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산업 근간 흔들…가스산업 균형발전과 역행

[이투뉴스]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이하 택시법)이 대통령 거부권에 이어 국회 재의 요구가 이뤄지면서 불똥이 LPG업계에 튀게 됐다.

택시법 향방이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는 대신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담은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을 제정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국토해양부가 구상하는 택시연료 다변화에 CNG개조 비용 지원과 함께 CNG충전소 구축 등의 인프라 확충 지원 등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대당 400만~500만원이 소요되는 개조비용 지원과 전국에 170여곳에 불과한 CNG충전소 확충은 그동안 택시사업자들이 주장해오던 사안인데다, 정치권도 공약으로 확약했다는 점에서 실행에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E1, SK가스 등 LPG수입사와 LPG충전업계는 전전긍긍하며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택시의 CNG전환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LPG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잠정집계된 LPG용도별 소비현황을 보면 전체 수요 829만톤 중 수송용이 412만톤, 49.6%로 절반에 달한다. 택시연료가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LPG충전소는 문을 닫아야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충전업계 일각에서는 택시의 CNG연료전환을 막지 못한다면 이참에 CNG충전소 병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처별 정책이 엇박자를 낸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교통정책과 지식경제부의 에너지정책 기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식경제부는 2011년 정책과제로 ‘LPG-LNG간 적정 역할분담 방안’을 선정, 가스에너지원 간 적정 비중과 합리적인 에너지믹스 방안을 찾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정부차원에서 진행된 정책과제라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불러온 이 연구용역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의 가스산업 균형발전을 위한 LPG와 LNG의 최적 포트폴리오는 ‘LPG:LNG=2:8’의 비율로 제시됐다. 1차 에너지원 가운데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6%임을 감안하면 LPG는 4.1~4.3%, LNG는 16.3~16.5%의 구성비가 적정한 수준인 셈이다.

아울러 수송용의 경우 대형차량은 천연가스, 소형차량은 LPG가 담당하는 역할분담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번 국토부의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으로 가스에너지원의 적정 역할분담과 균형발전은 물거품이 될 소지가 크다. 지경부가 추구하는 에너지정책과 전혀 다른 결과를 빚어내는 셈이다.

택시의 CNG전환 지원 정책은 환경부의 정책과도 어긋난다.
수송용 연료시장은 환경적인 측면의 비중이 커지면서 환경부가 주도하고 있는 형국인데, CNG버스를 제외한 다른 차량의 용도 전환에 대한 지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친환경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CNG택시 전환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환경부의 포스트 Eco-STA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도 세미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천연가스와 LPG와의 역할분담을 통해 서로 윈-윈 체제를 구축해야한다며 버스 등 대형차량은 천연가스가, 택시 등 소형차량은 LPG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전성도 여전히 우려되는 문제다.
특히 CNG개조 승용차는 자동차제작사가 완성차로 보급하는 CNG버스와 달리 시중에서 개조돼 운행된다는 점에서 자칫 인증되지 않은 부품사용과 부실시공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교통시민단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택시기사들도 안전성이 우려되는 CNG택시를 꺼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CNG전환 지원은 택시사업자만을 위한 조치”라며 “정부가 택시 등 교통정책과 수송용 에너지정책을 큰 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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