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바보' 모델 안재현의 일 이야기

▲ 최근 <이투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모델 안재현.

[이투뉴스] 대중들이 처음 그를 인식하기 시작한 건 한 스마트폰 CF에서 출연하면서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15초의 짧은 영상으로 그는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다. 패션쇼, 잡지 화보부터 CF, 뮤직비디오, 예능 프로그램까지 미디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모델 안재현을 만났다.

인터뷰 전날, 새로 MC를 맡은 MBC뮤직 <뮤직톡톡 마블링>의 녹화를 하고 왔다는 안재현. 평소 차분한 성격의 그에게 10대를 타깃으로 한 발랄한 음악 방송 진행은 녹록치 않았다.

"제가 톤도 낮고 원래 성격도 조용한 편이라 어렵더라고요. (달샤벳)수빈 씨가 분위기 올려 놓으면 제가 가라앉히고.(웃음) 그래도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오글거리더라도 콘셉이니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MBC 설특집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 선수권 대회>에 출연하게 된 소감을 묻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죄송스러워요. 제목 그대로 '아이돌 육상대회'이고, 주인공이 아이돌 분들인데 제가 참가한다는 게... 아이돌 분들이나 팬 분들이 불편해하실까봐 조심스러워요. 누가 안 되게 해야죠. 운동도 잘 못 하니까 몸개그 보여드리고 오려고요."

E2NEWS : 본인은 주인공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이돌(idol)'의 본 뜻은 '우상'이다. 현재는 아이돌 가수를 지칭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될 뿐, 어쩌면 안재현을 비롯해 떠오르고 있는 모델들이야말로 진짜 아이돌일지도 모른다.

▲ 안재현은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모델'이라는 영역 애착

안재현은 전부터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많은 모델들이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고, 이미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아온 그가 단호하게 "연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가 뭘까.

"제 열정이나 실력으로 따라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연기는 확실히 다른 분야잖아요.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하신 분들도 많이 있고."

연기를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인기와 부를 누릴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도 "몸값이 10배, 20배 뛸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건 이정도 선"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모델'이라는 자신의 영역에 대한 애착도 대단했다.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그가 "쟤는 연기 안 한다면서 자꾸 TV에 나오네?"하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까지 영역을 넓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모델이 설 자리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과 팬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모델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한정적이에요. 신인 모델들이 설 자리도 너무 적고요. 쇼나 화보 정도인데, 그런 자리가 많아지려면 모델의 영역 자체가 커져야 해요. 그러려면 모델이라는 직업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윤주 선배 같은 경우에도 <무한도전> 등에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모델을 많이 알리셨잖아요. 덕분에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라는 멋진 프로그램도 생겼고요. 그래서 연기가 아닌 다른 방법들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며 다가가고 싶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처음 <상류사회>를 할 때는 팬 분들께 제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너무 기뻤어요."

▲ "커피나 핫초콜릿 cf를 찍고 싶다"는 안재현. 하얗고 긴 손으로 인터뷰 내내 머그잔을 쥐고 있었다.

 

◆ '팬바보'인 안재현

안재현에 걸맞은 별칭을 붙인다면 뭐가 있을까. 모니터 남친, 겸손 재현, 착한 재현, 천상 모델, 독서왕, 초식남… 많은 별명을 붙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팬바보'에 가깝다.

처음 모델 활동을 시작할 때 팬이 8명 정도였다는 안재현. 그 숫자를 기억하는 것도 내심 놀라웠지만 이어지는 팬 사랑에 더 놀랐다. 시종일관 차분하던 그가 팬 얘기만 나오면 들뜨는 모습이 새로웠다.

"가장 좋아하는 방송인이 노홍철 씨예요. 늘 한결 같으시잖아요. 팬분들이랑 도 친근하시고. 방송에서도 '가혹한 소녀들' 이러면서 얘기 하시고 그렇게 지내는 모습이 좋아요. 팬 분들이 계셔서 저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거고요. 너무 감사해서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은데, 요즘은 너무 많아지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소수일 때는 한 분 한 분 트위터로 대화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 분에게는 보내고 어떤 분에게는 안 보내고 그러면 '왜 나한테는 안 주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변했다는 말을 들을까봐 겁도 나요. 그래서 '아예 하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또 안 해서 욕먹는 것 보단 하고 욕먹는 게 낫겠다 싶어서.(웃음) 가끔 하고 있어요." 

▲ 팬들을 위해 설날 이벤트를 준비한 안재현. (사진=안재현 트위터 캡쳐)

인터뷰 당시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안재현은 종종 팬카페를 통해 팬들에게 이벤트를 연다. 늘 받기만 하는 게 미안하다면서 식사권이나 가방 등을 추첨을 통해 사인과 함께 전달한다. 소속사에서 여는 이벤트가 아니라 안재현이 직접 팬들을 위해 준비하는 선물들이다.

자신은 팬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면서 팬들에게는 선물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그것도 정말 애절하게.

"매번 말씀드리는 건데 정말 선물 안 보내주셔도 돼요. 편지나 인터넷 응원글로도 충분히 감사해요. 특히 10대 분들. 나중에 성인 되시고 저축 많이 하셔서 대학 등록금도 다 내시고 취업하신 다음에, 그 때 주셔도 늦지 않아요. 편지도 큰 보드보다 작은 편지봉투에 주시는 게 보관하기도 더 편해요. 기억해달라고 보내주시는 마음 다 알고 다 기억에 남으니까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②]는 '사람 안재현'에 대한 이야기로 다음주에 찾아옵니다.

이고운 기자 april040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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