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조력 유보…차선책 택한 6차 전원계획
원자력·조력 유보…차선책 택한 6차 전원계획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3.02.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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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급계획 가운데 불확실성·변동성 최고
지역수용성·계통 포화 전력정책 현안으로 부상
▲ 신고리원전 3,4호기 건설현장(좌)과 가로림 조력발전소 조감도(우)

[이투뉴스] '전력이 남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모자른 상황이 되풀이되선 안된다.'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을 입안하면서 정부가 세운 비공식 원칙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이렇다. '안정적 전력수급'이란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방향보다 수단에 방점을 찍고 계획안을 수립했다는 얘기다.

장기 수요예측의 변동성이 높으므로 일단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둬야 하는데, 전원(電原) 계획의 중심에 있던 원자력에 대한 판단을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시점으로 유보하다보니 커다란 공백이 생겼고, 어찌됐건 이를 메워야하니 대규모 석탄화력이란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번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연내 2차 에너지기본계획 방향설정에 따라 큰 폭의 수정안이 간년도 계획에 추가될 공산이 커 역대 수급계획 중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전원계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7년까지 15GW 규모의 석탄화력·LNG복합화력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 예비율을 22%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6차 수급계획안이 숱한 논란의 불씨를 남긴 채 우여곡절 끝에 확정 수순을 밟고 있다. 7일 한전 대강당에서 공청회를 연 지식경제부는 조만간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이 안(案)을 확정할 예정이다. 

◆ 석탄화력으로 원자력 공백을 메우다  
정부는 2년 단위로 이번 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원전 증설에 대한 결정을 2차 기본계획 확정 이후로 유보했다. 연내 기본계획 수립 시 원전 추가건설에 대한 방향이 결정되면 간년도 계획에 이를 반영하되, 그래도 설비가 부족하면 이번 건설의향 평가에서 차순위에 오른 화력설비를 추가 반영한다는 복안이다.

박성택 지경부 전력산업과장은 원전 증설이 유보된 배경을 묻자 "후쿠시마 사태와 한수원 비리 등으로 원전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굉장히 떨어져 있다. 그래서 5차 계획은 손대지 않고 추가로 건설하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했다"면서 "사용후 핵연료 문제라든지 앞으로 좀 더 치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데, 마침 2차 기본계획을 올해 수립하기로 돼 있어 그 결과를 지켜보고 반영해도 늦지 않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수급계획 수립 과정에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족했다고 느끼고 있다"고 즉답한 뒤 "하지만 전력수급계획은 안정적 수급을 목표로 전기사업법에 따라 해야하는 것"이라며 "의견수렴절차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도 많고 수요예측도 정확할 순 없다. 지금 판단이 맞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간년도 계획을 세워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논의과정에 원전 배제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민간사업자의 원자력발전사업 진출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박 과장은 "한수원과 민간으로부터 모두 6기의 건설의향서를 제출받았으나 아직은 민간이 원전을 짓는 것은 이르다는 판단에 따라 민간을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이번 수급계획의 관건은 한수원 계획을 어찌할 것이냐였다"고 밝혔다.

원자력 증설 결정을 유보하고 그 공백을 석탄화력으로 채운 것은 불가피한 차선책이었다는 부연설명도 곁들였다. 박 과장은 "석탄화력이 친환경적이라는 전제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못할 것이고, 저 조차 그렇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상 전력수급을 안정토록 하라는 것이어서 그런 고민을 담아 전원계획을 짜다보니 최선은 아니지만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 송전망 포화, 전력정책 최대 현안으로 대두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것 못지않게 송전망 확충이 중요하다는데 정부가 확고한 인식을 가진것은 그나마 이번 수급계획의 진일보한 측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6차 수급계획에는 송변전설비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의향서 평가 시 계통여건에 높은 배점을 매겨 수급계획 이행력을 높인 점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전력난에 후순위로 밀려있던 계통불안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적극적인 해법을 찾는 방향으로 전력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박성택 과장은 "수급계획과 별도로 송변전설비 확충이 굉장히 어려워 경실련 주관으로 제도개선 방향을 강구하고 있고, 나름대로 합의점을 찾았다"면서 "이를 어떻게 법제화할 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건설의향을 반영해 설비계획을 수립한 후 전력계통 신뢰도를 높이는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중장기적으론 송전비용을 요금에 적용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정도영 전력거래소 전력계획처장은 "5차 계획 때와는 달리 송전계통과의 연계성을 높이고 이행성과 관련해서는 주민이나 지자체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지역수용성 낮은 조력발전소 백지화 검토될 듯
환경파괴 논란을 빚고 있는 일부 발전사들의 대형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은 추후 논의과정에 백지화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박 과장은 인천만·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이 해양생태계 파괴 우려가 높고 지역주민의 민-민 갈등을 유발시키고 있음에도 이번 수급계획에 포함됐다는 지역주민의 지적이 나오자 "전원믹스를 구성할 때 신재생에너지 등은 사업자가 일단 제안하면 받아들이도록 돼 있다"고 설명한 뒤 "공청회가 끝나고 사업자와 상의해 뺄 수 있는지 여부를 전력정책심의회에서 토론하고 회신토록 하겠다"고 확답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발전소 유치를 희망한 주민 측과 반대 측 주민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대립하는 상황이 연출돼 발전설비 지역수용성이 향후 전력설비 확충의 중대 변수로 부상할 것이란 예측을 재확인 시켰다.

삼척 원전 유치를 적극 지지한다는 한 지역주민은 "2차 기본계획까지 원전계획을 유보한다는 것인데, 주민소환 투표까지 벌이며 75%의 찬성을 이끌어낸 사업을 못한다니, 정책 일관성이 없다"고 따졌고, 같은 삼척 지역에서 상경한 또다른 주민은 "화력발전소 반경 3~4km 이내에 수만명이 사는데 석탄화력을 짓는다는 것이 어떻게  친환경이냐"면서 수급계획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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