 전기요금이 싸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 휘발유나 경유 등에는 정유공장에서 출하한 가격에 그 만큼의 세금이 붙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싼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이처럼 값싼 전기요금 체계는 몇 년 후 우리 후손에게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비싼 전기요금을 부담시키지 않으면 우리 세대가 전기요금이 아닌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결코 공짜가 아니다.

더 이상 전기를 보조해주는 방식의 에너지 정책은 곤란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래야만 에너지 절약과 효율개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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