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본사의 경주 이전부지를 놓고 경주가 동서지역으로 나뉘어 극심한 지역이기주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방폐장 인근인 월성 지역인 동경주 주민과 도심지역인 서경주 주민들이 서로 자신의 거주지역으로 한수원 본사를 이전해야한다는 요구가 충돌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동경주 주민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신월성 원자력건설공사를 실력저지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한다.
한수원은 난감하다. 한수원이 본사 직원들의 경주도심지역 생활권을 이유로 서경주를 내심 원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서경주로 이전은 자칫 동경주 주민들을 자극,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경주 주민의 갈등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한수원 이전부지 확정을 놓고 정부와 한수원, 경주시, 동 · 서경주 주민 갈등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서경주 주민들의 동경주 주민에 대한 못마땅함이다. 동경주 주민들이 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에서 합의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유치당시 경주시장은 방폐장이 들어서는 동경주에 한수원 이전부지를 확정짓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경주 찬성률이 경주시 평균 찬성률과 동일해야한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동경주 주민 찬성률은 53%에 그쳤고 이는 평균 찬성률 89.3%에 크게 뒤진 것이었다. 서경주 주민들은 바로 이점을 주시하고 동경주 주민들의 이중 잣대를 다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동경주 주민들은 이런 점에서 할 말은 없는 처지이다. 하지만 보다 나은 지역발전을 위해 이면조건에 대해선 언급없이 경주시 약속이행만을 주장하고 있으니 서경주 주민들의 시선이 고울리 없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정부와 경주시, 한수원이 자칫 법정시한을 넘기며 위법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한수원은 본사 이전부지 확정을 내년 1월1월까지 결정해야 한다.
이는 자칫 첨예한 사회갈등으로 등장할 소지가 크다.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동 · 서지역주민의 극한 이기주의로 지역사회 신뢰가 무너지고 갈등해결은 점점 더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태의 진행이 어떻게 결론날지 방관해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에너지정책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


국가에너지위원회에는 갈등해소에 능한 NGO출신 민간위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주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온당하다.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소집, 갈등을 해결할 ‘사회적 합의기구’의 역할을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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