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The darkest hour is that before the dawn”

독자들께서는 뜬금없이 웬 영어냐 할 게다. 하지만 꽤 익숙한 관용구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라는 뜻이다. 새날의 광명은 최악의 어둠이 걷혀야 도래한다는 의미다. 

요즘 신재생에너지업계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방귀께나 뀐다는 분들이 연설이나 인사말을 할 때면 꼭 등장한다. 조금만 더 참으면 어려운 시기가 끝나고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업계에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용도로 주로 쓰인다.

유행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The winner takes it all” 이다. 새벽과 어둠 유행어가 나오기 전에 자주 등장했던 용어였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란 뜻을 가진 이 말은 요즘 경제용어로 더 빈번하게 사용된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어느 기업 또는 제품만 살아남았을 때 시장을 모두 차지한다는 ‘승자독식’의 냉혹한 현실을 비유한다.

신재생업계에 왜 이처럼 생소한 영어로 된 말들이 유행어가 됐을까. 우선 신재생산업 전체가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기업과 기업인 입장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그러기에 이같은 문구를 통해 성공에 대한 자기암시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더욱이 현재의 신재생에너지산업 불황이 기업 내부 또는 한 국가 안에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중국이라는 블랙홀 등 외부여건에 따라 출렁이는 산업에서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자체적인 노력과 정책을 넘어서는 파도를 견디기 위한 당의정(糖衣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속성장에 따른 후유증이라는 지적도 많다. 국내 신재생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을 한 후 성공을 거둔 게 아니라 시대흐름을 타고 급속하게 올라섰다는 이유에서다. 면밀한 사업계획과 검토없이 시류에 편승, 사업을 전개했던 적잖은 업체들이 여기에 속한다. 결국 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을 갖추지 못한 한계기업까지 이같은 희망에 기대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태양광 분야 한 사업자는 “2010년까진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다. 무엇이라도 구할 수만 있으면 무조건 돈이 됐다. 이때 많은 기업들이 신재생분야로 쏟아지듯 들어왔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점차 상황이 악화돼 현재는 무조건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됐다”고 토로했다. 외부적인 요인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모든 책임을 남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단순하게 장밋빛 희망만을 불어 넣어 주기 위한 단어 선택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정확하게 시장상황과 정보를 제공, 산업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자생력을 불어넣느게 윗분들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주변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대표적이다. 불확실한 용어와 막연한 기대심리로 업계를 이끌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미래를 과대포장하지도, 그렇다고 산업을 포기하도록 방치해도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없다. 명쾌한 미래전망을 바탕으로 사업자들이 선택과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유행어를 좀 바꿔보자. “Better Not first but best” ‘최초는 아니지만 최고가 되자’ 정도면 어떨까. 뒤늦은 우리나라의 신재생산업이 세계를 향해 도약하는 날은 멀리 있지 않다. 물론 최고는 노력없이 저절로 오지 않는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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