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종단 천연가스 수송관 조기 착공 결정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7일 브라질리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블록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정치ㆍ사회적 기능을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메르코수르'를 구축한다는데 합의했다.

 

 두 정상은 5시간에 걸친 회담이 끝난 뒤 "베네수엘라의 가입과 회원국 정상들 간의 우호적인 관계로 지금까지 주로 통상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던 메르코수르가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르코수르의 성격을 정치ㆍ사회적인 분야로 확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의 재계를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두 정상은 베네수엘라-브라질-아르헨티나를 잇는 중남미 대륙 종단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공사를 조기에 착공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내년 1월 양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최소한 230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 계획이 추진될 경우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직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어 에너지를 고리로 한 역내 통합 목표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 정상은 또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코 주에 건설 예정인 대규모 정유시설을 포함해 에너지 공동개발과 관련된 양국 간의 협력사업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와 베네수엘라 국영에너지기업인 PDVSA가 이날 정유시설 건설 계약기간 연장에 합의했다.

 

아직 공사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이 정유시설이 완공되면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강 일대 유전 개발과 연계해 양국의 에너지 공동개발 노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시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차베스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미 제국주의는 쇠퇴하고 있으며,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해 다시 한번 미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차베스 대통령은 "나는 미국 정부를 제국주의 정부, 인권을 유린하는 정부라고 생각한다"면서 "베네수엘라는 어떤 국가 및 정부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갖기를 원하지만 최소한 현재의 미국 정부와는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어 토머스 샤논 미국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가 지난 4일 베네수엘라를 민주국가로 부르며 양국 관계 개선 노력을 촉구한 것과 관련, "그는 베네수엘라에 민주주의가 있다는 것을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며. 미국만 이제야 깨달은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러나 전날 밤 브라질리아에 도착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대화보다는 브라질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남미 통합을 앞당기는 노력이 우선"이라고 말해 미국 정부와 대화에 나설 뜻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브라질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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