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사장, 신년특강서 기업문화 쇄신 주문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야"

[이투뉴스]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보이는 보여주기식 형식주의가 만연해 있다. 폐쇄성과 형식주의, 권위주의를 버리자. 우리가 보는 한전과 밖에서 보는 한전이 다르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형식·권위주의 기업문화 배격을 주문했다. 개방과 소통으로 변화무쌍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선제 대응해야 '살길'이 열린다는 지론이다. 25일 서울 삼성동 한전본사 대강당에서 가진 'KEPCO, 우리는 사는 줄에 서 있다'란 신년특강에서다.

조 사장은 수출보험공사 사장에서 물러난 뒤 40여년간 통상 현장에서 체득한 실전 경험을 녹여 2011년 <우리는 사는 줄에 서 있다>(청림출판)란 책을 냈었다. 애초 한전은 이날 사창립 115주년 기념일을 맞아 휴무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전력수급 비상대책기간임을 감안해 정상근무로 전환했다.

이날 조 사장은 무선 핀마이크를 옷깃에 단 채 모두 38페이지로 분량으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띄워놓고 1시간 30여분에 걸쳐 특강을 펼쳤다.

세계 경제 흐름, 메가 트렌드, 에너지산업의 역학구도 변화 등 거대담론을 주제로 한 특강은 '통상전문가' 특유의 현장경험이 적절히 겻들여져 강당을 가득 메운 직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특강에 의자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붙이는 직원들이 더러 목격됐지만, 한전 특유의 경직된 기업문화에 직격탄을 날리는 조 사장의 직설화법에 직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조 사장은 특강에서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인류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게 될 것'이란 앨빈 토플러의 발언에 빗대 "과연 10년이후 한전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아직 한전을 속속들이 파악은 못했지만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판단"이라며 "전기소비자, 대주주인 정부, 일반 주주, 발전사와 민간발전사 등 전력산업 참여자인 4대 고객을 고려하고, 고런 와중에서도 이익을 내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직된 기업문화는 청산 대상 1순위로 지목했다. 조 사장은 본사 VIP전용 승강기 운영을 거론하며 "1층 귀빈용 엘리베이터의 붉은 카펫을 없애고 전층에 서도록 하라 했는데 아직 안되고 있다"며 "이런 것들을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취임 당시 제시한 'SOS 경영론'은 거듭 강조했다. 유연한 사고(Soft)와 개방적 자세(Open)로 신속히 사안을 처리하자(Speedy)는 내용이다.

조 사장은 "소통의 시작은 상대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상대방의 니즈에 맞게 이슬처럼 스며드는 감성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가 회복되면 엄청난 경쟁이 불가피하므로 그 전에 기반을 잡고 마켓쉐어 향상과 투자확대로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면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KEPCO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자"고 역설했다.

특강이 끝난 뒤 '앞으로의 인생 목표가 무엇이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는 "임기동안 한전이 잘 가는 것"이라고 즉답해 직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조 사장은 "그래도 한전이 조금 턴어라운드를 한 느낌은 든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기세를 몰아 '어게인 켑코(Again KEPCO)'를 만들고, 임기가 끝나면 그동안 배운 것을 남들에게 많이 전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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