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 칼럼] 올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고 추운 날이 많다. 확실히 삼한사온이라는 전통적인 기후 패턴은 사라지고 있다. 외국 자료를 보면 이런 기후변화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2011년 태국 대홍수의 피해액은 450억 달러로 GDP의 13%에 달하고 작년 미국을 강타한 ‘샌디’로 인한 피해액도 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기후변화는 이제 경영 성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인 위험으로 등장했다.

기후변화는 이처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이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대응은 너무도 안이한 것 같다. 국제적으로 보아도, 1992년 기후변화협약과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자는 국제적 노력이 있었지만, 2011년 더반 17차 당사국회의(COP-17)에서 2015년까지 선후진국을 망라한 합의안을 도출하고 이를 2018년 이후에 실천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파장 분위기가 됐다. 그나마 지속하기로 한 교토의정서 제2기 감축 계획도 일본 등의 탈퇴 선언으로 탄력을 잃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각국 정부나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관심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바로 며칠 전 ‘CDP 공급망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연간 약 1조 달러의 구매를 하는 CDP 52개 대기업 회원을 대신하여 그들의 공급자 6,000여 기업에게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설문을 보내 2,451 군데에서 받은 응답 내용을 분석하여 보고서로 발표한 것이다. 대기업이 공급망의 온실가스 감축을 추구하는 이유는 실제로 공급망의 배출량이 많고 (월마트의 경우 90%를 차지함) 에너지 비용의 급등 같은 예기치 않은 위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고, 소비자들이 전과정(라이프 사이클) 저탄소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자의 70%가 당장에 혹은 향후 5년 이내에 심각한 기후변화 관련 위험에 노출되어 있거나 그리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정작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운 기업은 38%에 불과하다. 대기업 회원들의 92%가 배출 감축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그렇지만 대기업이 공급자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할수록 공급자의 기후변화 경영이 더욱 적극적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 공급자의 기업 가치도 올라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사업 전략에 통합시킴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동시에 에너지 비용 절감을 가져오고 이것이 저탄소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구매 증대로 이어져 기업 가치를 향상시키고 동시에 소비자에 대한 기업 이미지가 좋아져 기업의 무형 가치도 올라간다고 보는 것이다.

공급자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덜 적극적인 이유는 자금과 기술의 부족에 기인한다. 만약 대기업이 공급자의 저탄소 경영에 효율적으로 관여하여 공급자의 자금과 기술적 애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면 그만큼 대기업 자신의 저탄소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자신과 공급자가 모두 윈-윈하는 동반성장이 가능함을 이 보고서는 제시하고 있다. 월마트의 경우, 2010년 향후 5년에 걸쳐 2,0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공급자로부터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자 2012년 기준 1,100개 공급자 가운데 58%가 2,400가지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고 그 중 79%가 3년 이내에 그에 대한 투자비를 회수할 것이라고 응답하였다.

즉 월마트나 공급자나 모두 온실가스도 낮추고 따라서 당연히 에너지 비용도 줄이면서 제품 판매는 계속 늘어나는 동반성장이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도 이런 사례를 본받아 기후변화에 대기업과 공급자가 협력적으로 대응한다면 양자 모두 저탄소 동반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 시도할 만한 일이다.

 

주 : 보고서는 “Riducing Risk And Driving Business Value”라는 제목으로 www.cdproject.net 혹은 www.kosif.org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