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급 전산화시스템과 가짜석유
석유수급 전산화시스템과 가짜석유
  • 허은녕
  • 승인 2013.01.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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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이투뉴스 / 칼럼] 지난 주 필자가 페루 정부의 에너지자원 관리감독기관인 OSNERGMIN을 방문했을 때, 페루 에너지부처 관료가 자랑스럽게 소개한 것이 페루의 석유제품수급전산화 시스템인 ‘SCOP’이었다. 페루 내의 모든 석유제품의 이동은 이 SCOP시스템에 등록된 업체가 이동할 유종과 물량 및 이동수단을 SCOP시스템으로 신청하고, 이를 허가받은 이후에 진행되기에 페루에서 거래되는 석유제품의 이동량과 이동수단 및 경로 등을 모두 알 수 있어 무자료 거래나 불법 석유제품이 설 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가 에너지분야 제1호 정책으로 가짜석유 근절책을 가지고 나왔다. 가짜석유를 단속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석유제품 품질을 유지하고, 동시에 세금수입을 늘려 복지예산도 확보할 수 있는 일거양득 형 정책이다. 국세청과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2005년 이후 한 해 평균 탈세 추정 규모가 약 1조7000억원이라고 하니, 절반만 성공해도 8000억원 규모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가짜 석유류는 사실 ‘가짜’ 석유가 아니고 ‘탈세’석유제품들이다. 차량용 에너지인 휘발유와 경유의 경우 세금이 제품가격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세금이 붙지 않는 톨루엔 등 석유류 용제나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등유를 섞어 가짜석유를 만들어 유통-판매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동안의 단속으로 가짜 휘발유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가짜 경유는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짜 휘발유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인 용제 혼합방식에 사용되는 석유용제의 유통을 강하게 단속한 결과, 가짜 휘발유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 13일에 발간된 한국석유관리원의 백서에 따르면, 가짜 휘발유 및 가짜경유에 사용되던 용제의 소비량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하였다. 용제 소비량의 절반이 가짜석유 원료로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돼온 점을 고려하면 용제혼합형 가짜석유가 대부분 사라진 것이다.

그 반면 등유를 섞는 등유혼합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가짜 경유는 크게 늘었다. 백서에 따르면 2007년 가짜경유 중 등유혼합형은 52.7%였으나 작년에는 85.5%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또한 가짜석유 적발건수 중 가짜경유 적발 비율이 2007년 52% 수준에서 2011년에 75%로 늘어났다고 한다. 2007년에 비슷하던 두 가짜 석유제품의 탈세규모가 이제는 가짜 경유 쪽이 세 배 이상 더 커져버린 것이다. 등유혼합형은 가짜경유에서 주로 발견된다. 정상경유와 유질이 비슷하고 제조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가짜 석유 규제 초점도 가짜 경유 쪽에 맞추어져 있다.

이번 정부의 가짜석유 근절책의 핵심은 석유관리원을 통해 주유소의 유류 매입-매출현황을 일일 단위로 보고하는 ‘석유수급전산화’를 새로이 추진하는 것이다. 기존에 월 단위로 주유소협회가 보고하던 개별 주유소의 매입매출 현황을 1일 실시간 보고 형태로 바꾸는 사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무자료거래를 근본적으로 막고, 등유혼합 등 가짜경유 제조를 빠르게 적발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예산은 올해 65억원, 향후 2년간 총 388억원이 책정돼 있다.

주유소협회 측에선 전산화 시스템이 영업비밀 침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짜휘발유는 이미 대부분 근절됐고, 2011년부터 가짜경유 제조시 대표적으로 사용된 혼합용 등유제품이던 보일러등유의 생산과 유통이 금지되어 가짜경유 역시 줄어들고 있다며 효과도 적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정유사는 대상이 아니라는 문제점도 제기하고 있다.

페루의 경우, SCOP 시스템에 거래량만 표기하고 금액은 표시하지 않도록 하여 영업비밀 문제를 해소했고, 또한 정유회사나 수입업체서부터 주유소까지 모두 시스템에 등록토록 해 주유소의 불만을 해소했다고 한다. 석유제품수급전산화의 이득은 단순히 불법석유의 근절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모여진 자료들은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수급시스템을 설계하는데도, 전기차에 수소연료전지 등으로 더욱 복잡해질 수송용 연료의 변화를 분석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건전하게 영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도와주어 국민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준 다는 것이 SCOP 시스템을 설명해 주던 페루 정부관료 Mr. Juan Ortiz의 말이다.

참, OSNERGMIN은 석유, 가스는 물론 전기와 광물을 모두 한 기관에서 다룬다고 한다. 그래서 비슷한 전산시스템을 다른 에너지원과 광물에도 적용하고 있으며, 우수성이 알려져 주변국에서 많이들 해당 시스템을 수입해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시스템도 잘 만들어 수출도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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