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충전소 개소 '큰 차이'…인허가 요건도 제각각

냉난방공조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정영석(35ㆍ경기 안산)씨는 지난해 2001년식 레조LPG차량을 중고로 구입했다. 지방출장이 잦다 보니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액화석유가스(LPG)차량을 운행해 기름값을 아껴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정씨는 요즘 "LPG차가 이렇게 불편한지 몰랐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LPG주유소 찾기는 사막에서 바늘찾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 주유소보다 LPG충전소가 적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지역마다 충전소 개소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이다.

정씨는 "출발 전 미리 연료를 가득 채워넣고 다니는 습관을 들였지만 장거리인 경우 어쩔 수 없이 현지 충전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지역에 따라 충전소가 없는 경우가 많아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례로 그는 "모 지역을 돌아다니다 기름이(LPG가스) 떨어져 현지 택시기사에게 충전소 위치를 물었더니 그 지방엔 충전소가 없다는 대답을 들어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며 "하는 수없이 인근 대도시 충전소를 이용하기 위해 50Km를 조마조마하며 되돌아갔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국내 LPG자동차 등록대수가 200만대에 육박하고 있지만 정작 LPG충전소 부족으로 운전자들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역마다 충전소 개소가 크게 달라 사전 정보 없이 운행에 나섰다간 연료가 부족해 낭패를 볼 수 있다.
전국의 일반주유소는 지난달 말 기준 약 1만2000여곳(한국주유소협회집계)으로 추산된다. 주유소를 이용하는 차량수를 약 1500만대로 볼 때 주유소 한 곳을 평균 1250대가 이용한다. 이에 대비 LPG충전소는 약 12%에 해당하는 1300여곳에 불과하다. LPG충전소 이용 차량수를 200만대로 잡아도 LPG충전소 한 곳을 평균 1538대가 이용하는 셈이다. LPG충전소가 이용 차량 대비 부족한 데다 지역별 편차가 심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역별 충전소 현황…경기도 236개 최다ㆍ광주시 29개 최소
산업자원부가 제공한 '전국 지역별 LPG자동차충전소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전국의 충전소는 총 1336개소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36개소로 가장 많았으며 경상북도 143개소, 경상남도 130개소, 충청남도 119개소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주시는 29개소로 충전소가 가장 없는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대전시와 대구시에도 충전소가 40개소 미만인 지역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비 전체 LPG차량등록대수는 6월 말 기준 총 195만4888대로 집계됐다. 경기지역이 41만9173대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시 37만2926대, 부산시 12만8204대, 경남도 12만7991대 순으로 나타났다.

차량등록대수 대비 충전소 개소로만 보자면 충전소 한 곳당 평균 1463대의 차량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충전소 한 곳당 차량대수가 5566대로 가장 많았으며 대구시 2980대, 부산시 2670대 순으로 나타나 입지조건이 까다로운 대도시 중심으로 충전소 부족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관광지 등 돈 되는 곳에만 LPG충전소 설립
 물론 지역간 이동폭이 넓은 차량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도로노선에 따라 경유하는 차량수가 다르고 관광지나 위락시설을 포함하고 있을 경우 유입차량수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등록차량수가 각각 6만5331대와 6만4204대에 불과한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LPG충전소가 각각 90개소와 76개소로 비교적 높게 나타난 것도 다 이같은 차량의 유동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은효 산자부 가스산업팀 주무관은 "돈이 되고 사업성이 있는 곳에 충전소를 세우다 보니 지역에 따라 충전소 개소가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본다" 말했다.
이주무관은 "지역에 따라 충전소가 많고 적은 것보다 지역 내에서도 일부 지역에 충전소가 편중돼 위치해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충전소가 위험시설로 알려져 입지에 애를 먹다 보니 자연스레 도심 외곽지역으로 퍼져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LPG충전소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라 주택가 등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가스사업법에 의하면 저장능력 10톤 이하의 LPG충전소는 사업장 경계 또는 보호시설과 평균 48미터의 거리를 두도록 돼 있다.

이중 24미터는 법적인 의무 이격거리며 나머지 24미터는 관할지 자체에 따라 신축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LPG충전소 사방으로 48미터를 떨어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도심이나 요충지에 이만한 부지를 확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해답 없는 충전소 부족=LPG충전소 사업자들의 협의체인 한국LP공업협회 측은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당장은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지역마다 인허가 과정이 다르고 허가요건도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미리 충전소의 위치를 파악하고 운행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민현진 LP공업협회 기획부 담당은 "서울시의 경우는 인허가 과정이 까다롭고 경북도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쉬워 지역별로 충전소 개소가 차이가 난다"며 "대부분의 지자체가 주거지역과 자연보전지역에 충전소 입주를 허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민담당에 따르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충전소를 위험시설로 보고 주거ㆍ상업지역에까지 건설을 허가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충전소 위치는 공업지역이나 생산녹지와 보전녹지 등 도시 외곽이나 외딴곳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등록차량대비 충전소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지역이나 위치별로 편중돼 있어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서 "목적지를 출발하기 전에 경유지와 최종목적지 주변의 충전소를 사전에 알아보고 운행하는 일이 현재로선 대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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